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美법률시장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美법률시장
  • 기사출고 2008.04.0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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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예고에 美 로펌들 긴축 경영 시작변호사 연봉 , 충원 동결…접대비 축소
지난 몇 년간 미국 로펌들은 미국 경제의 호황에 힘입어 괄목할만한 양적 성장을 이루어왔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이들은 높은 클라이언트 신장률을 바탕으로 매출액과 수익률 모두에 있어 엄청난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이에 따라 변호사들의 연봉 또한 사상 유례가 없는 성장세를 보여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 로펌인 Latham & Watkins의 경우, 1994년부터 2005년까지 430%의 매출 성장률을 이룩함으로써 변호사 수에 있어 미국 최대를 자랑하는 Baker & Mckenzie를 매출액에 있어 앞서는 미국 최초의 로펌으로 기록되었고, 지난 2월에는 이러한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두바이를 비롯한 중동 지역의 세 도시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한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양적 성장 2007년까지 계속

이러한 양적 성장은 지난 2007년에도 계속되어, 미국 Citigroup 계열의 Citi Private Bank Law Firm Group의 분석에 의하면, 지난 1년 동안 미국 로펌들은 평균 1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Skadden, Arps, Slate, Meagher & Flom은 Latham & Watkins의 뒤를 이어 연간 매출 20억 달러 달성을 발표함으로써, 로펌의 매니징 파트너 변호사들에게 대형화에 대한 보다 강렬한 열망을 불어넣기도 하였다. Skadden Arps와 Latham & Watkins의 경우, 파트너 변호사 일인당 매출액이 2천만 달러를 훌쩍 넘겨, 미국 대형 로펌 파트너 일인당 평균 매출액의 두 배에 이른다.

법률시장의 호황은 변호사들의 소득 규모에도 영향을 미쳐, 주요 로펌들의 1년차 변호사의 초봉은 그동안 마지노선이라 여겨졌던 16만 달러를 이미 넘겼으며, 이와는 별도로 일인당 평균 4만 달러 가량의 보너스가 2007년 한해동안 1년차 변호사들에게 지급되었다. 심지어 Skaden Arps를 비롯하여, Hogan & Harton, Arent Fox와 같은 로펌들의 워싱턴 D.C. 사무실에서는 소속 변호사들에게 10만 달러 이상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호황을 바탕으로 클라이언트에게 그동안 금기시 되어왔던 액수인 시간당 1천달러 이상을 청구하는 파트너 변호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일부 로펌에서는 이러한 호황이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 휴스턴 지역의 일부 로펌들은 변호사들의 연말 파티 비용으로 10만 달러가 넘는 비용을 지출해 지역 언론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었다.

법률시장 수요 감소

그러나 이러한 법률시장의 호황도 지난 해로 막을 내렸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보스톤 로펌인 Goodwin Procter의 경영진은 "로펌 경기의 불황 시작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가 미국의 자본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강타하면서, 법률 시장 전반에 거쳐 시장 수요가 눈에 띄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실상 지난해 3 · 4분기부터 시작됐다. 각 로펌별로 살펴보면, Goodwin Procter의 경우 M&A 분야의 업무가 확연하게 감소하였으며, WilmerHale의 경우에는 신주발행(IPO)시장에서의 업무가 감소하였고, Orrick, Herrington & Sutcliffe의 경우 자산 유동화(ABS)시장에서의 업무가 지난 해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Reed Smith 역시 주력 업무 영역 중에 하나인 부동산 금융 시장에서의 업무가 감소하였으며, 심지어 Latham & Watkins 역시 지난 해 후반기부터 M&A등과 같은 일부 영역에서 업무가 줄어들기 시작하였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지난 해까지 일관된 상승세를 보여왔던 1년차 변호사들의 연봉도 올해부터는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로펌들의 경우, 2006년 하반기와 2007년 상반기에 이미 선발해놓은 1년차 예비 변호사들의 약정 연봉액을 맞추기 위해, 부득이 파트너 변호사들에게 돌아갈 수익 배분액을 감소시키는 고육책을 택하기도 하였다.

Reed Smith의 국제담당 파트너에 따르면,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파장이 세계 경제 전체로 파급되면서 이러한 성장 둔화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일부 로펌들의 경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거나 서브 프라임 모기지 관련 소송, 외국인 직접 투자 등과 같이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업무 영역으로 눈을 돌리고는 있으나, 이러한 전통적인 대안으로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헤쳐나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파산시장도 이전같지 않아

특히 과거 경기 불황기에는 소송이나 파산 관련 시장의 호황으로 로펌들이 일정 수준의 매출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법률 컨설팅 전문 업체인 Hildebrandt International Inc.의 분석에 의하면, 올해의 경우 소송이나 파산 관련 시장이 충분히 성숙되어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법률시장의 'Perfect Storm'이 예상된다고 한다. 심지어,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상당수의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외국 투자자 등의 투자를 유치하여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파산 관련 시장의 활성화는 아예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많은 로펌들이 내적 성장을 도모함과 동시에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에 나섰으며,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클라이언트 개발을 위한 접대비 등을 삭감하고 있다.

Greenberg Traurig 같은 로펌은 변호사 연봉을 동결하기로 이미 발표한 바 있으며, WilmerHale은 변호사의 결원이 발생해도 더 이상 이를 충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McCarter & English 와 Proskauer Rose와 같은 변호사수 300 ~ 400명 내외의 중형 로펌들의 경우 2008년 변호사 선발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추가하여 Bear Sterns, Carlyle Capital등의 위기로 인하여 증권 · 기업 시장 및 관련 법률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어서 2008년 이후의 법률시장에 대하여 많은 로펌들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법무법인 바른 강북사무소(KIM, CHANG & LEE)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kimchangl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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