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짝퉁상표 상품' 거래됐더라도 쿠팡에 책임 못물어
[IT] '짝퉁상표 상품' 거래됐더라도 쿠팡에 책임 못물어
  • 기사출고 2022.12.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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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권리 침해 상품 검색 · 삭제의무 인정 곤란"

오픈마켓인 쿠팡에서 상표권 침해 상품에 대한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쿠팡에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쿠팡에 권리 침해 상품을 적극적으로 검색해 미리 삭제해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다.

편백 관련 제품(피톤치드, 아로마)의 제조 · 판매업을 영위하는 A씨는, B사가 자신의 상표와 유사한 표장이 부착된 탈취제 등을 제조해 쿠팡에서 판매하자 B사를 상대로 상표권 등 침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2021가합510647)을 냈다. A씨는 쿠팡을 상대로도 "B사가 나의 상표권 등을 침해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그 판매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B사의 불법행위를 방치하여 B사로부터 수수료 상당의 이득을 얻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쿠팡은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2021년 5월 10일 이후 쿠팡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B사 표장이 부착된 제품에 대한 판매 중단 조치를 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재판장 권오석 부장판사)는 9월 23일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쿠팡이 고의 또는 과실로 B사의 상표권, 저작권 침해행위 등을 방치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쿠팡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B사의 상표권 침해를 인정, "B사는 A씨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가 판매자로서 직접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가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전자거래 시스템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판매자로부터 서비스 이용료를 받을 뿐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구체적 거래에는 관여하지 않는 이른바 오픈마켓(Open Market)에서는, 운영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상품판매정보가 게시되고 그 전자거래 시스템을 통하여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이러한 상품에 대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운영자에게 상표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다만, 상표권 침해 게시물이 게시된 목적, 내용, 게시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삭제 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관련 인터넷 기술의 발전 수준, 기술적 수단의 도입에 따른 경제적 비용 등에 비추어 볼 때, ①오픈마켓 운영자가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상표권 침해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②오픈마켓 운영자가 위와 같은 게시물로 인하여 상표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 · 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거나,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고, ③나아가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 · 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오픈마켓 운영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해당 판매자가 위 인터넷 게시공간에서 해당 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 요구되며(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오픈마켓 운영자가 이를 게을리하여 게시자의 상표권 침해를 용이하게 하였을 때에는 위 게시물을 직접 게시한 자의 행위에 대하여 부작위에 의한 방조자로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진다(대법원 2012. 12. 4.자 2010마817 결정 참조)"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쿠팡은 판매이용 약관 제14조 제1항 제9호에서 판매자에게 상표권, 지적재산권 등의 권리를 침해하는 상품을 판매하지 않을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판매자의 판매 상품과 관련하여 특허권 침해 등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판매 중단 조치를 위한 내부 절차를 두고 있다. 쿠팡은 또 원고로부터 B사 표장이 부착된 제품의 판매 중단 요청을 받은 후 원고에게 '쿠팡은 권리자로부터 특정받은 상품에 대해 신고 접수를 진행하므로 신고하려는 상품 번호를 확인할 수 있도록 상품별로 특정'하여 줄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쿠팡은 위와 같이 원고에게 판매 중단을 위한 절차를 설명하고 원고의 요청에 협조하기 위하여 상품 번호를 특정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쿠팡의 요청에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았다"며 "쿠팡의 인터넷 쇼핑몰에 입점한 판매자 수는 약 31만개이고 입점 판매자 들을 통하여 판매되는 상품의 수는 20억개에 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위와 같이 많은 수의 상품이 등록 · 판매되는 오픈마켓의 특성을 고려하면 원고가 쿠팡으로부터 판매 중단 대상인 상품을 구체적 · 개별적으로 특정하여 줄 것을 요청받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음에도 쿠팡이 권리 침해 또는 부정경쟁행위의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적극적으로 검색하여 미리 삭제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달리 쿠팡이 원고로부터 구체적 · 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거나, 원고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원고의 쿠팡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율촌이 쿠팡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