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특경가법 위반으로 취업제한시 퇴임이사 권한도 상실"
[상사] "특경가법 위반으로 취업제한시 퇴임이사 권한도 상실"
  • 기사출고 2022.12.1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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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퇴임대표로서 소집한 주총 결의 법률상 부존재"

대표이사가 특경가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어 취업이 제한된 경우에는 퇴임이사로서의 권한도 잃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사회 결의에 관여할 수 없고 퇴임대표이사로서 주주총회의 적법한 소집권자가 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1월 10일 제주에 있는 A신문사 주주가 "전 대표 B씨가 소집한 임시주주총회에서 이루어진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하라"며 A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1다271282)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B씨는 A사 대표이사 직책을 수행하던 중, 2014년 12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상 사기 ·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을 확정받고 2016년 말 형 집행을 마쳤다. B씨는 특경가법에 따라 A사에 대해 취업제한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정관상 임기가 만료된 B씨는 후임 대표이사가 선임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임대표이사로서 이사회를 소집, 2019년 10월 31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B씨와 다른 퇴임이사 C씨가 출석해 임원선출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다. B씨는 11월 6일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통지했고, 이에 따라 같은달 26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등 총회결의가 이루어졌다. 상법 386조 1항은 "법률 또는 정관에 정한 이사의 원수를 결한 경우에는 임기의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하여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A사의 주주는 소집권한 없는 B씨가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총회결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B씨에게 임시주주총회의 소집통지를 할 정당한 권한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총회결의의 취소사유에 해당할 정도의 하자에 불과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하자 원고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특경가법 제14조 제1항에 의하면, 이득액 5억원 이상의 사기, 횡령 등 특경가법 제3조에 의하여 가중처벌되는 특정재산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가 아닌 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특경가법 제14조 제1항 각 호의 기간 동안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특경가법 제14조 제1항의 규정 내용과 입법취지 및 상법 제386조, 제389조 제3항의 입법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임기 만료 당시 이사 정원에 결원이 생기거나 후임 대표이사가 선임되지 아니하여 퇴임이사 또는 퇴임대표이사의 지위에 있던 중 특정재산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은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의 퇴임이사 또는 퇴임대표이사로서의 권리의무를 상실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주주총회를 소집할 권한이 없는 자가 이사회의 주주총회 소집결정도 없이 소집한 주주총회에서 이루어진 결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총회 및 결의라고 볼 만한 것이 사실상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성립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법률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B는 퇴임이사로서 이사회 결의에 관여할 수 없고 퇴임대표이사로서 주주총회의 적법한 소집권자가 될 수 없음에도, 퇴임이사인 C와 함께 이사회 결의를 하고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였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경우 이사회 결의는 퇴임이사인 C만이 출석하여 이사 과반수의 출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여 무효이고, 이 사건 총회는 적법한 소집권한이 없는 B가 이사회의 유효한 주주총회 소집 결의도 없이 소집한 주주총회에 해당하므로 그 총회에서 이루어진 총회결의는 법률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은 B가 정당한 권한 없이 이 사건 총회의 소집통지를 한 것은 총회결의가 부존재한다고 볼 정도의 하자는 아니라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특경가법상 취업제한 제도와 주주총회 소집절차 및 결의의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