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In] "금리인상, 원격근무에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
[로펌 In] "금리인상, 원격근무에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
  • 기사출고 2023.05.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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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Blank Rome, '해외부동산투자 리스크 대응' 세미나 개최

A증권사와 B자산운용사는 코로나 발생 전 미국 유명 호텔을 사모펀드를 통해 인수하기로 약정했다. A증권사는 대표주관사이자 수익증권 총액인수자로, B자산운용사는 펀드설정 및 운용자로 역할하기로 했다. 이후 호텔매도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으로 약 8백만 달러를 초기 예치금(Soft Deposit)과 추가 예치금(Hard Deposit)으로 나눠 지급했다. 양사는 매매잔금 마련을 위해 현지에서 대출을 진행했으나 코로나가 본격화하면서 자금조달에 실패했고, 계약금 전액을 몰취당했다. 호텔 인수가 무산된 후 양사는 몰취된 금액에 대한 책임비율을 놓고 합의에 실패, 소송을 진행했다.

A사는 초기 및 추가 예치금 공히 절반씩 부담이라는 입장인 반면, B사는 초기 예치금 1/2은 맞지만, 추가금은 총액인수자인 A사 단독부담이 타당하다고 맞섰다. 1심에서는 A사가 이겼고, 항소심은 B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지난 4월 13일 '심리불속행기각' 판결로 B사에 최종 승소 결과를 안겼다. 대법원은 우선 업무협약서에 초기 예치금을 1/2씩 부담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추가 예치금에 대한 내용은 없다는 점. 둘째, 추가 예치금을 용역비용 또는 초기 예치금과 완전히 동일한 성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 셋째, 에스크로계약서에 초기 예치금은 1/2 부담, 추가 예치금은 A사가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B사를 대리해 이 사건을 수행한 법무법인 바른의 김도형 변호사(사법연수원 34기)는 "이 판결은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서 대표주간사이자 총액인수자인 증권사와 펀드 운용회사인 자산운용사간 역할 및 책임에 대해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해외부동산 대체투자에 있어 계약서 검토가 관건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결론은 추가 예치금에 대한 부담은 총액인수자인 증권사가 부담한다는 것이었지만, 이 결론이 다른 사건에도 무조건 통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법원이 이런 판단을 한 결정적 이유가 거래관행이나 각 당사자간 형평에 따른 것이 아니라 에스크로계약서상 계약 문구에 기초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5월 2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법무법인 바른-블랭크 롬 주최 '해외 부동산투자 리스크 대응' 세미나에서 제이슨 김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5월 2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법무법인 바른-블랭크 롬 주최 '해외 부동산투자 리스크 대응' 세미나에서 제이슨 김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이 5월 2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미국 로펌 블랭크 롬(Blank Rome LLP)과 공동으로 '해외부동산투자 리스크 대응' 세미나를 개최했다. 블랭크 롬은 뉴욕과 LA를 포함해 전 세계 14개 지역에 650명 이상의 변호사를 보유한 로펌으로, 바른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심각한 침체상황을 겪고 있는 미국 상업 부동산시장을 진단하고, 미국 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기관들의 리스크관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세미나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김도형 변호사는 위 사례를 중심으로 '해외부동산투자 관련 손실 판매사와 자산운용사간 책임 문제'를 발제했다. 또 블랭크 롬의 제이슨 김 변호사가 '침체된 미국 부동산자산 처리에 관한 법률이슈'에 대해, 바른의 정경호 변호사(32기)가 '해외부동산투자시 주의점-정보접근권과 통제권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제이슨 김 변호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COVID 19로 인한 대규모 퇴사, 유례없는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기준금리 인상 등 각종 악재들로 인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고, "특히 COVID 19 이후에도 원격근무 등이 계속되면서 오피스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이로 인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초대형 부동산 자산운용사들 중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미국은 주별로 독자적인 법 체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내가 투자한 부동산이 위치한 지역에 정통한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에 투자한 부동산의 처분을 둘러싼 다툼이 생겼을 경우 법률적 해결방안과 그 밖의 방안으로 구분해 접근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인해 부채를 갚지 못하는 채무자들에 대한 채권회수 방식으로 'workout', 'receivership', 'Assignment for Benefit of Creditors', 'Judicial Foreclosure', 'Non-judicial Foreclosure', 'Liquidation' 등을 소개했다.

정경호 변호사는 "해외 부동산 투자를 할 때 담보권과 수익율에 영향을 미치는 계약조건에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리스크가 현실화되었을 때를 대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었던 정보접근권 같은 계약조건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역외펀드를 통한 투자에서는 해외 운용사와의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그 펀드의 통제권을 확보할 방안이 있는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사전검토해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을 비롯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서 해외부동산투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 약 70명이 참석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