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40년 넘게 키운 딸, 알고보니 산부인과에서 뒤바뀌어…병원에 배상책임 인정
[의료] 40년 넘게 키운 딸, 알고보니 산부인과에서 뒤바뀌어…병원에 배상책임 인정
  • 기사출고 2023.03.2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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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위자료 1억 5천만원 지급 판결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뀌어 친자식이 아닌 딸을 친자식으로 알고 40여년간 키워온 부모가 뒤늦게 병원으로부터 배상을 받게 됐다.

A(여)씨는 1980년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산부인과 의원에서 여자 아기를 출산했다. 이 산부인과 간호사는 당시 병원에서 A씨 부부에게 신생아라며 C양을 넘겨줬다. A씨 부부는 C를 친딸로 알고 줄곧 양육했다.

그러나 A씨 부부는 2022년 4월경 C의 혈액형이 자신들의 혈액형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갈등을 겪어오다가 5월 10일경 가족 모두가 유전자검사를 받았다. 유전자검사결과 A와 C 사이에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에 A씨 부부와 C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산부인과 원장을 상대로 소송(2022가단248237)을 냈다.

서울서부지법 김진희 판사는 2월 22일 "산부인과 원장은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각각 5,000만원씩 모두 1억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강동관 변호사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김 판사는 "아이가 출생 병원에서 퇴원 후 자라는 동안 다른 아이와 뒤바뀌는 일은 경험칙상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A가 피고 의원에서 출산한 사실이 인정되고 친자로 알고 키워온 C와 사이에 친자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고 의원에서 A가 출산한 신생아와 C가 뒤바뀐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원고 부부에게 친생자 아닌 C를 인도한 것은 피고 자신이나 또는 그가 고용한 간호사 등의 과실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는 불법행위자 본인 또는 사용자로서 원고 부부 및 C에게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40년이 넘도록 서로 친부모, 친생자로 알고 지내 온 원고들이 생물학적 친생자 관계가 아님을 알게 됨으로써 받게 될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클 것임은 경험칙상 인정된다"고 지적하고, 의무기록이 폐기되어 A 부부의 친생자와 C의 생물학적 친부모를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 A 부부가 C의 혈액형이 자신들로부터 나올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되어 한 동안 불화를 겪기도 한 점 등을 고려, 위자료 액수를 원고 1인당 각 5,000만원으로 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