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강판 가격담합' 전 유니온스틸 장세주 회장, 회사에 45억 배상하라
[상사] '강판 가격담합' 전 유니온스틸 장세주 회장, 회사에 45억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3.03.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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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담합행위 감시의무 위반"

동국제강의 계열사였던 철강제조 · 가공업체 유니온스틸의 아연도강판 등 가격담합과 관련, 당시 유니온스틸의 대표이사였던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회사에 45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가격담합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으로, 재판부는 가격담합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등 대표이사로서 마땅히 기울였어야 할 감시의무를 게을리했다고 판단했다.

주주대표소송 원고 청구 인용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2월 10일 유니온스틸 주주 A씨가 장 회장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의 환송 후 원심(2021나2043409)에서 "장 회장은 동국제강에 4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유니온스틸은 A씨가 이 소송을 제기한 후인 2015년 1월 동국제강에 흡수합병되어 해산했다. A씨는 2014년 4월 유니온스틸의 발행주식 10,355,482주 중 1,320주를 취득하여 보유하고 있다가, 위 흡수합병에 따라 2015. 12. 31.을 기준으로 동국제강 발행주식 95,358,542주 중 2,636주(=합병으로 교부받은 신주 2,346주+기존에 보유하던 주식 290주)를 보유하게 되었고, 이후 A씨는 위 2,636주 중 일부를 처분, A씨가 보유한 동국제강 주식은 1주이나 재판부는 원고적격이나 A씨의 제소의 효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유니온스틸은 2004년 1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다른 업체들과 아연도강판과 냉연강판, 칼라강판의 기준가격 등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2013년 1∼4월 3차례에 걸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모두 320억 4,300만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가 유니온스틸의 감사위원들에게 '유니온스틸의 담합행위가 있었던 2004년 1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재임하였던 이사들 중 장 회장 등 5명에 대하여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할 것을 요청한다'는 소제기 청구서를 보냈으나, 유니온스틸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회신하자, A씨가 "장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에 대한 감시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과징금 합계액인 약 32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399조 제1항). 주식회사의 이사는 담당업무는 물론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할 의무가 있으므로 스스로 법령을 준수해야 할 뿐 아니라 다른 업무담당이사들도 법령을 준수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감시 · 감독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특히 대표이사는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으므로(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1항), 모든 직원의 직무집행을 감시할 의무를 부담함은 물론,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대표이사를 비롯한 업무담당이사의 전반적인 업무집행을 감시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 따라서 다른 대표이사나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감시의무를 위반하여 이를 방치한 때에는 이로 말미암아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른 배상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판결(2006다68636)을 인용, "이사의 감시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의 규모나 조직, 업종, 법령의 규제, 영업상황 및 재무상태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는데,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대규모 회사에서 대표이사 및 업무담당이사들이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다른 이사들의 업무집행에 관한 감시의무를 면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그러한 경우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이하 '내부통제시스템'이라 한다)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위와 같은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하더라도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 · 감독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다른 이사의 위법하거나 부적절한 업무집행 등 이사들의 주의를 요하는 위험이나 문제점을 알지 못하였다면, 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러한 내부통제시스템은 비단 회계의 부정을 방지하기 위한 회계관리제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사업운영상 준수해야 하는 제반 법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그 준수 여부를 관리하고, 위반사실을 발견한 경우 즉시 신고 또는 보고하여 시정조치를 강구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되어야 한다"며 "특히 회사 업무의 전반을 총괄하여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 · 감독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대표이사가 회사의 목적이나, 규모, 영업의 성격 및 법령의 규제 등에 비추어 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임에도 이와 관련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위와 같은 시스템을 통한 감시 · 감독의무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다른 이사 등의 위법한 업무집행을 방지하지 못하였다면, 이는 대표이사로서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의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니온스틸은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로서 대표이사 아래 영업총괄담당임원 · 기획담당 임원 · 재무회계담당임원 · 자재담당임원 등을 두어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조직구조를 갖추고 있고, 그 위임전결 권한 기준표 등에 따르면 이 사건 담합과 관련 있는 철강제품의 판매가격 조정 및 할인 등에 관한 사항은 관장임원이 전결로 처리하도록 되어 있으며, 대표이사인 피고가 담합행위를 공식적으로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오랜 기간 영업담당임원과 영업팀장 모임을 통하여 여러 품목에 관하여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가격담합이 이루어졌음에도, 가격담합에 직접 관여한 임직원들은 대표이사인 피고를 비롯한 다른 임직원들로부터 그 어떠한 제지나 견제도 받지 않았는데, 이는 회사의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 · 감독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대표이사인 피고가 가격담합 행위를 의도적으로 외면하였거나 적어도 가격 담합의 가능성에 대비한 그 어떠한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유니온스틸은 높은 법적 위험이 있는 가격담합 등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이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으며, 유니온스틸에서 지속적이고도 조직적인 담합이라는 중대한 위법행위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대표이사인 피고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여 미연에 방지하거나 발생 즉시 시정 조치를 할 수 없었다면, 이는 회사의 업무집행과정에서 중대한 위법 · 부당행위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그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이를 이용하여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 · 감독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며 "피고는 유니온스틸의 대표이사로서 담합행위와 관련하여 임직원들에 대한 감시 · 감독을 게을리하였을 뿐 아니라, 유니온스틸의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거나 위와 같은 시스템을 통한 감시 · 감독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등으로 감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내부통제시스템으로 구축하였다고 주장하는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회계정보의 작성과 공시를 위한 것으로 대체로 회계 분야에 한정되어 있고, 2003년 제정한 윤리규범은 임직원의 직무수행에 관한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지침에 불과하며, 그 밖에 주장하는 사외이사 · 감사 선임 및 운영, 이사회를 통한 의사결정 등은 가격담합 등 위법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고 위법행위가 의심되거나 확인되는 경우 이에 관한 정보를 수집 · 보고하고 나아가 위법행위를 통제하는 장치로서 기능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표이사인 피고가 담합행위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였고 임원들의 행위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고, 위와 같이 피고가 대표이사로서 마땅히 기울였어야 할 감시의무를 지속적으로 게을리한 결과 유니온스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라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한 동국제강에게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이때 유니온스틸에게 발생한 손해는 피고가 감시의무를 위반하여 담합행위를 방지하지 못한 결과 유니온스틸에 부과된 과징금 32,043,000,000원이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가 임직원들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이를 조장하거나 방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감시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는 점 등을 감안, 장 회장의 책임을 45억원으로 제한했다.

법무법인 지향이 A씨를, 장 회장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