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집배점 택배기사 단체교섭 상대방은 CJ대한통운"
[노동] "집배점 택배기사 단체교섭 상대방은 CJ대한통운"
  • 기사출고 2023.01.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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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CJ대한통운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해당"

CJ대한통운 집배점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택배 업무를 수행하는 집배점 택배기사들의 단체교섭 상대방은 CJ대한통운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CJ대한통운이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정용석 부장판사)는 1월 12일 CJ대한통운이 "전국택배노동조합와의 단체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1구합71748)에서 이같이 판시, CJ대한통운의 청구를 기각했다. 피고보조참가한 전국택배노조에는 CJ대한통운의 167개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를 포함한 약 1,200명의 택배기사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법무법인 지향과 원, 시민이 중노위원장을 대리했으며, 전국택배노조는 법무법인 여는이 대리했다. CJ대한통운은 김앤장이 대리했다.

CJ대한통운은 전국에 13개의 허브터미널과 약 270개의 서브터미널을 운영하고 있고, 각 서브터미널당 평균 8개의 집배점을 두어 약 1,800개의 집배점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택배 상품이 접수되면 택배기사가 고객으로부터 배송할 물품을 인수하여 해당 지역 서브터미널로 운송하고, 서브터미널로 운송된 물품들은 간선차량을 통해 허브터미널로 운송된다. 이렇게 허브터미널로 운송된 물품들은 다시 간선차량이 야간에 배달 대상 지역의 서브터미널로 운송하고, 택배기사는 서브터미널에서 물품을 인수하여 고객에게 배송하게 된다.

CJ대한통운의 택배 업무에 종사하는 택배기사는 약 18,000명. 그 중 집배점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택배 업무를 수행하는 택배기사 즉, 집배점 택배기사가 약 17,000명이고, CJ대한통운과 직접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택배 업무를 수행하는 택배기사(직계약 택배기사)가 약 150명, 원고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택배업무를 수행하는 택배기사(직영근로자 택배기사)가 약 850명이다. 이번 소송은 집배점 택배기사 17,000명 중 1,2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CJ대한통운이 응할 의무가 있느냐가 쟁점인 사건이다.  

전국택배노조는 2020년 3월 ①서브터미널에서 배송상품 인수시간 단축, ②서브터미널에서 집화상품 인도시간 단축, ③서브터미널 작업환경 개선(택배기사 1인당 1주차장 보장, 우천시 상품 보호 시설 설치), ④주5일제 실시, ⑤급지수수료 인상 · 개선, ⑥사고부책 개선의 6가지 의제에 대해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CJ대한통운은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택배노조에 발송했다. 이에 전국택배노조가 같은해 5월 두 차례에 걸쳐 이 6가지 의제에 대해 다시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CJ대한통운이 재차 이를 거부하자 전국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집배점 택배기사에 대한 단체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2조 2호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그러나 중노위가 전국택배노조의 재심 신청을 받아들여, 'CJ대한통운은 전국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고, 따라서 단체교섭 거부는 노동조합법 81조 1항 3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서울지노위 판정을 취소하고, 구제신청을 인용하자 CJ대한통운이 소송을 냈다. 노동조합법 81조 1항 3호는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의 하나로 들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재판에서, "원고는 집배점 택배기사들과 명시적 ·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 아니하므로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사용자'라 함은 근로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 관계가 있는 자, 즉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 · 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자를 말한다"고 전제하고, "나아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사용자에는 같은 항 제4호의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노동 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2007두8881 판결 참조)"고 밝혔다.

이어 "위와 같은 법리에 의하면,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사업주가 근로조건인 교섭요구사항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결정하거나, 근로자가 해당 근로조건을 사업주의 의사대로 또는 정해진 대로 복종하여 따를 수밖에 없어 사업주가 해당 근로조건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원고와 집배점의 관계, 집배점 택배기사의 업무가 상시적 · 필수적인 업무인지, 원고의 사업체계의 일부로 편입됨으로써 근로조건을 지배하거나 결정하는 원고의 지위가 지속적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며 "원고는 집배점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이 사건 의제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영위하는 택배사업의 주요 업무는 집화, 중계수송, 분류작업, 배송 업무로 나뉘는데, 그중 집배점 택배기사들이 담당하는 집화 및 배송 업무는 위 업무 중 가장 본질적이고 필수적이며 상시적인 업무로서, 원고가 구축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과 전산시스템 등을 통해 전자적으로 통합 관리되는 등 원고가 운영하는 전국적인 규모의 운송시스템과 사업 체계에 편입되어 있으며, 집배점은 직접 택배업무 수행을 위한 터미널이나 컨베이어벨트, 물류창고와 같은 독립적인 물적 · 인적 시설을 갖춘 것이 아니라, 택배기사를 관리할 수 있는 소규모 사무실과 컴퓨터 정도의 시설만을 갖춘 채 택배기사들의 집화 및 배송업무 관리를 주된 업무로 하고 있고, 원고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계약조건이나 거래상 지위의 열위로 인해 집배점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근로조건은 한정적"이라고 지적하고, "이와 같이 집화 및 배송업무가 원고의 사업에서 차지하는 역할 및 비중, 원고와 집배점 간의 관계, 집배점의 역할, 택배업무에 종사하는 집배점 택배기사들의 수, 택배사업의 규모, 통일적인 근로조건의 설정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보면, 집배점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원고의 지배는 원고가 형성한 사업특성상 구조적일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지배력은 일시적이지 아니하고 지속적이고, 계속적"이라고 밝혔다.

전국택배노조와 단체교섭을 한 집배점주 중 일부는 '이 사건 의제에 대하여 집배점이 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정할 수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① 내지 ③의제는 집배점주는 결정할 권한이 없고, CJ대한통운이 실질적 · 구체적으로 지배 ·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며, ④ 내지 ⑥의제는 CJ대한통운이 실질적 · 구체적으로 지배 · 결정할 권한이 있으나, 개별 집배점주 또한 지배 · 결정할 권한이 있으므로, 이들 의제에 대하여는 CJ대한통운과 개별 집배점주가 중첩적인 지배 · 결정 권한을 가진다고 보았다.

다음은 단체교섭 거부의 정당한 이유 존재 여부.

재판부는 "원고는 자신이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가인(전국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자신이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가인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며 "단체교섭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 거부는 노동조합법 81조 1항 3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므로, 중노위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