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얘기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어요"
"의뢰인 얘기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어요"
  • 기사출고 2004.08.3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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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검사에서 로펌변호사로 또한번 변신하는 태지영 변호사]
"검찰에 있을 땐 혐의와 무관한 내용이다 싶으면 중간에 말을 자르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이제는 의뢰인들의 얘기를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들어 보렵니다."

◇태지영 변호사
얼마전까지 서산지청의 여자 수석검사로 이름을 날린 태지영씨가 법무법인 충정의 변호사가 돼 로펌의 의뢰인들을 만나게 된다.

5년전 검사가 되기 위해 면접까지 마치고 입사를 내락받은 모 로펌의 구애를 뿌리친 적이 있다는데, 5년여만에 다시 로펌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최근들어 검찰 출신의 로펌행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검사 출신의 로펌 변호사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상황.

외국변호사를 합쳐 모두 열명의 여자변호사가 있는 충정이지만 여검사 출신은 태 변호사가 처음이다. 충정의 전체 변호사는 70여명.

1999년 3월 판사, 검사, 변호사의 세갈래 길을 놓고 고민하다가 "일과 분위기가 성격에 딱 맞는 것 같아 검사를 택했었다"고 회상하는 태 변호사는 "말을 타고 광야로 달리는 심정으로 로펌의 변호사를 꿈꾸고 있다"고 말한다.

"검찰에 있을 때 '우리가 고성을 사수하는 사이에 남은 광야를 달리며 신천지를 개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고 갈파한 한 검찰 선배의 글을 감명깊게 읽은 적이 있다"는 태 변호사는 충정행을 확정짓고 검찰에 사표를 낸 후인 지난 여름 휴가때 몽고를 방문해 말 달리는 광활한 평원을 몸소 체험하기도 했다.

그가 로펌 변호사로 말을 갈아 탄 심정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사건 접할 수 있는데다 남과 어울려 일하는 것 좋아해 로펌 선택"

또 지난해 2월부터 1년 반 동안 서산지청의 수석검사로 활동한 경험을 들며 서산에서 개업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주저없이 로펌 변호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다양한 사건을 접할 수 있는 로펌의 매력에다 워낙 남과 어울려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단독 개업은 좀 아니라는 얘기다.

앞으로 태 변호사가 주로 활동할 영역은 충정이 최근들어 크게 강화하고 있는 송무 분야.

서울지검 검사장을 지낸 김진환 대표변호사가 지휘하고 있는 충정의 강남 분사무소에 자리를 틀고, 법원과 검찰을 마크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김 대표변호사를 정점으로 하광호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 태 변호사, 고영신 변호사 등 4명의 변호사가 서울 반포동의 최일선에 포진하게 돼 태 변호사의 합류는 강남 분사무소의 허리 부분 보강의 의미도 있다.



검찰에 있을 때 전국 검사의 인사를 담당하는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을 역임하기도 한 김 대표변호사는 이번에 태 변호사를 영입하는 데도 톡톡히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에선 특히 가족간의 범죄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사회가 엉망이 되는 것도 결국은 가족, 가정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못해 그런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미치게 되더군요."

태 변호사는 "비록 로펌에 의뢰되는 사건은 훨씬 복잡하고 규모도 큰 경우가 많겠지만 구조는 검찰에서 다뤄 본 사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업도 그렇고, 경제도 그렇고 기본이 튼튼해야 잘 풀려 나가지 않겠느냐"고 나름대로의 소신을 피력한다.

넘치는 패기에다 검찰에서의 노하우를 겸비한 태 변호사의 충정행은 검찰과 로펌업계 모두 작지않은 뉴스가 되고 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