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증거법리에 대한 본격적 연구성과
ICC 증거법리에 대한 본격적 연구성과
  • 기사출고 2009.03.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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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국제형사증거법/백기봉 검사/박영사"로마조약의 국내이행입법 해석 길잡이 될 듯"
이 저서는 국제형사재판소 (ICC)의 초대 재판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놀랍고도 신선한 충격인 동시에 아주 긴요한 안내서이다.

◇국제형사증거법
우선 국제형사법의 분야가 탄생한 것이 몹시 일천한 이 시점에서 국제법과 형사법 분야를 가로 세로로 엮어 짠 이같은 전문서가 한국에서 출간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장하고 기쁜 일이다. 물론 국제형사법의 씨앗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근근 명맥을 유지해 왔으나, 로마조약에 터잡아 2002년에 설립된 영구적 상설법원인 ICC에서 적용하는 실체법과 절차법에 관해서는 선례가 희소하고 연구가 빈약하다.

그런데 본서는 그러한 황무지에 값진 비료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 책은 새로 탄생한 국제형사재판소의 모든 것을 서술한 교과서와 같은 면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국제형사재판소 규범 중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형사증거법리에 대한 본격적 연구성과이기도 하다.

증거법의 올바른 적용 중요

국제형사재판에서의 증거법의 올바른 이해와 적용은 국제법상의 형사사법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된다. 본서는 로마조약이 기본적으로 영미식의 공판중심주의를 채택하고 공판전후의 절차는 당사자대립원칙에 입각하여 엄격한 무죄추정하에 진행되는 점, 특히 증거활동의 능동적 수행을 위해서는 당사자의 절차상 평등이 보장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검사의 증거가 공판 전에 피고인에게 개시(disclose)되어야만 피고인도 충분한 방어를 할 수 있는 핵심적 문제를 명쾌하게 다루고 있다.

조약 · 판례 면밀히 분석

또한 영미법계에 기울어진 증거채택의 원칙과 기준, 배제되는 증거들, 그리고 공판절차에서의 증인, 서증 및 실물증거, 절차에 참가한 피해자의 지위와 권한, 피해자가 절차에서 수행할 수 있는 증거활동의 범위 등 난삽한 국제형사증거절차를 조약 및 판례를 면밀히 분석하여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국제증거법이 얼마나 어떻게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도 잘 조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로마조약상의 증거법 논의를 우리나라 형사법의 현황과 대비하여 장래의 개선점을 지적하고 있다.

본서는 아주 보기 드문 전문적 학술적 저술로서, 새로 떠오르는 국제형사법분야를 널리 알리는 역할은 물론 이미 제정된 로마조약의 국내이행입법의 해석과 적용에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 상고심 재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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