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하수도관 · 맨홀 입찰 담합' 코오롱인더스트리에 2년간 입찰 제한 적법
[공정거래] '하수도관 · 맨홀 입찰 담합' 코오롱인더스트리에 2년간 입찰 제한 적법
  • 기사출고 2022.12.1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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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5년간 268차례 담합"

하수도관 · 맨홀 입찰에서 담합한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대해 2년간 입찰을 제한한 것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10월 27일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전 대표 A씨가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취소하라"며 조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1구합68339)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8년경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을 소재로 하는 하수도관과 맨홀의 제조 · 판매업에 착수, 조달청장과 위 하수도관에 대해 2009년경부터, 위 맨홀에 대해선 2010년경부터 각 다수공급자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동종 제품에 관해 다수공급자계약을 체결한 다른 회사 3곳과 다수공급자계약 2단계 경쟁입찰에 관하여 미리 낙찰예정자와 제안가격 등을 합의해 두고, 그 합의에 따라 2011년 4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총 268회의 입찰에 참여한 행위를 한 사실' 즉, 담합사실을 적발해 2021년 2월 코오롱인더스트리에 과징금 7억 3,9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하고, 조달청에도 이 내용을 통보했다. 이에 조달청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27조 1항 등에 따라 코오롱인더스트리와 A씨의 입찰참가자격을 2021년 6월 18일부터 2년간 제한하는 처분을 내리자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이 소송을 냈다. 국가계약법 27조 1항 등에 따르면, '경쟁입찰, 계약 체결 또는 이행 과정에서 입찰자 또는 계약상대자 간에 서로 상의하여 미리 입찰가격, 수주 물량 또는 계약의 내용 등을 협정하였거나 특정인의 낙찰 또는 납품대상자 선정을 위하여 담합한 자'에게는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해야 한다.

원고들은 재판에서 "공동행위는 사업자들 사이의 무모한 출혈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책의 일환이었으므로, 이를 입찰참가자격 제한사유로 규정한 '담합'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기업이윤을 고려한 적정선에서 무모한 출혈경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일반거래통념상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입찰자 상호간에 의사의 타진과 절충을 한 것에 불과한 경우는 담합에 포함되지 않는다(2000. 6. 9. 선고 99두2314 판결 등의 취지 참조)"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 사건 공동행위는 일반거래통념상 인정되는 범위를 벗어난 담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입찰자 사이의 경쟁은 경쟁입찰의 불가결한 본질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할 때, 경쟁입찰에 관하여 입찰자들이 일반거래통념상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의사 타진 또는 절충을 한 것이라고 보기 위해서는, 입찰자들 사이의 경쟁 체계는 기본적으로 유지하되 극단적인 고가 · 저가 투찰 등 입찰자들의 적정 기업이윤을 훼손하는 행위만을 방지하는 수준의 합의에 머물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원고 회사와 다른 회사 2곳은 2012. 6. 8. 입찰 물량을 지역별로 구분하여 각 회사에 배정하고, 아울러 물량 배정의 비율까지 정하는 내용의 합의를 함으로써,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였다"고 지적했다. 또 "원고 회사 등은 개별 입찰 건마다 낙찰자를 예정한 후, 낙찰예정가 입찰기일 개시 전에 미리 다른 회사들에 자신의 제안가격을 알려주면, 그 회사들은 낙찰예정자의 제안가격보다 후순위의 가격으로 투찰함으로써, 낙찰예정자로 하여금 예정대로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며 "이는 경쟁 의사가 없는 소위 들러리 업체를 입찰절차에 형식상으로 참여시켜서 단지 경쟁의 외관만을 꾸민 것에 다름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량권의 일탈 · 남용 주장과 관련해서도, "원고 회사가 공동행위를 주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공동행위는 ①5년 이상의 기간, ②268회에 달하는 횟수, ③참여자들이 일정한 계획 하에 교대로 들러리 역할을 담당한 수법, ④참여자들 전체의 시장 점유율 내지 지배력 등을 고려할 때, 하수도관과 맨홀의 제조 · 판매업을 둘러싼 경쟁질서를 중대하게 교란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며 "피고가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의 제재기간을 2년으로 정한 것은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에서 규정한 처분기준에 부합할 뿐 아니라, 거기에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하자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계약법은 특정 업종에 국한하지 않고 널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 일반의 질서를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인바, 원고들이 공동행위를 스스로 중단하였더라도, 여전히 피고로서는 향후 다른 국가계약에서 동종의 담합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엄중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특히 원고들이 공동행위의 위법성에 대하여 반성적 고려를 하였다기보다는, 지속되는 적자에 따른 추가 손실을 회피하고자 하수도관과 맨홀의 제조 · 판매업을 포기함으로써 자연히 공동행위가 중단된 것일 뿐이라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