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국제중재 전문가 참석 "서울, 동북아 국제중재 중심 될 것"

[APRAG 서울대회 특집]한국 중재시장 급성장…전문가 층 빠른 속도로 늘어나아 · 태지역 국제중재 발전방안 놓고 활발한 논의 오가

2009-07-13     여은미


그랜드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진행된 아시아 · 태평양지역중재그룹(APRAG) 서울 대회가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6월23일 막을 내렸다. 싱가포르(SIAC), 홍콩(HKIAC), 일본(JCAA), 중국(CIETAC/BAC), 호주(ACICA),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베트남 중재기관 등에서 300명에 가까운 국제중재 분야의 중재인과 변호사, 교수 등 학계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서울대회 관계자에 따르면, 모두 31개의 APRAG 회원조직 중 26개 조직이 참여할 만큼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31개 조직 중 26곳 참여

또 국제상공회의소 국제중재법원(ICC International Court of Arbitration)의 존 비치(John Beechey) 의장과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의 이얀 폴슨(Jan Paulsson) 의장 등 국제중재 분야의 거물들이 참석해 더욱 의미가 컸다는 중평이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선 서울대회에 이은 2년 후의 APRAG 다음 대회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PRAG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다음 대회의 유치 신청을 받는다.

대한상사중재원(도재문 원장)과 함께 대회를 공동주최한 국제중재실무회(회장 장승화 교수)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기관과 단체에서 참석할 줄은 몰랐다"며, "그만큼 한국의 중재시장과 중재인프라가 발전했다는 증거 아니겠느냐"고 고무적으로 이야기했다.



21일 등록에 이어 22~23일 이틀간 7개의 세션이 진행된 이번 대회의 주제는 '아시아 국제중재의 최상의 실무'.



4개의 세션이 진행된 22일엔 국제중재절차와 관행 등에 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SIAC의 마이클 프라일스(Michael Pryles) 의장,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의 마이클 모저(Micahel Moser) 의장, ICC 국제중재법원의 마이클 황(Michael Hwang) 부의장 등이 토론에 직접 참여해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유럽이나 북미 중심의 중재절차와 관행을 그대로 적용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지역적 ·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독자적 모델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또 중재 각 단계별로 중재인의 선정, 증거개시(document production), 증인신문의 새로운 방법(witness conferencing), 심리기일의 진행, 비용과 시간의 절감 등 중재인과 변호인 모두에게 관심이 높은 다양한 실무적인 주제를 놓고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필립 양, 티모시 넬슨 토론 나서

이어 '대륙법계와 영미법계 관할에서의 아시아 중재 관행', '아시아 투자협정중재'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APRAG 공동회장인 필립 양(Philip Yang), Skadden, Arps의 티모시 넬슨 (Timothy Nelson) 변호사 등이 세션의 공동의장 또는 패널리스트로 토론에 참여했다.

'투자협정중재'란 투자유치국이 투자자 보호의무에 관해 정하는 조약상 의무를 위반해 외국인 투자자와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하는 국제중재절차로, 투자협정의 급증과 투자자들의 발전된 의식으로 인해 향후 보다 많은 투자협정분쟁이 예상되고 있다. 투자협정분쟁의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중재에서의 해결과 관련한 장단점, 한국의 투자협정 체결 현황 및 외국인투자촉진법과 투자협정과의 관계 등에 관해 열띤 토론이 오갔다.

23일 폴슨 LCIA의장은 국제중재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발언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신규 진입자의 발굴과 중재인의 준거법에 대한 보다 나은 이해, 법원과 중재기관 사이의 인식 개선, 중재기관의 사법부 등 정부기관의 영향으로부터의 탈피, 중재기관이 진정한 국제성(internationalism)을 지닐 수 있는 다양성과 투명성의 확보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25년간 국제중재가 발전하여 왔듯이 앞으로도 꾸준히 진화하기 위해서는 일부 국가에서 문제되는 바와 같이 중재비용을 감수할 수 있는 소수만을 위한 국제중재와 그렇지 못한 나머지를 위한 비효율적인 법원 시스템의 이원적 구조는 유지될 수 없다"며, "국제중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적법하고 효율적인 법원 시스템과의 공존이 모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 변호사들 세션 토론 이끌어

한국의 중재전문 변호사와 교수들도 공동의장과 패널 등으로 세션에 참여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갑유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윤병철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의 이재기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의 이영석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의 김범수 변호사, 국제중재실무회장인 서울대 로스쿨의 장승화 교수가 순서대로 1세션부터 7세션까지 순서대로 공동의장을 맡아 각 세션을 이끌었다.

또 고려대로 옮기기 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강의한 고려대 로스쿨의 김기창 교수와 대한상사중재원의 이재우 이사, 서울대 로스쿨의 신희택 교수, 법무부의 김재훈 검사, 연세대 로스쿨의 김준기 교수, 김앤장의 박은영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의 방준필 미국변호사, 율촌의 김세연 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해 국제중재 실무에 관한 활발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들 모두 주요 로펌과 로스쿨 등에서 활약하며, 한국의 국제중재를 이끌고 있는 전문가들로, 한 관계자는 "한국의 국제중재시장이 발달하며, 이 분야의 전문가 층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포지엄, 조찬간담회도 열려

대회 공식일정 외에 심포지엄과 간담회 개최 등 참석자들 사이의 비공식적인 모임도 활발하게 전개됐다.

21일 LCIA 주관의 'LCIA 심포지엄'이 코엑스에서 열려 LCIA 관계자와 국내 주요 로펌의 변호사와 기업체 변호사, 교수 등 약 100명이 참가했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한 변호사는 "대부분의 참석자가 활발하게 토론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 매우 인상 깊었다"고 LCIA 심포지엄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 본격적인 APRAG 대회 시작을 앞둔 22일 아침엔 이얀 폴슨 의장과, 아드리안 윈스탠리 (Adrian Winstanley) 사무총장 등 LCIA 관계자와 로펌 변호사, 사내변호사등이 참석한 조찬간담회가 열려 LCIA 중재 실무 등에 관한 집중적인 의견 교환이 오갔다. 김앤장의 박은영 변호사 사회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폴슨 의장은 "국제중재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계약과정에서부터 중재를 고려하여 협상을 하여야 하며, 이에 적합한 계약문구와 중재조항을 계약서에 넣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 윈스탠리 사무총장은 "런던국제중재법원은 런던에 소재하고 있지만 진정한 국제중재기관이 되기를 지향하고 있다"며, "아시아와 한국 관련 사건이 더 증가하기를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도재문, 장승화 공동회장 선출

이번 대회에선 국제중재대회를 주관한 기관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다는 APRAG의 전통에 따라 대한상사중재원의 도재문 원장과 장승화 국제중재실무회장이 APRAG 공동회장으로 선출되었다. 도 원장과 장 회장은 2년간 APRAG을 이끌게 된다.

국재중재실무회의 부회장으로서 이번 대회의 서울 유치에 크게 기여하고, 사무적인 지원을 담당한 김앤장의 윤병철 변호사는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중재시장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이 크게 제고되었음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서울이 동북아 분쟁해결절차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지적한 것처럼 APRAG 서울대회를 계기로 서울이 동북아 국제중재시장의 중심으로 더욱 공고하게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이 이번 대회에 참여한 많은 국제중재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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