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가 보는 법률시장 개방
수요자가 보는 법률시장 개방
  • 기사출고 2004.09.1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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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논의 과제에선 빠졌지만 법조계가 안고 있는 또하나의 커다란 화두는 국내 법률시장의 개방 일정이다.

◇김진원 기자
워낙 오래전부터 말이 나온 이 문제가 이제 본격적인 협상과 함께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드는 단계인 것 같다.

주무부처라고 할 수 있는 법무부가 일선 변호사들에게 대응책 마련을 당부하며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만큼 시장 개방이 시간적으로 얼마 남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담겨있다.

법무부는 "국내 변호사들은 외국의 사례에 비춰 시장이 열리면 국내 법조계가 외국 로펌에 예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장이 열리면 송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등의 분석을 내놓으며, "로펌은 물론 개인변호사들도 시장 개방의 실체를 정확히 알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며칠전 이와 관련된 보도자료를 낸 배경도 "시장 개방 협상의 진행경과 및 파급효과를 법조계와 수요자인 경제계에 정확히 알리고, 경쟁력 강화와 시장 개방 대응 방안 수립을 위한 공동작업을 해 나가는 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

눈여겨 볼 대목중 하나는 법률서비스의 공급자인 변호사들과 주요 수요자중 하나인 기업들이 법률시장 개방을 바라보는 시각에 서로 많은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얼마전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78명중 58%인 103명이 시장 개방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기업들은 응답 22개사중 86%가 찬성 의견을 보였다.

수치만으로 보면 극과 극의 의견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이 시장 개방을 찬성하는 이유는 경쟁을 통한 국내 로펌의 법률서비스의 질 향상과 글로벌 비즈니스에 적합한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잇점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이들 설문조사 결과는 검증된 사실이라기 보다 말 그대로 각자가 시장 개방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의견일 뿐이다.

법무부 관계자도 "수요자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 개방을 찬성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시장이 열리면 법률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수가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라는데 꼭 그렇게만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섣부른 기대에 제동을 걸었다.

법무부 관계자의 지적대로 시장이 열리면 수임료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기대대로 되지 않을 공산이 커 보인다.

국내 변호사들보다 오히려 수임료를 비싸게 받는 게 외국 로펌들의 현실인데다 독과점이 형성된 후 다시 수임료가 올라갔다는 독일 등 우리 보다 먼저 시장을 연 외국의 예가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국내 로펌 등이 제공하는 법률서비스 수준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것까지 무시해 버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수임료에 비해 법률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외국에의 투자 등에 필요한 적합한 법률서비스를 손쉽게 찾을 수 없다는 불만은 많은 기업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업체에 근무하는 한 간부는 "중국이나 동구 등에 투자를 좀 하려해도 관련 법률 문제가 얼마나 되고, 이를 또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몰라 막막할 때가 많다"며, "이런 문제를 곁에서 챙겨 줄 수 있는 법률사무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이번에 법무부가 새로 구성하기로 한 '법률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T/F'엔 법조계 인사들 뿐만 아니라 전경련 등 경제4단체 관계자도 멤버로 참여한다.

아무쪼록 법률서비스의 수요자요 소비자인 그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법률서비스의 질을 높임으로써 시장에서 더이상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시장개방 대비책이라는 의견이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