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위기 긴급진단
세계금융위기 긴급진단
  • 기사출고 2008.11.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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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현 변호사
미국 금융위기는 기본적으로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저금리로 인해 발생한 과잉유동성과 자산가격 버블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그것이 현재와 같이 겉잡을 수 없는 위기로 번진 데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CDO 등의 파생상품을 이용한 과잉유동성의 공급이 적지않은 기여를 하였다.

◇이미현 변호사
미국은 90년대 후반 IT 버블붕괴로 초래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하여 2001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급격한 금리인하를 단행한 이후 계속 저금리를 유지하여 왔으며, 이같은 낮은 금리로 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등 신용이 크게 증가하였다.

문제는 CDO 등의 발행을 통해 대출에 필요한 유동성이 끊임없이 공급되다 보니, 가뜩이나 저금리로 인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더욱 증대시켰다는 점이다.

CDO란 Collaterized Debt Obligation의 약자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증권을 일컫는 용어이다.

무등급 후순위 CDO 위험 높아

투자은행들은 모기지은행이 보유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채권을 매입하여 순위가 다른 CDO를 발행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모기지은행에게는 추가대출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자금이 공급되었고, 기존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채권에 수반되는 주택가격 하락의 위험이 자본시장으로 전이된 것이다.

CDO는 통상 AAA등급에서 A등급사이의 선순위 CDO와 BBB등급에서 B등급 사이의 중순위 CDO, 그리고 무등급의 후순위 CDO로 순위를 달리하여 발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중 선순위와 중순위는 시장에서 매각하고, 무등급의 후순위 CDO는 투자은행들이 보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러한 무등급의 후순위 CDO는 고수익인 반면 위험은 서브프라임 대출채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투자은행들은 시장에서 매입한 CDO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만기가 짧은 CP형태의 유동화증권인 ABCP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또 다른 유동성을 창출하였다. 이 과정에서 채무보증을 주된 업무로 하는 Monoline Insurer들은 선순위 CDO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채권의 유동화를 촉진하였다.

헤지펀드와 투자은행들은 대규모 차입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CDO에 직접 투자하였으며, 상업은행들은 ABCP발행과정에서 기초자산보다 만기가 짧은 ABCP의 차환발행(revolving)시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ABCP의 발행을 촉진시켰다. MMF는 CDO를 기초로 하는 ABCP를 편입하여 ABCP의 수요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렇게 Originate-To-Distribute의 전형적인 모델인 유동화상품이 2차, 3차로 무한분열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자본시장의 참가자들이 역할 분담을 통해 주택시장 버블로 인한 위험은 보다 규제가 덜한 자본시장으로 고스란히 전가되었다.

그 결과 주택버블 붕괴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이 위기의 일차적인 진원지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투자은행들이 위기의 중심에 있고, 자본시장형 투자상품이 기폭제가 되어 자본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는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이번 위기가 위기의 중심에 선 투자은행들의 무분별한 차입을 통한 고위험 상품에의 투자에 의해 증폭된 것이 확인되면서, 투자은행의 존재가치에 관하여 근본적인 회의마저 불러일으키는 상황이 되었다.

고유계정 이익 70% 초과 IB도



하지만 사실 이번 사태는 투자은행이라는 기관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산물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원래 투자은행은 주식/채권의 인수, 중개, M&A 자문, 기업구조조정 자문, 투자 자문 등의 방법으로 유가증권 발행기업(issuer)과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수수료(fee)를 수취하는 대리인(agent)으로서의 역할이 본연의 역할이므로 자본시장이 존재하는 한 대리인으로서의 투자은행 역할은 필수적이다.

이번 사태는 투자은행이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하여, 이러한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 고유계정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고유자산 트레이딩(prop trading), 자기자본투자(principal investment) 등을 통해서 고유계정에서의 이익창출에 주력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다.

일부 투자은행의 경우 고유계정의 이익이 전체 이익의 70%를 초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투자은행의 기능이 대리인이 아니라 거래직접당사자(principal)로 변질되었고, 그러다보니 시장조성자(market maker)로서의 역할이 오히려 강조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더욱 큰 문제는 고유계정에서의 자산운용확대가 저금리에 기반한 대규모 단기차입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미국 5대 투자은행의 자본대비 부채비율은 2000년대 초 2000%이던 것이 2007년에는 3000%까지 증가하였다.

하지만 단기차입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유동성 낮은 자산(subprime 채권)을 보유하다 보니 유동성 위기에 취약한 구조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의 위기는 투자은행업 자체의 위기가 아닌, 과도한 차입에 기반한 고유계정의 지나친 확대가 초래한 유동성 위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투자은행은 자금조달을 주로 CP발행에만 의존하므로, 예수와 CP발행을 병행하는 상업은행과 비교할 때, 유동성 위기에는 더욱 취약한 구조이다.

명백한 감독체계의 구멍



그런데 투자은행이 이와 같은 무분별한 차입을 통한 고위험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동안 미국의 금융감독기관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 답은 미국의 금융감독체계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금융감독체계는 업종별 금융감독체계를 취하고 있다.

투자은행지주회사를 통합적으로 감독하도록 되어 있는 감독기관은 없다. 1999년 미국의회가 Gramm-Leach-Bliley Act(이하 GLB법)을 제정하면서 금융지주회사제도가 도입되었으나, GLB법은 금융지주회사의 하나인 투자은행지주회사에 관한 감독에 관하여는 너무나 불완전한 상태였다.

우선 GLB법은 저축은행과 같이 특화된 은행을 자회사로 두지 않는 '순수한'투자은행지주회사에 대하여는 SEC를 감독기구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였으나, 그렇지 않은 투자은행지주회사(Goldman Sachs, Morgan Stanley, Lehman Brothers, Merrill Lynch 등)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후자의 경우에는 SEC를 주 감독기구로 선택할 자격이 없지만, 그렇다고 FRB의 감독을 받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결국 누구의 감독도 받지 않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명백한 감독체계의 공백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감독체계의 공백은 SEC가 2004년 도입한 대형 투자은행지주회사들을 대상으로 자율적인 통합감독(Consolidated Supervised Entity : CSE) 프로그램에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메릴 린치, 리만 브러더스 등 대형 투자은행지주회사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함으로써,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문제가 해결된 듯 했다.

CSE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SEC가 정한 내부통제요건을 충족하고 바젤 II에 따라 지주회사 차원의 자본규제(자기자본비율 10% 이상 권고)를 따라야 하며, 지주회사 전체의 유동성 필요 수준(베어스턴스 50억 달러)을 만족하는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므로, CSE 프로그램에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이들 대형 투자은행지주회사들에 대해 어느 정도 통제수단을 확보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법에 근거한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SEC와 대형 투자은행지주회사간의 상호합의에 근거한 자발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시작부터 근본적인 결함이 존재하였다.

자율프로그램이다 보니 자본이나 유동성 등 계량화된 수치로 측정되는 부분들의 요건은 충족되었으나, 리스크 관리 등의 내부통제 및 감독에 있어서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었다.

실제로 베어스턴스의 경우에도 자본이나 유동성은 CSE 요건을 충족했지만 모기지 관련 자산에 대한 내부통제 및 감독은 부실했고, 리스크 매니저의 전문성 부족 및 리스크 매니저와 트레이더 간의 유착 등의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CSE프로그램 부채비율 통제 없어

더 큰 문제는 CSE 프로그램에는 부채비율에 대한 통제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SE자격이 승인되어 통합감독을 받게 되는 투자은행에 대해서는 본래 투자은행에 대하여 적용되던 증권거래법상 순자본규칙(Net Capital Rule) 대신 보다 규제가 완화된 대체적 방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증권거래법이 개정됨으로써, 투자은행지주회사 산하의 투자은행들은 NCR의 규제마저 받지 않게 된 것이다.

투자은행들이 자기자본의 30배에 달하는 무리한 차입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과도한 고수익 고위험 상품에 투자를 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은 이와 같은 금융감독의 공백으로 인한 것이라고 하겠다. 결국 CSE프로그램은 2008년 9월 말에 폐지되었다.

이와 같은 투자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의 공백은, 자본시장에는 bank run과 유사한 run이 발생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랬기에 자본시장에는 최대한의 자율성을 허용하였으며, 대신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철저하게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랐을 뿐 금융안전망이 직접 개입한 적은 없었다.

예를 들면, 미국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Drexel Burnham Lambert가 1989년 정크본드 투자 실패로 89년 부실화했을 때도 과감히 파산시켰고, 원유 선물로 거액의 손실(64억 달러)을 본 헤지펀드 Amaranth의 경우에도 2006년 해산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과거와는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투자은행들이 위기의 중심에 있고 자본시장형 투자상품이 기폭제가 되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즉, 최근의 금융위기는 자본시장이 역시 run에 노출되어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를 계기로 금융안전망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8년 3월 발표된 미국 재무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관한 blueprint는 FRB에 대해 금융시장 전체의 시장안정자(market stabilizer)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자본시장도 run에 노출될 수 있어



이번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어떻게 보면 너무도 간단하다.

상환능력이 없는 자에게는 대출을 하여서는 안된다는 아주 단순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환능력이 없는 자에 대하여 담보가치만을 근거로 하는 대출을 하는 경우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대출금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너무 뻔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대출이 행하여지고, 또 그런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발행되는 보다 위험한 유동화증권들이 계속 시장에서 발행, 유통됨으로써, 부동산시장에 계속적으로 유동성이 과잉공급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금융상품이 돌려주는 고수익에 눈이 멀어 담보물인 부동산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하여는 아예 눈을 감아버렸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당국은 자율규제라는 명목으로 수수방관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따지고 보면 CDO나 ABCP 같은 유동화증권은 투자은행들의 탐욕을 부풀리는 도구로 쓰여졌던 것일 뿐 그 자체가 위기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실 유동화증권은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부실채권의 처리와 외화도입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효자노릇을 했던 금융상품이기도 하다.

결국은 금융상품 그 자체는 중립적인 것이다. 누가 어떻게 투자하느냐 하는 적정성의 확보가 문제일 뿐이다.

이미현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mhl@leek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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