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 2023년 공정거래 정책 전망과 시사점
[집중점검] 2023년 공정거래 정책 전망과 시사점
  • 기사출고 2023.03.0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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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국내외 경쟁법 집행 동향 주목

전 세계적으로 지난 수년간 팬데믹과 국제 정세 불안, 에너지 부족 사태 등이 정치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었고 경쟁법 규제의 영역에선 이제 지속가능한 성장의 관점에서 환경과 노동, 개인정보와 통신산업 등 전통적으로 별개 규제의 대상까지 아우르는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 예년과 마찬가지로 연 초에 발표된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주요 업무 추진계획이 최근 수년간 꾸준히 추진되어 온 주요 관심 분야의 정책 및 규제를 다룸과 동시에 몇 가지 점에 있어서는 향후 규제 방향성을 비롯하여 법집행과 절차 운용에 주목할 만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의 상반기 조직 및 직제 개편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이러한 전반적인 변화가 새 정부 출범 1주년에 즈음하여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계속될 것인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김경연(좌) · 전기홍 변호사
◇김경연(좌) · 전기홍 변호사

본 기고에서는 우선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 업무 계획의 주요 내용과 함께 해외의 동향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기업의 입장에서 유의할 점을 짚어보기로 한다.

1. 국내 공정거래 규제 및 정책 전망

(1) 경쟁 촉진을 통한 시장 혁신 제고

올해 공정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 시장 분야에서의 독점력 남용 시정 및 구조 개선으로, 공정위는 특히 반도체나 앱마켓 등 디지털 경제 기반 산업과 모빌리티 · 오픈마켓 등 플랫폼 산업에서의 지배력 전이나 경쟁사업자에 대한 반경쟁적인 행위를 주요 감시대상 유형으로 선정하였다. 세계 각국에서 최근 수년간 집중적으로 규제와 정책의 대상이 되었던 소위 '빅테크'의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는 강화된 국제협력을 통하여 대응하고, 빅테크의 M&A는 보다 면밀하게 심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민생(에너지, 가정용품, 통신장비 등), 중간재(건설분야 원부자재, 산업용 부품 · 소재 · 장비 등), 플랫폼(기존 사업자단체의 사업활동방해 등)의 3개 분야를 담합의 중점 감시대상 분야로 선정하여 조사를 할 예정이며,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콘텐츠 시장 및 민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여가 · 건강 분야와 관련해서 특히 불공정행위와 거래관행에 대한 감시와 점검을 예고하였다.

(2) 중소기업 · 소상공인의 공정한 거래기반 강화

공정위는 중소기업 · 소상공인의 혁신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고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하여 4개의 세부 계획으로, 납품단가 연동제와 업종별 불공정 하도급 관행 개선(기술탈취 등 포함), 중소 가맹점주와 납품업체의 부담경감 및 플랫폼 시장에서의 자율 규제를 통한 거래관행 개선 방안을 발표하였다. 특히 자율규제는 종래 공정위가 연성규제(soft regulation)의 일환으로 업체의 자진시정과 함께 종종 활용해왔던 방법인데, 우선 배달앱과 오픈마켓 분야에서 현행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계약관행 개선 등을 위해 자율규제를 적극 유도한 뒤, 이어 숙박앱 · 앱마켓 등 주요 업종으로 자율규제 논의를 순차적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3) 대기업집단 제도의 합리적 운영

공정위는 (i)편법적 지배력 승계, 중소기업 경쟁기반 침해 행위, 부실계열사 지원 행위 등 공정경쟁 기반을 저해하는 부당내부거래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ii)TRS 등 부당내부거래의 우회수단이 될 수 있는 금융상품의 실태를 점검하여 규율 방안을 검토하며, (iii)총수일가 사익편취와 관련하여 판단기준, 적용 예외사유 등을 정비한 사익편취 심사지침의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대기업집단 시책 합리화와 관련하여,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기준 마련, 공시대상기업 집단 지정 기준을 GDP와 연동하거나 기준금액 조정 등을 통해 보다 합리적으로 운용하기로 하고, 기업의 공시부담을 더는 제도의 개선을 예고하였다.

또한 앞으로 학계 · 법조계 ·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정책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대기업집단 제도 합리화 과제를 발굴 · 논의하고, 금산분리 제도 및 지주회사 제도 등의 중장기 발전방향 모색도 추진할 계획이다.

(4) 소비자의 권익이 보장되는 거래환경 조성

디지털 소비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소비자정책의 측면에서는 온라인시장의 소비자 기만행위(다크패턴, 뒷광고나 이용후기 조작, 상품검색 순위 조작 등) 차단, C2C거래를 통한 소비자 피해 방지(중고거래, 리셀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적 시정 및 분쟁해결 방안 마련), 다수 소비자의 피해에 대한 구제책으로서 임시중지명령 발동 요건 및 집단분쟁조정 신청 요건도 완화하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는 소비자 안전에 대한 제도적 기반강화와 '그린워싱' 등에 대한 표시광고 규제, 각종 구독서비스나 라이브커머스, 여행 숙박 업종에서의 불공정 약관, 불공정행위에 대한 점검과 시정도 병행될 것이다.

(5)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받는 법집행시스템 구축

공정위가 올해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법집행 시스템의 개선인데,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조직개편 계획도 최근 발표하였다. 이 중에는 현장조사 공문에서 조사 내용과 한계(대상 범위 기간 등)를 명확화하고 준법지원부서에 대한 조사 기준을 마련하며, 조사 과정에서 EU의 SOP 미팅 등을 참고한 예비의견청취절차를 신설하여 피조사기업과 사건관리자간의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조사의 기초사실이나 쟁점사항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종래 통상적으로 하루 안에 서둘러 이루어지던 심의와 관련하여 충실한 변론권의 보장을 위한 심의속개(복수심의)를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절차적 개선과 함께 조사–정책 부서 분리를 통해 사건처리 관리 감독 강화 및 분야별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조사–심판 부서의 분리 운영 및 강화를 통해 심결의 독립성 · 공정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조만간 구체적인 직제 개편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외에 사건 기록물 관리 체계 구축, 법집행 全단계에 대한 내부 교육 프로그램 혁신 · 확대를 통한 공정위 직원들의 사건 처리역량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

2. 해외 공정거래 규제 정책과 전망

대부분의 규제 당국이 팬데믹 상황에서도 경쟁법 규제는 엄정하게 집행하고자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방역조치로 인한 봉쇄령과 대면접촉 제한 등으로 인해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위축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실물과 대면을 통하여 이루어지던 상당히 많은 절차가 온라인, 디지털화하는 계기가 되었고, 마침 대부분의 증거들이 이미 디지털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증거, 디지털 시스템을 통한 증거의 수집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와 고민도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경쟁당국의 공무원들도 불가피하게 원격근무에 적응하면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경쟁당국의 인력을 배치 운용할 것인지, 원격근무를 일상화하고 있는 피조사기업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공급망 담합 규제 활발

팬데믹이 일어나기 전부터, 2010년 전후로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었던 자동차 부품이나 금융(LIBOR, FX 등) 카르텔 등 일련의 대규모 국제 카르텔 사건들이 마무리되어 가는 과정에서, 다음 규제 대상은 무엇이 될 것인지가 각 규제당국의 고민이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고용과 관련된 카르텔(No-poach agreement) 규제가 최근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으나, 이는 각국의 노동시장 현황에 따라 규제 필요성이 달리 나타나므로 보편적 규제 동향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다만, 전 세계적인 국제 카르텔보다 국내 공공조달시장에서의 입찰담합과 공급망 관련 담합, 자국민 민생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재와 관련된 카르텔 규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새로이 관심을 받고 있다. 아울러 ESG와 관련된 경쟁사간 합의나 정보교환 등도 카르텔 규제 관점에서 새로이 주의가 필요하다. 리니언시의 상대적인 감소로 인한 카르텔 적발의 현실적 어려움과 자율준수(Compliance)의 의의와 역할을 재조명해야 하는 것도 전 세계의 공통적인 과제이다.

반면 디지털 시장에서의 빅테크만큼은 오히려 펜데믹 과정에서 더욱 전 세계적인 경쟁규제적 우려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빅테크의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과 플랫폼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로 지배력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비즈니스 모델의 기술적인 측면과 알고리즘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경쟁제한성의 분석은 더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며, 더 나아가 전통적인 경쟁법의 규제 개념과 도구를 통하여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한지에 대한 다양하고 치열한 고민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U를 필두로,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법 규제는 법위반행위 후 사후적인 제재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사전규제(DMA 입법 등)의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에서의 빅테크 규제에 대한 논의가 시장 및 경쟁 상황이 다를 수 있는 국내 시장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공정위는 단순한 갑을관계 규제와 집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인 경제적 자유를 수호하는 기관으로서 카르텔, 사익편취, 기술탈취 등 시장에서의 전형적인 반칙행위에 대한 엄정한 집행에 나서면서, 한편으로 각종 가이드라인 제정 등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정거래정책을 펼쳐 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미비에 따른 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기류와 맞물려, 기업으로서는 그에 걸맞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작동하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연 · 전기홍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kyoungyeon.kim@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