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필과 미드
석호필과 미드
  • 기사출고 2008.03.0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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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선 변호사]
"'석호필'을 아십니까? 그리고…등을 아십니까? 10개 가운데 6개 정도를 아시면 그것은 최근의 젊은 세대를 상당히 이해하시는 분이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최병선 변호사
얼마 전 유명한 신문기자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강사가 강의를 시작함에 있어서 청중들에게 제시한 내용이다. 강사는 '석호필' 등 최신 인터넷 상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를 10개 제시하였고, 그 가운데 6개 정도를 제대로 알면 '신세대'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앞의 질문에 당당히(?) 10개 가운데 3개 정도를 명확히 또는 그런대로 알고 있었고 3개 정도는 대략 추측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4개는 전혀 무엇인지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필자는 최근의 젊은 세대를 이해함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가 세대 간의 문화적인 이해 측면에서만 문제된다고 할 것은 아니고 법률의 적용에서도 문제가 되리라는 생각이다.

"법률의 적용서도 문제"

최근의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전례가 없을 만큼 고령화가 빨리 이루어져, 심지어 '고령화사회'가 아니라 벌써 '고령사회'에 들어섰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구세대와 신세대의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도 빠른 것으로 생각된다. 나아가 세대간의 이른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현상'도 급속히 확대되고, 기성세대의 역할 상실과 소외감도 그 어느 나라에서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어느 새 고교생인 아들 녀석과 공통된 대화의 주제가 갈수록 고갈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최근 아들 세대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약어를 보면 더욱 더 그렇다. 예전에도 한자어의 경우에만 이를 줄여서 사용하고는 하였다. 그렇지만, 얼마 전부터인가 한자어가 아닌 모든 용어 심지어는 외래어나 외국어 또는 그 혼합어도 줄여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한 경향은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부터 더욱 빨리 퍼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하는 TV 연속극 즉 '美國 연속극(Drama, 드라마)'를 '미드'라고 사용하게까지 된 것이 그 예다. 나아가 그러한 '미드'에 심취한 사람을 의미하는 '미드 폐인'이라는 용어도 심심하지 아니하게 들린다. '폐인'의 최초의 의미는 부정적으로 인터넷에 빠져 다른 일을 못하는 백수를 의미하는 듯 하였으나 언제부터인가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 내지는 중독자(이른바 '마니아')를 의미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네티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수준으로까지 격상된 것으로 이해된다.

'석호필'은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라는 미국 연속극의 주인공인 '웬트워스 밀러(Wentworth Miller)'의 극속에서의 이름인 'Michael Scofield'에서 나온 것으로 그 발음을 한글로 적은 것이라고 하겠다. 본래 '석호필'은 'Frank W. Schofield'라는 이름의 영국 선교사의 한글 이름으로서 일제 강점기에 한국에 와서 살면서 일제의 포악성을 세계에 알린 인물의 한국 이름이라고 한다. 네티즌들은 이 '프리즌 브레이크'까지도 줄여서 '프벡' 또는 '프뷁'이라고까지 부르고 있다.

'법도 가깝고, 주먹도 가깝다'

프리즌 브레이크는 동생이 형을 감옥으로부터 탈옥시키려는 과정을 배경으로 만든 연속극이다. 형은 평상시에도 불량한 생활을 하였으며 살인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형이 동생인 자신을 공부시키기 위하여 금전을 차입하였다가 이를 갚지 못하여 그러한 불량한 생활에 빠지게 되었으며 살인을 하지 아니하고도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생(석호필)은, 사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형을 탈옥시키기 위하여, 일부러 범죄를 저지르고 형이 수감되어 있는 감옥에 간다. 그리고 탈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텔레비전 연속극으로 만든 것으로 지금도 미국에서 방영 중인데 미국에서 방영하자마자 바로 그날 인터넷에 뜬다고 한다. 여기서는 시쳇말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가 아니라 '법도 가깝고 주먹도 가까우나 둘 다 모두 내편이 아니다'라는 데 문제가 있다. 법에 의하여도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은연중에 법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는 것이다.

보는 내내 시청자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고 한 편이 끝나면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연속극이기는 하다. 그래서인가 최근에는 중국에서 한류(韓流)가 사라지고 '미드'가 득세하고 있다는 신문기사가 나기도 한다. 제 정신이 아닌 주인공들이 출몰하여 그들이 중간 중간에 이루어내는 위법 아니 통상적인 법률로는 해석이 아니 될 만큼 초법적이거나 광포한 장면들이 나와야지만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 최근의 미국 영화나 연속극의 특성이라고 할 것인데, 이 연속극의 경우에도 예외 없이 그러한 위법 내지 초법적이고 광포한 장면들이 수시로 시청자를 섬뜩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배경이 미국의 교도소라는 점을 전제하면 그러한 섬뜩함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고 볼 수 있으나, 교도소는 형사법을 집행하는 선두에 있는 기관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면, 이른바 '법의 지배'가 이루어지는 나라임을 자랑하는 미국의 교도소임에도 불구하고, 법률의 적용함에 있어서 허점투성이임을 발견하게 된다.

20대를 중심으로 한 네티즌들은 주로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는 반면 50대 이상은 주로 공중파나 신문 기타 언론매체를 이용하여 정보를 얻기 때문에 얻는 정보의 내용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게 되기 때문에 미처 느낄 여유도 없이 세대간의 분리가 일어나고 있다.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기호나 생활방식의 차이가 서로 이해하는 바의 차이를 만들고 나아가 도덕관념의 변화까지 만들며 그 변화는 계속 더 빨리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 생각하니,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전통적 명제가 현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라면 과연 우리의 현행 법률이 이러한 세대차와 도덕관념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고 있는 것인가 의문을 가져 본다.

최병선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bschoe@shin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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