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로스쿨에 바란다
중앙 로스쿨에 바란다
  • 기사출고 2009.03.2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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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부장판사]
로스쿨이 2009년 3월 첫 신입생을 맞이하게 된다.

미국식 법학교육 및 법조인양성 제도인 로스쿨을 우리나라에 도입할 것인지에 관한 본격적 논의가 시작된 지 10여 년 만의 일이다. 100년간이나 유지되던 국가의 제도가 이렇게 신속하고도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김성곤 부장판사
그것은 기존의 제도가 로스쿨에 비하여 현저히 열등하였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은 제도 변화에 따른 시행착오와 불확실성 등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히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 이유는 우리사회의 발전 속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사회의 산업화 · 정보화의 진전, 자본주의의 발달, 민주화의 성숙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이루어졌다. 이를 생생히 경험한 국민의 눈에는, 법률과 법률가들의 역할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였을 것이다. 특히, 전문성과 국제경쟁력의 면에서 말이다. 그래서 국민은 이 분야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갈망하여 기존 제도의 점진적 개선 대신 아예 새로운 제도로 바꾸기로 결단한 것이리라.

동문이자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중앙 로스쿨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로스쿨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국민의 기대와 다르지 않다.

먼저, 로스쿨 도입의 직접적인 목표의 하나인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 양성이다. 그런데 로스쿨 3년 동안 기초법과 실무에 관한 교육도 해야 하므로, 교재나 교수방법 등 교육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 개발도 중요하다. 우리 중앙 로스쿨은 기초법과 각종 전문법 분야에 관하여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이 문제에 대하여 잘 대처해갈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우리 로스쿨은 창작예술법, 미디어법, 엔터테인먼트법 등 문화법에 정통한 법률가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중앙대학교와 동문들이 이 분야에 축적한 우수한 역량을 적극 활용하여 세계적인 문화법 특화대학원으로 육성하려는 의미심장한 프로그램이다. 이 분야의 법률수요가 특히 중장기적으로 기대되므로 꾸준한 지원과 준비로 장차 중앙 로스쿨이 큰 역할을 해내길 바란다. 그리고 문화법 분야의 전문성 심화를 위하여 졸업생에게 다양한 형태의 추가 및 연계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다.

다음,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일이다. 사회 각 분야의 세계화 · 개방화로 인하여 이제 국내 법률지식만으로는 국민의 경제적인 이익이나 문화 예술적 권리관계 등을 충분히 보호받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로스쿨에서는 외국의 법률지식에 관하여도 충분히 교육하여야 한다. 중앙 로스쿨은 미국, 일본, 중국 등 다수의 외국 로스쿨들과 체결한 학술교류협정을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외국의 법률지식과 언어 및 그 문화까지 이해하도록 교육하길 바란다. 그런 법조인만이 법률수요자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누구나 바라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법조인이다. 이는 국민이 자신의 자유 · 명예 · 재산 등에 관한 법률문제를 법조인에게 믿고 맡길 수 있는가의 문제로서, 로스쿨의 도입에는 어쩌면 전문화와 국제경쟁력만큼이나 법조인에게 신뢰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정서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로스쿨은 주로 전문성 교육에 집중하고 있어, 로스쿨 도입만으로는 신뢰성 획득에 특별한 보탬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민주화된 사회에서 권리의식이 한껏 고양된 국민은 권리행사를 위하여 만나는 법률전문가에 대하여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고 성실한 업무처리를 요망할 것임은 자명하다. 따라서 중앙 로스쿨은 법조 직업윤리에 관하여 큰 관심을 가지고, 신뢰성을 갖춘 법조인을 배출해내야 한다. '사회에 봉사하는 유능한 참법률가 양성'을 교육이념으로 하는 중앙 로스쿨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아무쪼록 교수진과 학생 및 학교법인의 합심 노력으로, 우리 중앙 로스쿨에서 배운 법조인들이 전문성과 국제경쟁력 및 신뢰성을 가지고 국민의 법률수요를 만족시킴으로써 사회에서 제대로 잘 쓰이는 인재로서 활동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성곤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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