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인천공항공사 임금피크제 중 '2급 이상 직원' 부분 무효"
[노동] "인천공항공사 임금피크제 중 '2급 이상 직원' 부분 무효"
  • 기사출고 2022.12.0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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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법] "정년 연장 없이 임금 삭감…차별에 합리적 이유 없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2016년부터 시행한 임금피크제 중 2급 이상 직원에게 적용되는 부분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2급 이상 직원의 정년을 61세로 그대로 유지한 채 임금을 깎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어 연령을 이유로 한 근로자 차별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얼마 전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대해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무효 판결을 내린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따른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재판장 홍기찬 부장판사)는 11월 11일 인천공항공사에서 2급 직원으로서 전문위원으로 근무하다가 2021년 12월 31일 정년이 도래해 퇴직한 5명이 "임금피크제는 무효이니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삭감된 임금을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2020가합119555)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는 원고들에게 3억 5,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인당 6,300여만원∼7,900여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법무법인 YK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법무법인 바른이 대리했다.

인천공항공사는 2015년 8월 노사합의를 통해 2급 이상 근로자의 정년을 61세, 3급 이하 근로자의 정년을 59세로 정하던 것에서, 2급 이상 근로자의 정년 61세는 그대로 유지하고 3급 이하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되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년 이전부터 임금을 일정비율 감액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2016년 1월부터 시행했다. 2급 이상 근로자들은 정년퇴직일 4년 전부터 피크임금을 기준으로 1년차에 90%, 2년차에 85%, 3년차에 80%, 4년차에 75%의 기본급을 지급하고, 3급 이하는 정년퇴직일 3년 전부터 1년차에 90%, 2년차에 80%, 3년차에 70%를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원고들은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내용에 해당하여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 4조의4에 위반된다"며 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모두 1960년생의 2급 근로자로서 2018년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위와 같은 임금지급률에 따라 감액된 임금을 지급받았다.

재판부는 먼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임금피크제 사건의 대법원 판결(2017다292343)을 인용,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고 전제하고,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도입됨에 따라 피고의 2급 이상 근로자들의 급여는 정년퇴직일로부터 4년 전부터 90%, 85%, 80%, 75%로 총 70%의 임금이 삭감되었으므로, 임금피크제로 인해 피고의 2급 이상 근로자들은 57세 이상이 되면 연령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지적하고,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임금 분야에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피고의 2급 이상 직원들에 대한 부분의 경우에는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임금피크제 중 피고의 2급 이상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부분은 무효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을 비롯한 2급 이상 근로자들의 정년은 임금피크제가 시행되기 전부터 만 61세였고, 임금피크제의 도입으로 정년이 연장되지 않았다"며 "임금 피크제의 유형에는 '정년연장형' 외에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정년을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정년보장형'도 있지만,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에게 정년까지 근무가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는 등 정년을 보장하는 의미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임금피크제가 정년보장으로 발생하는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2급 이상 직원들은 이미 61세의 정년이 보장된 상태에서 임금만 삭감되는 불이익을 입게 되었는데, 이에 대하여 불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충분한 대상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결국 피고의 2급 이상 직원들은 임금피크제의 도입으로 인하여 일방적으로 과도한 불이익을 감수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임금피크제의 도입 과정에서 피고의 2급 이상 직원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에 대하여 충분한 대상조치가 강구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