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의 내용과 의미
[디지털금융]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의 내용과 의미
  • 기사출고 2023.02.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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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의 본격적인 제도화 시작"

그동안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 등 디지털자산의 규율을 위한 법률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되어 왔고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어 왔다. 그러나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규제하는 특정금융정보법에 가상자산 관련 규정이 신설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다만, 최근에 '디지털자산의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안'이 제안되는 등 관련 법률 제정이 적극 추진되고 있어 업법권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디지털자산 시장의 거래질서 조성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입법이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상 증권 규제 적용대상

이와 함께 디지털자산 중 이른바 '증권형 토큰'의 정의 및 그 취급과 관련한 시장의 혼란을 정리하고, 이를 규제 체제 안으로 포섭하여 활성화시켜야 된다는 논의가 계속되어 왔는데, 드디어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이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2023. 2. 6.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이 포함된 「토큰 증권(Security Token) 발행 · 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분산원장 또는 유사한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자산의 증권 여부 판단원칙을 제시하고, 증권에 해당하는 '토큰 증권'에 대하여는 자본시장법의 증권 규제의 적용대상임을 명확히 하는 한편, 향후 토큰 증권이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의 규율 하에서 발행 · 유통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종수(좌) · 이정명 변호사
◇윤종수(좌) · 이정명 변호사

디지털자산의 증권 여부 판단원칙

우선 가이드라인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을 '토큰 증권'으로 정의하고, '증권'은 그 발행 형태를 불문하고 자본시장법의 규율대상에 해당하므로 토큰 증권에 대하여도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관한 규제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자산의 증권 여부 판단원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는데, 기본방향은 지난해 4월에 발표되었던 조각투자 가이드라인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디지털자산이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권리를 표시하는 방법이나 형식, 특정 기술과 관계없이 디지털자산이 표창하는 권리의 실질적인 내용을 기준으로 결정되므로 판단이 쉽지 않았다. 특히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 등 정형화된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 투자계약증권은 포괄주의 규제원칙에 기반한 개념인데다가 그 적용례가 거의 없어 판단에 더 어려움이 많았다.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가이드라인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을 다음과 같이 5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i)공동사업: 수평적 공동성(2인 이상 투자자 간의 수익 관련성이 있는 경우) 또는 수직적 공동성(투자자와 발행인 간의 수익 관련성이 있는 경우)이 있는 경우 공동사업 해당, (ii)금전 등 투자: 투자되는 금전 등은 반드시 법정통화(금전)일 필요는 없으며, 법정 통화와의 교환 가능성, 재산적 가치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iii)주로 타인이 사업 수행: 타인(발행인)의 노력이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고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필수적인 경영상의 노력이어야 함. 투자자가 사업 일부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사업의 대부분의 사항에 대한 정보비대칭성이 있는 경우 주로 타인이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음, (iv)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의 권리: 발행인이 투자자에게 사업 수익을 직접 분배할 것을 명시적 · 묵시적으로 약속하거나, 발행인이 제3자와의 계약 등을 바탕으로 해당 제3자가 투자자에게 사업 수익을 분배할 것을 약속하는 등 투자자와 발행인 간 계약에 따른 수익 청구권이 인정되어야 함. 투자자의 권리가 스마트계약을 통해 이행되나 그 스마트계약의 구현을 계약으로 약속한 발행인이 있다면 발행인에 대한 계약상 권리로 해석 가능. 장래 일정 시점이 도래하거나 일정한 객관적 조건(예: 매출액 목표)이 달성될 경우 사업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 받기로 계약한 경우도 포함될 수 있음, (v)이익획득 목적: 투자자는 투자 이익을 목적으로 금전 등을 투자하였어야 함.

◇토큰 증권과 디지털자산의 규율체계
◇토큰 증권과 디지털자산의 규율체계

개념의 모호성이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구체적인 예시도 제공하고 있어 판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금융당국이나 사법부의 구체적인 판단사례가 축적되면 증권성 판단이 좀 더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토큰 증권 규제와 금융규제 샌드박스

토큰 증권이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 이상 현행 법령상 증권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현행 제도 하에서 전자증권법상 계좌관리기관이 모든 장부상 정보를 관리하지 않고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는 무권화는 허용되지 않고 있으므로, 전자증권법 개정 전까지는 실물발행 형태의 유가증권 또는 전자등록방식의 전자증권 발행만 가능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토큰 증권을 발행 · 유통하려면 예외적으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따른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한시적인 규제특례를 적용받으면서 사업기회를 최대 4년 동안 테스트해보는 방법 밖에 없다.

이번 토큰 증권 정비방안의 내용을 감안하면 토큰 증권과 관련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좀 더 전향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기대되므로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위해서는 토큰 증권의 발행 · 유통 사업이 독창성과 혁신성 측면에서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소명해야 하므로 사업내용을 잘 구성해야 한다.

덧붙여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더라도 이후 규제특례 내용이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제도화되지 않는 경우 결국 최대 4년 이후 사업을 중단해야 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가이드라인이 밝힌 토큰 증권의 발행 · 유통 규율체계 정비방향이 충실히 반영된 내용으로 사업내용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의할 점은 토큰 증권에 대하여 현행 전자증권법상 효력을 부여하는 것은 규제특례가 불가능하므로, 토큰과 1:1로 매칭되는 전자증권을 발행하는 미러링 방식 등 기존 전자증권법 제도 하에서 가능한 방안을 택하여야 한다.

한편 발행과 유통의 겸영은 원칙적으로 제한되지만, 발행하려는 증권의 특성상 별도 유통시장이 반드시 필요하고 발행과 유통의 겸영을 통해서만 혁신적인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한시적으로 겸영이 허용될 수 있다.

전자증권의 한 형태로 규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토큰 증권이 조만간 제도적으로 수용될 예정이다. 즉, 전자증권법을 정비하여 분산원장을 공부(公簿)로 인정하여 분산원장 계좌부에 기재된 증권의 권리자에 권리 추정력 및 제3자 대항력이 부여(전자증권법 제35조)되는 전자증권의 한 형태로 규정하게 된다. 그 전제로 분산원장은 조작, 변경 방지 등을 위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고, 예탁결제원의 증권 발행심사 및 총량관리가 동일하게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전자증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계좌관리기관인 증권사 등과의 제휴가 필수적이나, 향후에는 일정 요건을 갖춘 발행인이 자기발행 토큰 증권의 계좌관리기관이 될 수 있도록 허용될 예정이어 토큰 증권의 발행이 좀 더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투자자 피해 우려가 적은 증권 발행은 공시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도록 전문투자자 사모 도입, 소액공모 한도 확대(10억원→30억원) 및 소액공모Ⅱ(100억원,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 제도 신설 등을 계획하고 있다. 유통과 관련해서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은 유통 관련 제도(투자중개매매업 인가, 거래소 허가, 사업보고서 제출 등)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으나, 앞으로는 투자계약증권에 대하여도 유통 관련 제도가 전면 적용될 예정이다.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비금전 신탁)의 다자간 거래를 매매 체결할 수 있는 장외거래중개업 인가가 신설되고,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을 거래하는 KRX 디지털 증권 상장시장이 개설된다. 이에 따라 전자증권법 개정, 자본시장법 및 하위규정 개정 등 후속 작업이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번 토큰 증권의 정비방안은 디지털자산과 관련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증권형 토큰에 대한 시장의 혼란을 줄이는 한편, 디지털자산의 본격적인 제도화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관련 산업에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미칠지는 앞으로 마련될 제도와 구체적인 운영의 전개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의욕적으로 발을 내딛은 만큼 토큰 증권이 갖는 혁신성이 몰각되지 않고 제대로 발현될 수 있는 현명한 제도 운영을 기대해본다.

윤종수 · 이정명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jay.yoon@leek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