Sidley Austin 김도형 미국변호사

삼성 경험 살려 M&A 거래 맹활약"의사결정 과정, 기업문화 이해할 수 있어 큰 도움"

2010-02-13     김진원
Sidley Austin의 홍콩사무소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도형 변호사는 로스쿨 졸업 후 삼성 비서실에서 변호사생활을 시작한 색다른 경력의 소유자다.

삼성 비서실에 그룹 법무실이 소규모로 편성될 때인 1994년 초. 그는 삼성에 먼저 와 있던 조지 타운 로스쿨 선배의 권유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유학을 1년 만에 중단하고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학 중단하고 삼성 합류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계속 공부해 대학 강단에 설 것이냐, 변호사로서 실무에 종사할 것이냐의 고민도 자연스럽게 후자를 선택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1992년 조지 타운 로스쿨에서 J.D.를 딴 그는 곧바로 조지 타운 LL.M. 과정에 입학해 국제법으로 석사학위를 받은데 이어 케임브리지대 법학박사 과정에 입학해 유럽연합(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12개 나라가 하나로 합치려고 노력하는 게 당시만 해도 무척 신기하게 보였다"고 EC 연구를 주제로 잡은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에 합류한 그는 해외투자와 관련된 수많은 딜을 경험했다. 중국투자, 동남아투자 등 당시 삼성의 해외 프로젝트가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기업체 변호사로서 주요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들을 상대하며 그들로부터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대해 직접 자문을 받을 수 있어 신참 변호사에겐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김 변호사는 "초임 변호사시절 나의 멘토(mentor)는 주요 로펌의 쟁쟁한 파트너 변호사들이었다"며, "이 때의 경험이 나중에 기업변호사로 활동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중국 브라운공장 인수 참여

삼성전관이 중국 심천에 있는 중국내 최대 규모의 브라운공장을 인수하는 M&A 딜이 김 변호사가 있을 때 직접 참여한 대표적인 사례. 이 딜은 약 2년이 소요되어 김 변호사가 삼성 소속으로 Clearly 홍콩사무소에 파견근무할 때 마무리됐다.

또 삼성에 근무하면서 나중에 김 변호사의 고객기반이 된 수많은 기업체 관계자들을 알게 된 것도 그로서는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이었다.

김 변호사는 "삼성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삼성 일을 하면서 POSCO, CJ, 한진 등 다른 클라이언트들도 자연스럽게 사귀게 됐다"며, "Sidley에서도 삼성 일을 가장 많이 한다"고 소개했다.

1년 반 동안의 Clearly 홍콩사무소에서의 파견근무를 포함, 삼성에서 3년여 근무한 김 변호사에게 또 한번 변화의 기회가 찾아왔다. 97년 말 IMF 위기가 시작되며 삼성의 비서실이 해체돼 삼성을 떠나게 된 것.

삼성 떠나 김앤장 입사

그는 로펌의 문을 두드렸다. 로스쿨에 다닐 때 서머 인턴(summer intern)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김앤장에 입사했다. 그는 "IMF 직후 외자유치와 기업 매각 등 구조조정에 관련된 일감이 엄청나게 쏟아질 때였다"며, "정신없이 일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나 김앤장에 합류한 지 1년이 채 안 돼 그는 다시 뉴욕으로 떠났다. 미국변호사로서의 능력을 더욱 키우기 위해서는 한국법에 관한 프랙티스가 대부분인 김앤장 보다는 미국 로펌 또는 글로벌 로펌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판단한 결과다.

김 변호사는 뉴욕에 있는 미국로펌인 Winthrop, Stimson, Putnam&Roberts에서 한국계 변호사를 찾는다는 후배의 소개를 받아 Winthrop에 둥지를 틀었다. 이어 1년 6개월 후 Winston&Strawn으로 옮겼다가 또 다시 Sidley Austin으로 옮겼다. 이 때가 2001년 말로, 그동안 자주 로펌을 옮겼다고 할 수 있으나 김 변호사는 "모두 변호사로서의 역량을 키워가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얘기했다.

오바마, Sidley서 미셸 만나

시카고에 본사가 있는 Sidley Austin은 변호사만 1700명이 넘는 미국계 대형 로펌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하버드 로스쿨 시절 Sidley Austin 시카고 사무소에 서머 인턴으로 왔다가 이미 로스쿨을 마치고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던 미셸 오바마를 만나 나중에 결혼으로 이어지게 된 이야기가 유명하다.

Sidley Austin은 한국계 미국변호사로서 한국 관련 비즈니스에 다양한 경험을 쌓은 김도형 변호사를 2002년 초 홍콩사무소에 투입했다.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을 겨냥해 서울에서 가까운 홍콩으로 전진배치한 것이다.

1994년 문을 연 Sidley 홍콩사무소엔 2009년 말 현재 약 60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그 중 한국계 변호사는 2004년 파트너 변호사가 된 김 변호사와 또 다른 파트너 변호사인 알렌 김 등 4명. 알렌 김은 소송과 국제중재가 전문이다.

알렌 김, 소송, 국제중재 전문

김 변호사는 M&A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삼성에 있을 때부터 해외투자, M&A에 관련된 일을 많이 경험했다"며,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이나 기업문화 등을 이해할 수 있어 M&A 거래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POSCO의 해외 M&A 거래를 여러 건 수행했으며, 삼성, 한진 등의 해외투자와 관련된 일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가을에 터진 세계경제위기 이후 한국기업들이 자산가치가 상대적으로 내려간 외국의 기업을 사들이고 있어 한국기업의 해외 M&A일이 많아졌다는 게 김 변호사의 전언. 그는 "IMF 위기 때 한국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을 내다 팔았다면, 지금은 M&A를 통해 해외시장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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