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관리팀장이 버스기사에게 키 반납 요구하고 관리상무 대동해 '사표 쓰라' 반복…해고 해당"
[노동] "관리팀장이 버스기사에게 키 반납 요구하고 관리상무 대동해 '사표 쓰라' 반복…해고 해당"
  • 기사출고 2023.02.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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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해고는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

2020년 1월 9일 상시근로자 7명의 전세버스 회사인 B사에 버스 운전원으로 입사해 통근버스 운행을 담당한 A씨는, 입사 후 21일이 지난 1월 30일 오후 3시와 2월 11일 오후 3시 30분 통근버스를 운행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무단 결행했다. B사의 관리팀장은 2월 11일 오후 5시쯤 A씨의 무단 결행을 지적하며 A씨와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A씨에게 "사표를 쓰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해고하는 것이냐"는 A씨의 물음에도 "응"이라고 답하면서 "사표 쓰고 가라"는 말을 반복했다. A씨는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B사의 관리팀장은 2월 11일 10시 48분쯤 A씨에게 버스 키를 반납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A씨는 '왜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관리팀장은 A씨가 위 문자메시지를 받고도 버스 키를 반납하지 않자 관리상무를 대동하여 A씨를 찾아가 버스 키를 직접 회수하였고, 그 과정에서 A씨와 위와 같은 말다툼을 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약 3개월 후인 5월 1일, 2월 11일자로 해고되었다고 주장하며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B사는 A씨가 출근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지 않다가 A씨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고 얼마 뒤인 5월 18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A씨에게 해고한 사실이 없으니 복귀하여 근무하고자 한다면 즉시 근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했다. A씨는 위 통보를 받은 뒤 B사에 '2월 11일 있었던 해고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5월 18일자 복직통보가 진정성 있는 내용임을 입증하기 위해 복직 전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을 선지급하면 복직하겠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B사는 이에 대해 다시 A씨에게 'A씨를 해고한 적이 없으니 A씨가 원하면 언제든지 출근하여 근무할 수 있으므로 속히 출근하여 근무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통지를 보냈다.

전남지노위가 2020년 6월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의 구제신청을 기각하고,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A씨가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도 모두 "B사는 A씨를 해고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 제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그러나 2월 2일 A씨의 상고로 열린 상고심(2022두57695)에서 원심을 깨고,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B사가 피고보조참가했다.

대법원은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해고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참가인(B사)의 관리팀장이 참가인의 관리상무를 대동한 상태에서 통근버스 운행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인 원고에게 버스 키의 반납을 요구하고 이를 회수한 것은 근로자의 노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평가할 수 있고, 그와 동시에 원고에게 사표를 쓰고 나가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등의 언행을 한 것은 참가인이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를 단순히 우발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참가인의 관리팀장에게 원고를 해고할 권한이 없었더라도, 참가인의 관리팀장은 참가인의 관리상무를 대동한 상태에서 위와 같은 언행을 하였는바, 적어도 참가인의 관리상무의 일반적 지위 · 권한에 해고에 관한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이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며 "특히 원고가 담당하는 통근버스 운행 업무의 특성, 소규모 회사인 참가인의 임원진 구성과 운전원 수 및 모집 현황 등을 볼 때 원고의 노무 수령을 확정적으로 거부하는 경우에는 참가인이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많았던 상황임에도 위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참가인 차원의 결단으로 볼 여지가 많은 점, 실제로 그 후 원고가 3개월이 넘도록 출근하지 않아 버스 운행 등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한 것으로 보임에도 원고에게 아무런 출근 독려도 하지 않다가 원고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직후에 이르러서야 갑자기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참가인의 관리팀장이 2020. 2. 11. 원고에게 노무 수령을 거부하겠다는 언행을 할 당시 이미 참가인의 대표이사가 묵시적으로나마 이를 승인하였거나 적어도 추인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는 자신이 해고를 당한 것으로 생각하였기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참가인의 관리팀장의 요구에 따라 그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참가인의 관리팀장이 한 '사표를 쓰라'는 표현이 사직서 제출을 종용한 것에 불과할 뿐 해고의 의미가 아니라거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계약관계가 존속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참가인이 원고에게 서면으로 해고사유 등을 통지한 적은 없으나, 서면 통지 여부는 해고의 효력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일 뿐 해고 의사표시의 존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원심으로서는 참가인의 관리팀장이 2020. 2. 11. 10:48 원고에게 버스 키를 반납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경위, 참가인의 관리팀장이 같은 날 17:00경 원고로부터 버스 키를 회수하고 원고에게 '사표를 쓰라'는 발언을 하는 과정에 참가인의 관리상무가 관여한 정도, 참가인의 임원진 구성 및 역할에 비추어 참가인의 관리상무가 해고에 대해 가지는 권한 및 정도, 참가인의 대표이사가 참가인의 관리팀장에 의하여 주도된 일련의 노무 수령 거부행위를 묵시적으로나마 승인 혹은 추인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면밀히 심리한 후 원고에 대한 해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B사가 A씨를 해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한 원심에는 해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