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로스쿨에 바란다
이화 로스쿨에 바란다
  • 기사출고 2008.10.0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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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희 부장]
돌이켜보면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노정희 부장판사
1990년대 중반, 전문성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률가 양성이라는 목표 하에 로스쿨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한 이래 10년이 훌쩍 넘었으니 말이다. 수많은 찬반 논의가 있었고, 방법론상의 모색이 있었으며, 일부 우여곡절과 갈등을 겪기도 하였다.

내년 3월이면 로스쿨이 개원하게 된다. 이제 그 우여곡절과 갈등의 기반이 되기도 한 모든 관심과 열정을 로스쿨 제도의 성공을 위해 긍정적으로 활용할 때이다. 그동안 로스쿨 제도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을 경주해왔다면 그에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역량을 로스쿨 교육의 구체적인 목표 설정, 그 목표달성을 위한 교과과정, 교육방법 등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데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일찍부터 시설을 확충하고 훌륭한 교수진을 갖추는 등 로스쿨 도입에 철저하게 대비해 온 것으로 안다. 오랜 역사 속에 쌓아온 명성과 연구성과, 그리고 여자대학교의 특성과 사명을 바탕으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특히 생명의료법과 젠더법을 특성화분야로 정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을 안다.

동문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세계적인 안목과 비전을 가진 차세대 여성지도자의 양성이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계속되기를, 로스쿨을 계기로 그 내용이 더 풍성해지기를 바란다. 관심과 애정을 지녔으되 땀을 보탠 바 없으므로 더 무엇인가를 바란다 함이 조심스럽기 그지없지만, 이화 로스쿨의 성공을 바라는 동문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염원을 담아본다.

첫째, 무엇보다 기본은 전문성일 것이다. 학부에서 각 분야별 전문지식을 익히게 한 후 전문적 법률교육을 시켜서 다양한 소양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자는 것이 당초 로스쿨 도입의 취지 중 하나였다. 물론 한 단면을 강조한 데 불과하기는 하지만, 대학입시를 위한 암기 교육에 이어 곧바로 법과대학에서 또는 학원에서 사법시험을 위한 법률해석과 암기 위주의 공부를 하게 됨으로써 그동안 법조인의 전문성 부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학부에서 대학교육을 충실히 이행하여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성숙한 이들에게 강도 높은 법학 이론과 다양한 분야의 실무 중심 교육을 시켜 전문성 있는 법률가를 양성해야 할 것이다.

둘째, 현대사회는 말 그대로 국제화사회이다. 국제거래나 통상 분야에서 법률가들의 역할이 절실할 뿐만 아니라 많은 국제기구들에도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률가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OECD나 ILO 같은 국제기구에서 우리나라의 예산 분담율은 벌써 10위 안팎인데, 이사회에서의 발언권이나 영향력, 사무국에서의 업무관장은 이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한다. 지금도 뛰어난 법률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지만, 이화 로스쿨 교육이 이러한 수요에 부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셋째, 이화 로스쿨이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와 지역사회에의 봉사를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이화여대가 추구해온 정의와 배려의 가치가 이화 로스쿨에서 더욱 구체적인 모습으로 발현되었으면 좋겠다. 그러한 이화 로스쿨에서 사회적 윤리와 책임을 배워 익힌 법률가들이 자신의 직업영역 내에서 양성평등과 인권의식을 실천해 나가는 모습을 기쁜 마음으로 그려본다.

한국사회의 비전을 제시하고 선도할 수 있는 차세대 여성지도자는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뿐만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의 공익적 가치관을 실천하는 법률가일 것이다. 이화 로스쿨이 탁월한 미래의 법률가들이 자신의 의지와 능력을 마음껏 키우고 발현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참으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법률가를 양성하는 장이 되기를, 그래서 이화 로스쿨이 우리 사회의 양심, 우리 사회의 자부심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노정희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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