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 안내와 다르게 평형 배정한 관리처분계획 위법…취소하라"
[부동산] "분양 안내와 다르게 평형 배정한 관리처분계획 위법…취소하라"
  • 기사출고 2022.12.2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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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분양 안내하며 지망순위 우선 고려 안 알려 잘못"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A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2021년 5월 17일 '조합원 소유 종전 건축물의 면적(35평형→31평형→27평형→22평형)에 따라 우선순위 배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동일 종전건축물 면적을 가진 조합원간 경합이 발생할 경우 종전 감정가 다액 순으로 우순선위 배정' 내용의 분양신청 안내를 통지하고 1주일 후인 5월 24일부터 6월 24일까지 한 달간 분양신청을 받았다. 정비구역 내에 27평형 아파트를 소유한 윤 모씨 등 조합원 6명은 84(34평형)타입을 1지망, 74A(30평형)타입을 2지망, 74B(30평형)타입을 3지망으로 해 각 분양신청을 했다. 그러나 A조합은 이들에게 희망하지도 않은 59B(24평형)타입을 각 공급하는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2022년 4월 13일 영등포구청장으로부터 인가를 받았고, 영등포구청장이 4월 21일 관리처분계획을 고시했다.

84(34평형)타입에 이들 6명을 포함한 154세대가 분양을 신청, 이 평형에 약 2대1의 경합이 발생하자 종전감정평가액이 이들보다 다액인 신청자에 밀려 이 평형을 배정받지 못한 것이다. 또 이들이 2지망으로 신청한 74A(30평형)타입은 1순위 신청자들에게, 3지망으로 신청한 74B(30평형)타입은 1순위와 2순위 신청자들에게 모두 배정되어 74A(30평형)와  74B(30평형)타입도 이들 6명에게는 모두 배정되지 않았고, 3순위 신청자들까지 고려해도 신청자가 미달이었던 59B(24평형)타입이 이들에게 배정된 것.

윤씨 등 조합원 6명은 법무법인 충정을 대리인으로 선정해 "신건물의 귀속에 있어서 우선순위는 종전 토지 및 건축물의 가격/면적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함에도 조합의 관리처분계획은 종전 건축물의 면적이 아닌 조합원 분양신청 시의 순위를 우선하는 방법으로 아파트 유형의 배정을 결정해 위법"이라는 등의 주장을 펴며 A조합을 상대로 자신들에게 59B(24평형)타입을 각 공급하는 관리처분계획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12월 6일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며, 분양신청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안내하면서 분양신청 시 순위를 우선으로 한다는 고려한다는 내용을 고지하지 않은 점이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배정기준에 따르면, 분양신청 시 희망순위를 어떻게 기재하는지에 따라 동일한 종전자산을 가지고 있었던 조합원이어도 다른 평형의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피고는 분양신청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안내하면서 분양신청 시 순위를 우선으로 한다는 고려한다는 내용을 전혀 고지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은 자신들이 분양신청 시 희망했던 평형을 모두 배정받을 수 없었고, 조합원들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평형을 배정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원고들이 배정기준을 미리 고지 받았더라면, 경합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지를 감안하여 평형과 희망순위를 기재하였을 것인데 이는 현재의 분양신청 내용과는 다를 가능성이 크고, 원고들은 비록 1순위에 기재된 평형을 배정받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2순위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평형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분양신청서를 작성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충분히 예측된다"며 "그럼에도 원고들이 배정기준을 알지 못한 채 분양신청을 하게 되었으므로, 원고들은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양신청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합리적, 공평한 분양신청 기회 보장해야"

재판부는 "원고들은 분양신청에 관한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양신청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관리처분계획은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가 2022. 4. 13. 영등포구청장으로부터 인가받은 관리처분계획 중 공동주택 평형배정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도시정비법 제72조 제1항 및 제3항에서 정한 분양신청절차는 토지등소유자에게 분양신청의 기회를 보장하여 주기 위한 것이고, 사업시행자는 토지등소유자로부터 분양신청을 받아 그 현황을 토대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므로, 사업시행자의 분양신청통지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분양신청 및 그 점수 등의 과정에서의 잘못으로 인하여 토지등소유자가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양신청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분양신청의 현황을 토대로 수립된 관리처분계획은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재량권 행사의 기초를 상실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원고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충정의 건설부동산팀의 팀장인 이상균 변호사는 "분양신청 안내 시의 내용과는 다르게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음을 이유로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한 최초의 사례일 것"이라며 "관행적으로 분양신청 안내 시 구체적인 평형배정에 관한 기준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하지 않고 분양 희망의견을 우선으로 하여 평형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판결로 시정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