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의 날' 훈장받은오진환 변호사

"비상임위원 없애고, 위원장 호선 바람직""공정위 공방 갈수록 치열…직원들 전문성 강화해야"

2009-06-18     여은미
"공정거래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과 구성을 바꿔야 합니다."

지난 4월 1일 열린 '제8회 공정거래의 날' 행사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세계법무법인의 오진환 변호사는 지난 3년간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약했다. 그동안 관여한 사건만 수백건. 비상임위원으로서의 공정하고 엄정한 업무수행을 통해 시장경제질서를 어지럽히는 여러 불법행위를 시정하는데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이번에 훈장을 받았다.

3년간 비상임위원 활약

비상임위원의 임기를 마친 그는 홀가분해 하면서도 아쉬움이 없지 않은 듯했다. 특히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 공정위의 발전을 위한 여러 의견을 쏟아낼 땐 공정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공정위는 업무의 성격상 준사법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도의 경제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양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서로 대립되는 대심(對審)구조가 특징입니다."

오 변호사는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비상임위원을 없애고, 상임위원을 좀 더 늘려 위원회의 구성을 상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현재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4명은 비상임위원이다.

그러나 거의 매주 전원회의가 열리고, 상임위원 2명과 비상임위원 1명으로 구성되는 소회의도 매주 열릴 만큼 갈수록 업무량이 늘고 있어 비상임위원의 상임위원화가 필요하다는 게 오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복잡한 사건은 의결까지 2~3회 회의를 열어야 한다. 2008년 초 의결된 인텔사 사건의 경우 내용을 파악해야 할 관련자료만 책 20여권의 분량에 이를 만큼 공정위 사건이 대형화되고 있다.

위원 9명 중 4명은 비상임

그는 "그만큼 업무량이 많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으면, 비상임위원이 거수기 정도의 역할만 할 수 밖에 없다"며, "비상임위원을 상임위원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1급으로 돼 있는 상임위원의 직급을 차관급으로 올리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을 위원들의 호선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합의제로 운영되는 준사법기관의 성격상 호선으로 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이 독립성 제고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 그가 강조하는 대목은 위원과 직원들을 포함한 공정위의 전문성 제고. 그는 "일반 제조업과 금융, 영화, 인터넷회사 등 온갖 업종의 기업이 관련된 갖가지 사건이 공정위에 다 들어온다"며, "특히 조사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전문성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정거래사건은 서울고법을 전속관할로 하는 2심제를 채택하고 있고, 형사사건은 공정위가 전속적인 고발권을 가지고 있어 이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전문성의 제고 등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인텔사에 260억원 과징금

현대차 · 기아차 사건, 현대차의 현대모비스 부당지원사건, 석유회사 사건, 보험료를 담합한 보험회사 사건, 제약회사 리베이트 사건, 건설사의 지하철 공사 등 입찰 담합 사건 등 수많은 사건을 처리한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소개하는 사건은 2008년 초 인텔사에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

인텔이 삼성전자 등 한국의 PC업체들을 상대로 경쟁사인 AMD의 제품을 쓰지 못하도록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가 인정된 사건이다.

오 변호사는 당시 피심인인 인텔사와 경쟁사인 AMD 양 측에서 유명 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공방을 벌였음은 물론 양사의 관계자들이 동시통역을 대동하고 회의장에 참석해 회의 전과정을 지켜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또 미국 유명대학의 경제학 교수를 동원해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분석을 제시하는 등 공정위에서의 공방이 갈수록 전문화되고, 치열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으로 석사학위 받아

제2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의 길을 걸으면서도 공정거래법 등 경쟁법 분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그가 1987년 서울대에서 받은 석사학위 논문의 제목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있어서의 손해배상청구'. 경쟁 기업의 불공정한 행위로 피해를 입은 상대방 기업이 해당 기업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에 관한 연구 논문이다.

오 변호사는 "미국에선 불법행위가 인정되면 3배의 손해배상을 물린다고 해서 '3배액(triple damage) 손배소'로 더 잘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선 얼마 전부터 종종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오 변호사는 법원에서 대법원 재판연구관, 정읍지원장,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하고 2000년 변호사가 됐다. 서울고법 판사와 재판연구관 시절 공정거래 등 행정소송 분야의 사건을 많이 취급했다.

"3년간 비상임위원으로 공정위 사건에 관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이제는 의뢰인의 입장에서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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