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아이들 보는 앞에서 '층간소음 시비' 위층 엄마 폭행…아동학대 유죄
[형사] 아이들 보는 앞에서 '층간소음 시비' 위층 엄마 폭행…아동학대 유죄
  • 기사출고 2022.11.1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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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정당행위 주장 배척

제주시에 있는 아파트의 702호에 거주하는 A(여)씨는 평소 위층인 802호 거주자인 B씨와 층간소음으로 인해 서로 다툼이 있었다. A씨는 2020년 4월 10일 오후 5시 30분쯤 아파트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그곳에 타고 있는 B(여)씨와 B씨의 자녀들인 C(4), D(7 · 여)를 발견하고 C, D가 옆에서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B씨에게 층간 소음 문제를 따지고 책임 추궁을 했다. 이에 B씨가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 가려고 하자 A씨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와 재차 "너는 왜 집에서 놀면서 애들을 이 따위로 봐"라고 따져 묻고, 자신의 얼굴을 C의 얼굴에 바싹 갖다 댄 상태에서 C에게 "야, 너 요즘 왜 이렇게 시끄러워? 너 엄청 뛰어다니지?", "살살 뛰어야 해"라며 억압적인 말을 했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여 B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려고 했으나 출입문에 선 채로 B씨와 아이들을 가로막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아이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B씨의 몸통과 손을 잡아 밀쳤다. A씨는 이후 B씨와 아이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빠져 나와 아파트 1층 복도로 가는데 B씨와 아이들을 따라가 C에게 재차 "너 똑바로 들어. 지금 너 얘기한 거야"라고 무섭게 말하고 아이들이 보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 항의하는 B씨의 상체를 벽 쪽으로 밀치는 등 폭행해 D로 하여금 울음을 터뜨리게 하고 아이들을 공포에 질리게 한 혐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아동인 C, D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며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피해자 항고로 항고청 검사가 기소

검찰은 당초 이 사건에 관하여 '혐의 없음' 불기소처분을 하였으나, 피해자 측이 항고해 기소가 이루어졌다. 이와 관련, A씨가 공소권 남용을 주장했으나, 1, 2심 재판부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는 확정재판에 있어서의 확정력과 같은 효력이 없어 일단 불기소처분을 한 후에도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전이면 언제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6614 판결)"고 전제한 후, "항고청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것은 위와 같은 관계법령 및 법리에 따른 적법한 공소제기이고,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추가 조사나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만을 들어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나아가 기록상 검사가 미필적이나마 어떠한 의도를 갖고 자의적으로 공소를 제기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 2심 재판부가 이동학대 유죄를 인정,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사회봉사 80시간,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 40시간,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 2년 등을 선고한 데 이어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도 10월 27일 A씨의 상고를 기각,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2도7458).

1심 재판부는 "①피고인은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피해자들의 층간소음을 이유로 피해자들의 어머니 B를 폭행하고, 피해자들이 이를 바로 옆에서 목격한 점, ②피해자들은 피고인의 일련의 행동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자신들에게도 폭행과 같은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피해자들이 무조건적으로 의지하여야 하는 어머니가 자신들 때문에 폭행당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극심한 자책감과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짐작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아동인 피해자들에 대한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A씨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전체적으로 보아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이웃 간에 층간소음을 이유로 다툼하는 과정에서 아동인 피해자들에게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것으로 그 자체로 법익의 균형성이나 수단의 보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도 "피해자들은 이 사건 이후에도 피고인에 대하여 상당한 공포심을 호소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들은 이 사건으로 인한 급성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우울, 불안, 불면 증세를 겪었고 약물치료 및 상담치료를 받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아동인 피해자들에 대한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1심의 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