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펌업계 구조조정 반면교사 삼자
미국 로펌업계 구조조정 반면교사 삼자
  • 기사출고 2009.03.0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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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다른 곳은 모르겠는데, 아무튼 저희는 아닙니다."

◇김진원 기자
최근 한 언론매체에 실린 '로펌도 감봉한다'는 내용의 조그마한 기사에 로펌업계가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로펌들이 서로 부인하며 유야무야되고 말았지만, 민감한 반응이 더 관심을 끌었다. 꼼꼼하게 따져보면, 별 내용도 아니고, 전에도 없지 않았던 얘기다. 하지만 법률회사도 불황의 불똥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파장이 증폭되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재야법조계 특히 로펌업계가 유례없는 경제 위기의 확산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여러 로펌이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타전되자 국내 로펌업계는 어떠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의 상황을 낙관할 일은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비관적으로 접근할 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해산 등 극단적인 결말을 맞은 미국의 로펌들도 내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미국 로펌업계의 실정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ABS(자산유동화) 거래의 업무비중이 특히 높았던 로펌 중에 경영위기를 맞은 로펌이 적지 않다고 귀뜸했다. 일종의 포트폴리오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위험이 더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또 변호사들 사이의 내부 업무분장이 덜 탄력적인 법률회사일수록 특정분야의 업무수요 감소에 따른 고통이 보다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이런 때일수록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자본시장(Capital Market)이나 M&A 분야의 변호사를 일시적이나마 수요가 늘고 있는 파산이나 송무 등의 분야로 신속하게 재배치할 수 있어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을 대리한 미국 로펌의 경우 3년간 이 사건의 수행으로 9000만 달러가 넘는 수임료를 챙기게 돼 특수가 예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또 미국의 유명 로펌인 스캐든, 압스(Skadden, Arps, Slate, Meagher & Flom)는 변호사들을 상대로 파산법에 대한 교육과 세미나를 실시하는 등 업무재배치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로펌들도 도산팀을 꾸리고, 관련 세미나를 열어 관심있는 기업에 서비스하는 등 여러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IMF 위기 때의 경험을 거울삼아 불황의 틈새를 파고드는 다각도의 노력이 모색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IMF 위기 때처럼 불황특수가 일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지만, 미국의 로펌들로부터 들려오는 구조조정 비슷한 움직임도 아직은 뚜렷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바다 건너 날아오는 미국 로펌들의 우울한 이야기는 말 그대로 반면교사로 활용되면 되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이 변호사"라며, 변호사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는 김평우 신임 변협 회장의 외침이 더욱 무게있게 들린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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