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일시적으로 취학 인구 줄었다고 학교 신설 수요 없다 단정 곤란"
[행정] "일시적으로 취학 인구 줄었다고 학교 신설 수요 없다 단정 곤란"
  • 기사출고 2023.01.2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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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부산 연제구 재개발조합에 15억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적법 판결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학교용지법) 제5조 제5항 제2호는 "시 · 도지사는 '최근 3년 이상 취학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학교 신설의 수요가 없는 지역에서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부담금을 면제할 수 있다"고 학교용지부담금의 면제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그러나 부담금 부과 당시를 기준으로 사업시행 지역의 취학 인구가 최근 3년 이상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거나 개발사업으로 유발된 수요가 기존 학교시설로 충족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 조항에서 정한 면제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A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2014년 3월 부산시 연제구청장의 사업계획시행인가를 받아 2016년 5월 지하 3층, 지상 29층의 아파트 10개동 총 878세대(분양 834세대, 임대주택 44세대)에 대해 승인을 받아 분양을 완료하고, 2018년 10월 29일 건축공사를 완료해 사용승인을 받았다. 이와 관련, 연제구청이 2018년 4월 13일 A조합에 학교용지부담금 15억여원을 부과하자 A조합이 "부담금 부과처분에 앞서 3년 동안 사업구역 인근의 초 · 중 · 고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학교 신설의 수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담금 면제 사유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처분을 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였다"며 연제구청장을 상대로 부담금 전액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2월 29일 연제구청장의 상고를 받아들여 재량권 일탈 · 남용의 위법이 있다며 15억여원의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전부를 취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0두49041). 조성우 변호사가 연제구청장을, 원고 측은 법무법인 한빛이 대리했다.

대법원은 먼저 "학교시설 확보의 필요성은 그동안 누적된 수요가 기존 학교시설의 수용 한계를 초과하는 때에 비로소 발현되고, 교육환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교육정책의 변화 등에 따라 같은 수의 학생을 수용하는 데에 종전보다 더 많은 학교시설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며, 종래 취학 인구가 감소하던 지역이더라도 인구유입과 지역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향후 학교 신설의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부담금 부과 당시를 기준으로 사업시행 지역의 취학 인구가 최근 3년 이상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거나 개발사업으로 유발된 수요가 기존 학교시설로 충족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학교용지법 제5조 제5항 제2호에서 정한 면제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인구유입과 지역적 상황의 변화 가능성 및 교육정책적 목적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장래에 학교 신설의 수요가 없다는 것까지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위와 같은 면제요건이 충족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학교용지법 제5조 제5항 제2호에서 정한 면제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보기 위해서는 부담금 부과를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공익과 그로써 처분상대방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비교형량하여 부담금을 면제하지 않은 것이 재량권의 일탈 ·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A조합의 재개발사업으로 공동주택 878세대가 공급되어 해당 사업구역 내의 세대 수는 임대주택 분양분 44세대를 제외하더라도 기존에 비해 총 536세대가 증가되었다. 입주가 완료된 2019년도를 기준으로 이 사건 공동주택이 속하는 통학구역에 있는 유일한 초등학교인 B초교의 99명이 증가하였으며, 이에 따라 B초교의 학급당 학생 수 평균은 23.3명이 되었다. 또 B초교 졸업생들이 주로 진학하는 4개의 중학교 중 2곳에서 학생 수가 일부 증가하기도 했으나, 부담금 부과가 이루어진 2018년도를 기준으로 통학구역에 있는 B초교와 B초교 졸업생들이 주로 진학하는 중 · 고등학교의 학생 수가 3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한 게 사실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위 기간 동안 B초교 등이 위치한 부산광역시 관할구역 내에서는 A조합의 재개발 사업을 비롯하여 다수의 대규모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해당 사업구역 내 거주자들의 일시적 주거 이전이 위와 같은 학생 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위와 같은 정비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관할구역 내 가구 수는 A조합 재개발건 사업으로 인한 증가분을 제외하더라도 기존에 비해 총 6,200가구 이상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이는 B초교 졸업생들이 진학하는 중 · 고등학교의 학생 수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사업시행인가 당시 부산광역시교육청이 이 사건 사업으로 증가하는 학생들을 인근 학교에서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거나, 실제로 이 사건 공동주택의 입주가 완료된 2019년도에 B초교가 기존 교사를 이용하여 증가한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였거나, B초교 등이 2019년 무렵까지 학교증축계획을 세웠다거나 증축허가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구유입과 지역적 상황의 변화 가능성 및 교육정책적 목적 등을 고려할 때 그러한 사정만으로 앞으로도 이 사건 사업구역 인근 지역에 학교 신설의 수요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처분에는 부담금관리 기본법에서 정한 한계를 넘거나 비례 · 평등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량권 일탈 · 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한 항소심 판결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