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쫓는 변호사들
금메달을 쫓는 변호사들
  • 기사출고 2008.11.1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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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법률자문은 로펌의 'Dream Job'모리슨&포스터, 킹&우드 경쟁 뚫고 BOCOG 자문 맡아
'올림픽에 왜 변호사가 필요해?'

모리슨&포스터(Morrison & Foerster) LA사무소의 파트너이자 엔터테인먼트 변호사인 켈리 크랩(Kelly Crabb)이 2001년 베이징 올림픽업무를 담당해야 한다고 했을 때, 그의 파트너가 한 말이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그러나 켈리 크랩은 2002년부터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BOCOG)의 국제법률자문팀의 핵심 역할을 맡아서 일하고 있다. 크랩이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국제 업무을 얻어내는 데는 비교적 운이 따른 편이었다.

그의 로스쿨 동기가 미국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씨티 동계 올림픽 위원회의 자문을 맡고 있을 때 크랩에게 전화를 걸어 간단하게 몇 가지 질문을 했고, 그에 답해주는 과정에서 크랩 역시 동계 올림픽 자문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BOCOG 법률부서를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다른 로펌들을 물리치고 베이징 올림픽의 국제 법률 자문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킹&우드, 70여 로펌 물리치고 선정

킹&우드(King & Wood)베이징 사무소의 파트너인 왕루이(Wang Rui)역시 스포츠 에이전트였던 경험을 살려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중국내 법률자문팀을 맡고 있다. 왕루이는 "BOCOG가 자문 담당 선정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올림픽 게임의 주관과 관련한 법률 문제에 대해 엄청난 양의 리서치를 준비했다"며, "그 리서치를 바탕으로 BOCOG가 필요로 하는 법률서비스의 세밀한 청사진을 제시함으로써 70여 경쟁 로펌을 물리치고 법률자문 담당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림픽과 관련된 법률 업무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또 새로운 이슈를 다루며, 규모가 큰 업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올림픽을 준비하고 주관하는데 필요한 필수사항, 마케팅, 방송, 지적재산권, 기반시설, 경기장 건설, 티켓 판매, 파트너십, 스폰서십 등 여러 이슈와 관련된 계약서와 서식을 작성하는 일이 수반된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 정부는 지적재산권 보호에 주력하고 있다. 베이징시는 올림픽 심볼을 보호하는 법을 제정해 강력히 실행하고 있다. 2007년에만 450건의 관련 사건이 있었다. 올 4월까지 500건의 관련 사건이 신고되었다.

또 개막식이 방영되는 순간부터 방송, 행사와 음악 등의 관련 저작권이 보호되도록 해야 한다. 티켓 판매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티켓을 사는 경기 관람자들의 개인 신상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 국가의 개인보호법을 따라야 하는데, 200여 국가의 각기 다른 관련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 지재권 보호 주력

가장 복잡하고 수익성이 높은 분야는 방송분야이다. 게임을 중계하는 방송계약은 가장 액수가 큰 계약이다. 계약서 조항만 협의하는데 약 2년이 걸렸다. 여러 나라의 방송국들이 방송대상물, 방송시설 등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기 때문이다.

앰부시 마케팅 (Ambush Marketing)을 방지하는 것도 법률 담당의 업무 중의 하나이다. 앰부시 마케팅이란 교묘하게 규제를 피해가는 마케킹 기법을 말한다. 최근에는 앰부시 마케팅의 정도도 심해지고, 제3자가 아닌 스폰서 업체끼리의 앰부시 마케팅 역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하는 법령은 미비한 형편이다.

따라서 담당자들은 관련 법률을 연구하여 스폰서가 아닌 회사들의 광고를 경기장에 가까이 위치하지 못하게 하거나 방송광고 시간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대응책을 강구하여 왔다.

IOC의 TV/마케팅 부서의 상임고문인 아담 메르세로(Adam Mersereau)는 아테네 올림픽부터 스폰서 회사들에게 앰부시 마케팅 문제에 대해서 교육을 담당해 왔다. 그는 성격이 비슷한 회사들이 스폰서 회사로 선정될 경우 그들의 마케팅 범위와 종류를 구분하고 분쟁이 생겨날 경우 회의나 협상을 통해서 이를 해결하고 있다.

한편 올림픽과 관련하여 IOC 조직위원회뿐만 아니라 올림픽에 참가하는 외국팀이 법률자문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

리만 리&슈 미국팀 법률자문 맡아

중국에서 스포츠법으로 특화된 리만 리 & 슈(Lehman Lee & Xu)의 에드워드 리먼(Edward Lehman)은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의 법률자문을 맡았다. 이번 업무을 담당하면서 "벌써 금메달을 딴 기분이다"라고 소감을 밝힌 리먼은 선수, 직원, 코칭 스텝, 자원봉사자 등으로 구성된 600명 규모의 미국 올림픽 대표팀이 미국과 법체제가 전혀 다른 중국에서 직면할지 모르는 법률문제에 대비하고, 순조롭게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올림픽 업무를 담당한 변호사들은 매우 보람있고 흥미로웠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왕루이는 "BOCOG에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 우리 로펌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경기 내내 베이징에 머문다는 메르세로는 "평범한 업무가 아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드림 잡(Dream Job)"이라며,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킹&우드에서는 2002년 BOCOG 국내 법률 담당업무를 맡은 이래로, 100여명의 변호사들이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도 30명이 그 일을 하고 있다. 모리슨&포스터에서는 9개 사무실에서 35명의 변호사들이 6년 동안 관련 업무를 담당해 왔다.

BOCOG 해산 관련 계약서 15000개

8월24일 올림픽 경기가 끝난 후에도 많은 일들이 이들 법률 팀을 기다리고 있다. BOCOG의 해산과 관련 업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해산업무를 위해서는 1만5000개에 달하는 계약서를 꾸며야 한다.

크랩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경험을 살려서 또다른 스포츠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2010년 싱가폴에서 열릴 첫 번째 청소년게임에 주목하고 있다. 인도에서 열릴 영연방 경기대회 측과도 접촉하고 있다.

"영연방 경기대회는 2010년 뉴델리에서 열릴 것입니다. 주최측에서는 지금 국제업무를 담당할 변호사들을 찾고 있어요. 다른 조직위원회 측에도 제 이름을 알릴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관련 업무도 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법무법인 김 · 장 · 리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kimchangl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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