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 타결된 한-EU FTA
잠정 타결된 한-EU FTA
  • 기사출고 2009.04.0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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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비준안 처리 가속화 전망""영국 법률회사 진출 위협적…미국 입지 약화될 수도"
한국 제2의 무역파트너인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 FTA)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본부는 최근 제8차 한국-EU FTA 협상이 마무리되었으며, 거의 모든 쟁점에 대해 협상단 차원에서 잠정적인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즉, 주요 쟁점을 거의 모두 타결했다는 의미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여기에는 국내 법률시장의 개방에 관한 내용도 물론 들어 있다. 법률이 포함된 서비스 분야는 한-미 FTA 수준으로 개방하되 환경과 통신 등 일부 분야는 한-미 FTA 수준 이상으로 개방키로 했다. 한-EU FTA가 발효되면 EU측 서비스 분야의 약진이 주목되고 있으며, 법률은 EU측의 경쟁력이 높은 분야다.

EU측 법률 경쟁력 높아

한-EU FTA의 체결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로 인하여 국내 법률시장에 어떠한 변화가 오게 될까.

한국과 유럽연합 특히, 영국은 서비스 시장에서 금융시장보다는 법률시장의 개방에 더 무게를 두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정부의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개방돼 더 풀어줄 게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충분히 개방된 상태이기 때문에 한-EU FTA에서도 크게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새롭게 변화될 서비스 분야는 법률분야이다. 한-EU FTA상에서의 법률시장 개방도 한-미 FTA에 준해 진행될 전망이지만, 법률시장 개방 시 미국보다 오히려 유럽, 영국의 존재가 국내 법률시장에 보다 위협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영국계 로펌의 한 관계자는 "세계 무역, 해운, 금융 등 국제거래의 대부분이 영국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보다 영국 법률회사의 진출이 한국 법률회사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국의 법률시장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은 유럽 로펌들, 특히 영국에 본사를 둔 로펌들은 한국의 경제규모를 고려하여 한국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시장 전망 때문에 영국변호사협회(Law Society)는 최근 1년에 1∼2회 한국을 방문해 법무부 고위 관리를 만나고, 한국변호사협회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법률시장의 개방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고 한다. 한 관계자에 의하면, 영국의 상위 20위권 로펌들은 한국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으며, 어떠한 곳에서는 태스크 포스 팀을 발족했다고 한다.

홍콩사무소가 교두보

영국계 로펌들은 주로 홍콩지점 사무소를 통하여 국내에 지속적으로 영업,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시장개방에 적극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한-EU FTA가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경우 한국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을 압박해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가속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측 FTA수석대표는 최근 한-EU FTA가 한-미 FTA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EU와 미국과의 관계, 한국시장에서의 경쟁 등을 감안하면 한-EU FTA가 타결될 경우 한-미 FTA 비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EU FTA가 2009년도 하반기에 서명절차를 완료하면 최근 비준동의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한-미 FTA 보다 앞서 2010년 1 · 4분기 중 발효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등 공산품은 물론 법률 등 서비스 시장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는 EU가 관세철폐, 비관세장벽 제거 등 FTA 수혜를 입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 미국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 실제 미국 내에서도 이러한 점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2010년 1분기 발효 가능성

미 상원 재무위 간사인 찰스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무역대표부(USTR)의 론 커크 대표에 대한 청문회 질의에서 "한국이 EU와 FTA를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이 한국 시장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없느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커크 대표는 "한-EU FTA가 타결되더라도 실제 이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 EU 측이 우리에 비해 한국시장에서 더 좋은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하여 한국 정부 관계자는 "답변 내용만 보면 한-EU FTA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한-EU FTA에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한-EU FTA가 타결되면 미국측 비준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내 언론을 중심으로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한-미 FTA와 관련해 "현 상태에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의 자유무역에 대한 모호한 입장을 지적하고, 세계 경제를 회복시킬 교역의 확대를 위해 미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미국이 FTA 발효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들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 잇따른 경고

한-EU FTA가 체결되면 미국도 한-미FTA 비준을 서두르는 등 FTA 협상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계 로펌의 한국업무 담당 미국변호사들도 한-EU FTA가 체결되는 것에 대하여 일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작 국내 시장의 외국법률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한 것은 미국로펌들인데, 국내 시장 진출은 유럽계 로펌들이 먼저 진행 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에 대응하는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는 듯하다.

한-EU FTA의 체결은 한-미 FTA의 비준 및 한국과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법무법인 양헌(Kim, Chang & Lee)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kimchangl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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