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일본 관음사 소유"
[민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일본 관음사 소유"
  • 기사출고 2023.02.1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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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법] "서산 부석사 동일성 인정 어렵고, 관음사의 취득시효 완성"

일본 쓰시마(대마도)에 있는 관음사에서 도난된 뒤 국내로 들어온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의 소유권이 일본 관음사에 있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충남 서산 부석사에 소유권을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어 상고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대전고법 민사1부(재판장 박선준 부장판사)는 2월 1일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금동관음보살좌상을 인도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7나10570)에서 이같이 판시, 부석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일본 종교법인 관음사가 피고보조참가했다.

해당 불상은 한국 국적의 절도범 수 명이 관음사에서 절취하여 국내로 밀반입한 후 검거되어 형사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유죄 판결과 함께 몰수되었다. 

재판부는 먼저 "시주자 30명의 발원 및 시주에 따라 서주(瑞州, 현재의 서산시 지역) 부석사가 불상의 제작자에게 의뢰하여 이 사건 불상을 제작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일반적으로 자기의 노력과 재료를 들여 건물을 건축한 사람은 그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하는 것이고(대법원 1992. 3. 27. 선고 91다34790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제작한 물건이 동산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불상은 제작과 함께 그 소유권이 서주 부석사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이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 사찰 내지 원고가 불상이 제작될 당시인 1330년경 존재하였던 서주 부석사와 동일성 · 연속성을 가지고 현재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원고가 불상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므로, 원고가 불상의 소유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이다. 피고와 피고보조참가한 관음사는 재판에서 원고와 서주 부석사가 동일한 권리주체인지 여부를 다투었다.

재판부는 "서산 지역에 '부석사'라는 이름의 사찰이 조선 중기 이후에도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조선 초기에는 남겨둘 사사(寺社)를 국가가 지정함으로써 사찰수를 제한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조선 초기에 사사를 혁파하여 없앤 후 1407년(조선 태종 7년)경 여러 고을의 복을 빌던 명찰(名刹)로써 자복사(資福寺)에 대신하는 것으로 지정하면서 '부석사'가 그 대상으로 기록된 바 없고(태종실록 14권, 태종 7년 12월 2일 신사 2번째 기사 참조), 1424년(조선 세종 6년)경 불교의 여러 종파를 선교(禪敎) 양종으로 나누고 36개소의 절만을 남겨두면서 마찬가지로 '부석사'가 기록된 바 없으므로, 조선 중기 전에도 서주 부석사가 유지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서주 부석사가 고려 말기에서 조선 초기 내지 중기까지 단절 없이 동일성을 유지하며 존속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서주 부석사와 동일한 권리주체라고 인정하더라도 일본 관음사가 종교법인으로 등록된 1953년 1월 26일로부터 20년간 불상을 점유함으로써 1973. 1. 26. 불상에 관한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았다. 관음사가 위 취득시효가 완성된 때 불상의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구 섭외사법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 취득시효로 인한 소유권 취득 여부에 관한 준거법은 1963. 1. 26. 내지 1973. 1. 26. 당시의 일본국 민법인데, 당시 일본 민법 162조 1항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는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석사는 이에 대해 "피고보조참가인(종교법인 관음사)은 불상이 왜구에 의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된 사실을 알면서도 원고 소유의 불상을 무단으로 점유한 것이므로 피고보조참가인의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졌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점유에 있어서 소유의 의사 유무는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사실에 따라 외형적 · 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함을 전제로 타인의 물건을 매매하여 점유를 취득한 점유자 즉, 점유자가 타인 물건의 매매로 인하여 그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점유자의 점유는 소유의 의사로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위와 같은 사정은 점유 개시 당시 악의임을 의미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이러한 해석은 우리 민법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불상은 고려 시대에 왜구에 의하여 약탈되어 일본으로 불법 반출되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왜구의 집단에 속한 사람이었다고 보이는 종관(宗觀)이 1527년 불상을 관음사에 봉안한 이래로 관음사가 종전의 점유 상태를 유지하여 오다가 1953. 1. 26. 종교법인인 피고보조참가인으로 등록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따라 왜구가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불상을 취득하였고 그러한 점유상태가 종관 내지 관음사 및 피고보조참가인에게 승계되었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보조참가인 측의 불상에 관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