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합작법무법인 1호, Ashurst-화현 JV 출범
[스포트라이트] 합작법무법인 1호, Ashurst-화현 JV 출범
  • 기사출고 2023.03.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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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장개방 2단계 게임체인저 되나?

2월 2일 저녁 서울 강남의 조선 팰리스 호텔 3층의 더 그레이트 홀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S오일 등 한국 주요 기업의 사내변호사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한-외 합작법무법인 1호인 영국의 애셔스트(Ashurst)와 법무법인 화현의 애셔스트화현 합작법무법인의 출범을 축하하는 자리로, 이날 기념행사는 국내외 로펌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애셔스트화현 합작법무법인이 양사의 고객들에게 좀 더 진일보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신경식 법무법인 화현 대표변호사)

2011년 한국 법률시장이 개방된 지 12년 만에 한국 로펌과 외국 로펌의 합작법무법인이 등장했다. 서울에 사무소를 열어 약 30개의 영미 로펌이 진출해 활동하고 있지만, 한-외 합작법무법인의 출범은 이번에 문을 연 애셔스트화현이 1호다. 이날 기념행사엔 법무법인 김장리의 제강호 변호사, 법무법인 피터앤김의 한민오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의 김연학 변호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백철호 부사장 등 주요 로펌과 회계법인 관계자들도 여러 명 참석했다.

한국변호사 채용도 가능

2016년 3월 개정되어 그해 7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외국법자문사법에 근거를 둔 합작법무법인은 합작 참여 외국 로펌의 본국법과 국제법에 대한 자문은 물론 송무와 노무, 지식재산권 등 일부 업무를 제외한 한국법에 대한 자문도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이 점이 단독으로 서울에 사무소를 열어 진출한 영미 로펌 등의 여러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와 다른 점이며, 합작법무법인에선 한국변호사를 채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해 11월 29일 법무부로부터 합작법무법인 설립인가를 받은 애셔스트화현 합작법무법인이 2월 2일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에서 기념행사를 열고 본격 출범했다. 외국법과 국제법은 물론 한국법도 자문하고, 한국변호사 채용도 가능한 합작법무법인의 출범이 한국시장에서의 섭외 법률서비스 제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애셔스트와 법무법인 화현의 주요 변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법무부로부터 합작법무법인 설립인가를 받은 애셔스트화현 합작법무법인이 2월 2일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에서 기념행사를 열고 본격 출범했다. 외국법과 국제법은 물론 한국법도 자문하고, 한국변호사 채용도 가능한 합작법무법인의 출범이 한국시장에서의 섭외 법률서비스 제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애셔스트와 법무법인 화현의 주요 변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기념 리셉션에서 만난 애셔스트와 화현의 관계자들도 합작법무법인의 이러한 강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애셔스트의 글로벌 한국 프랙티스 헤드인 존 김(John Kim) 뉴욕주 변호사는 "애셔스트의 글로벌 클라이언트들이 한국에 투자하거나 한국에서 사업을 할 때 별도의 한국 로펌을 선임하지 않고 외국법부터 한국법 이슈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로 매우 효율적으로 자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화현과 합작법무법인을 성사시킨 배경을 설명했다.

또 합작법무법인 한국 측 대표인 화현의 신경식 대표변호사는 "화현의 기존 클라이언트들이 해외투자 등 아웃바운드 업무와 관련해 자문이 필요하면 애셔스트화현 합작법무법인에서 한국법 자문은 물론 애셔스트의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영미법 등에 대한 원스톱 자문이 가능할 것"이라고 합작법무법인 출범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26년 우정의 결실

애셔스트화현 합작법무법인 출범은 예전부터 가깝게 알고 지내온 존 김과 신경식 대표의 개인적인 친분이 밑바탕이 되어 합작법무법인 성사로 이어졌다고 한다. 수원지검 검사장을 끝으로 변호사가 된 신경식 대표가 검찰에 있을 때인 1998년 뉴헤이븐에 있는 코네티컷주 검찰청에 파견갔을 때 NYU 로스쿨(JD)을 마치고 뉴욕의 Cravath, Swaine & Moore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던 존 김 변호사의 자동차를 빌려 쓸 정도로 가까웠던, 26년째 이어지고 있는 두 사람의 우정이 합작법무법인 1호를 탄생시킨 것이다.

"신뢰 있어야 성공할 수 있어"

존 김 변호사는 "합작법무법인은 무엇보다도 양측의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지분율의 한계 등 합작법무법인 출범에 여러 제한적인 요소도 있지만 우리는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기에 합작법무법인을 출범시킬 수 있었고,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애셔스트와 화현의 고객들에게 보다 확장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shurst가 먼저 제안

합작법무법인 아이디어는 애셔스트 측이 먼저 제안했다. 이때가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기 전인 2019년으로, 약 3년 만에 옥동자가 탄생한 셈이다. 화현 관계자는 "이왕 합작법무법인을 출범시킬 거라면 1호로 출범시키자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고 소개하고, "하지만 처음 시도하는 1호 로펌인지라 관련 서류나 절차 등 준비할 것이 많았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적지 않게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설명했다.

◇Ashurst의 글로벌 CEO인 Paul Jenkins(좌)와 법무법인 화현의 신경식 대표변호사가 애셔스트화현 합작법무법인 출범의 의미와 향후 업무수행 계획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Ashurst의 글로벌 CEO인 Paul Jenkins(좌)와 법무법인 화현의 신경식 대표변호사가 애셔스트화현 합작법무법인 출범의 의미와 향후 업무수행 계획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Ashurst는 1822년 영국에서 설립되어 호주 로펌과 합병한 200년 역사의 다국적 로펌이다. 400명이 넘는 파트너를 포함해 1,800명 이상의 변호사가 포진한 변호사 수 기준 세계 14위의 거대 로펌이다. 또 판, 검사 출신 변호사와 함께 기업법무 전문가 등이 포진한 화현은 기업법, 지식재산권과 기술, 분쟁해결 등의 업무를 활발하게 수행하는 탄탄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30명이 조금 넘는 변호사가 포진한 가운데 신경식 대표와 함께 성낙송 전 사법연수원장, 이봉구, 김태용, 박성열, 하성화 변호사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더현대 서울'에 사무실 공사중

애셔스트화현엔 애셔스트 측 대표인 국제중재 등 분쟁해결 전문의 Ronnie King 영국변호사와 코퍼릿 M&A 그룹의 김희연 미국변호사가 각각 도쿄와 홍콩에서 서울로 옮겨와 상주하며, 코퍼릿 변호사이자 분쟁해결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홍콩사무소의 존 김도 외국법자문사(FLC) 승인이 나는 대로 서울로 합류하게 된다. 애셔스트화현은 서초동에 위치한 화현 본사에 사무실을 마련한 가운데, 여의도의 더현대 서울에 합작법무법인 사무실을 공사중에 있다.

◇왼쪽부터 성낙송 법무법인 화현 대표변호사와 합작법무법인의 Ashurst 측 대표를 맡은 Ronnie King 영국변호사, Ashurst 한국팀 팀장으로 서울에 상주할 예정인 존 김 뉴욕주 변호사
◇왼쪽부터 성낙송 법무법인 화현 대표변호사와 합작법무법인의 Ashurst 측 대표를 맡은 Ronnie King 영국변호사, Ashurst 한국팀 팀장으로 서울에 상주할 예정인 존 김 뉴욕주 변호사

애셔스트 측 변호사들의 면면에서 알 수 있듯이 애셔스트화현은 한국 기업과 글로벌 클라이언트의 국제중재 등 분쟁사건, 크로스보더 M&A 사건을 주된 업무분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화현 변호사들의 한국법 자문을 더해 인바운드, 아웃바운드를 포괄하는 원스톱 서비스로 국내외 클라이언트들의 자문수요에 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NYU 로스쿨 최우등 졸업

존 김 변호사는 NYU 로스쿨을 최우등 졸업하고 뉴욕 로펌 중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Cravath, Swaine & Moore에서 변호사생활을 시작한 한국계 미국변호사로, Cravath에서도 최고의 어소 변호사로 선정되는 등 이름을 날렸다. 이후 김앤장, 법무법인 율촌을 거쳐 애셔스트 홍콩사무소에서 한국팀장을 맡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그의 오래된 클라이언트로, 김앤장 시절부터 앨라배마, 브라질, 멕시코, 인도, 폴란드 등의 현대차 해외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단골로 자문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 런던에서 서울로 날아와 기념식에 참석한 Ashurst의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인 폴 젠킨스(Paul Jenkins)는 JV 출범과 관련해 "한국 로펌과 손을 잡는 첫 번째 케이스인 Ashurst와 화현의 합작법무법인 설립은 Ashurst의 아시아 지사와 글로벌 본사 모두에게 뜻깊은 진전이며,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으로 꼽히는 한국에서 성장하고자 하는 Ashurst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Ashurst의 글로벌 강점과 화현의 지역적 전문성을 결합한 이번 파트너십이 고객사의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사업의 기회를 확장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화현의 신경식 대표는 또 "Ashurst는 아시아 지역은 물론 전 세계 시장을 목표로 뚜렷한 비전과 전략을 갖고 있는 세계적 로펌이며, 화현 또한 해외 사업에 대한 큰 포부를 품은 한국의 중견 로펌"이라며 "이번 합작법인 설립이 양사의 비전 실현에 중대한 포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고객의 수요에 부응하는 차별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고객 중심의 생각 끝에 합작법무법인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합작법무법인 설립이 고객 우선의 결정이었음을 강조하고, "Ashurst와의 실시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韓 중견 로펌들도 관심

애셔스트화현 합작법무법인이 성공적으로 출범하며 한국의 중견 로펌과 한국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영미 로펌들 사이에 합작법무법인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외국법자문사법 개정 당시엔 외국 합작참여자의 경우 합작법무법인의 지분을 최대 49%까지만 확보할 수 있는 지분 제한 등의 이유로 관심을 보이는 외국 로펌이 드물었으나, 한국 법률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며 다시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에선 합작법무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한국 로펌의 구체적인 이름이 거론될 정도다.

◇주요 기업의 사내변호사와 로펌 관계자들이 2월 2일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해 애셔스트화현 합작법무법인의 출범을 축하하고 있다.
◇주요 기업의 사내변호사와 로펌 관계자들이 2월 2일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해 애셔스트화현 합작법무법인의 출범을 축하하고 있다.

외국 로펌 사정에 밝은 한국 로펌의 한 중견 변호사는 "외국 로펌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합작법무법인에서의 지분이라기보다 합작법무법인 설립을 통한 매출 증가 등 시너지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한국 로펌 중에도 중견 로펌을 중심으로 대형 로펌 위주의 현재의 시장판도를 극복하고 법률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외국 로펌과의 합작법무법인 설립에 관심이 큰 로펌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시장 개방 10년 넘어

애셔스트화현이 시동을 건 합작법무법인이 법률시장 개방 2단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인가? 법률시장 개방 10년을 넘기며 한국 로펌과 외국 로펌의 합작법무법인이 다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