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로스쿨에 바란다
한국외대 로스쿨에 바란다
  • 기사출고 2009.02.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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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새 해가 시작된 이즈음 우리 외대 가족은 로스쿨 동문 여러분들의 얘기로 도처에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소설가 김진명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온 동문 여러분에 대한 반가움에서 시작해 여러분이 잘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자는 결의로 끝나는 덕담들입니다.

저도 모교의 이 살가운 소식에 고시를 휩쓸곤 하던 외대의 과거를 떠올려 봅니다.

재적 인원이 무척이나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외대는 유독 고시에 강한 면모를 보여 저와 같은 고등학교에서 외대 법정대로 진학한 동기 6 명 중 저를 제외한 5 명이 모두 고시에 합격하기도 했답니다.

동기 6명 중 5명 고시 합격

아둔하기만 하던 그 동기들이 고시만 치면 제꺽제꺽 붙는 현상을 대하며 당시 저는 우리 이문동 캠퍼스의 터가 남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던 기억이 납니다. 시험이란 실력 외의 조건들도 무시할 수는 없는데 외대의 터는 여러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터의 비밀 외에도 저는 여러분들이 외대와 인연을 맺음으로써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Los Angeles의 성공한 변호사들 중 상당수는 외대 영어과 출신입니다. 서울 법대를 나오고도 변호사 사무실을 열지 못하는 곳에서 외대 영어과 출신들이 성공한다는 건 법학의 전문지식 못지않게 외국어도 법조인의 업무수행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웅변합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외국에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지금도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변호사는 국내 대형 로펌의 선두그룹에 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혼자 개업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영세하고 가액이 낮은 시건만 전담하는 하급 변호사로 전락하고 맙니다. 시대가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외대는 한국에서 외국어를 배우기 가장 좋은 곳입니다. 나는 로스쿨 동문 여러분이 외대에서 법학 연수뿐만 아니라 외국어 연수도 같이 하기를 진심으로 권고합니다. 또 하나 권하고 싶은 건 학교에 다니는 동안 독서와 사색에 힘쓰란 겁니다.

석 달 만에 ‘무궁화꽃…’ 완성

저는 평생 단 한 편의 습작도 써본 적이 없지만 막상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를 단 석 달 만에 완성할 수 있었고 그 후로도 십 여 편 소설의 소재를 별로 새로운 정보의 취득도 없이 그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대학시절로부터의 독서와 사색에 기인한 것으로 저는 한 때 인간이 쓴 책은 모두 한 번 읽어보겠다고 달려든 적이 있었습니다. 소설뿐만 아니라 모든 인문 사회적 힘의 기본은 독서와 사색일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많은 사건을 다루게 될 것입니다. 이런 사건들은 남의 삶을 좌우할 뿐 아니라 여러분 자신의 내면도 끊임없이 강타할 것입니다. 따라서 확고한 가치관과 철학이 없이 이런 업무를 수행한다면 남은 물론 자신도 깨뜨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로스쿨에 있는 3년간을 다만 법조인이 되는 과정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내면이 꽉 찬 인간이 되는 비옥한 시간으로 받아들이기를 권합니다.

여러분에게는 그럴 능력이 있습니다.

소설가 김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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