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Dermott의 새로운 인사제도
McDermott의 새로운 인사제도
  • 기사출고 2007.12.2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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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적게 하고 월급 덜 받는' 변호사 그룹 가동통상 자문사건 처리…고객사도 부담 적어 환영
로펌 변호사들의 연봉이 나날이 치솟고 있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이에 따라 고객사가 부담하게 되는 법률비용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나, 로펌들로서도 늘어나는 비용을 줄이느라 고심이 적지 않다. 소속변호사의 몸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그 비용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떠넘겨지는 측면이 강하지만, 로펌의 가격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로펌에서는 고객사의 요청과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여 계약직의 외부변호사 등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일을 맡기기도 하고, 인도변호사와 같은 영미권 변호사에게 외주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인도변호사 활용하면 엄청난 비용 절감

뉴욕에 기반을 둔 'SQ Global Solusions'는 법률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류 검토와 같이 비교적 간단한 일은 해외에 외주를 주어 인도변호사들에게 맡기는 방법을 제안했다. 인도변호사들의 시간당 요율은 미화 25~35달러 정도밖에 안된다. 따라서 이들을 활용한다면 엄청난 비용 절감이 이루어지리라고 본 것이다.

물론 이런 방법을 활용하는 데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일을 진행하는 전 과정을 철저하게 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서류가 부실해지거나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만큼의 위험을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이다. 로펌 업무를 외주 주는 게 한때 유행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미국 로펌들의 고심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한 대형 로펌인 'McDermott, Will & Emery'가 새로운 유형의 변호사 그룹을 준비하여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소속변호사를 운용하겠다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McDermott는 능력있는 변호사들 중에 삶의 질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여 사내변호사(In-house Legal Counsel)자리를 찾아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고객사는 늘 그렇듯이 저렴한 비용에 높은 질의 서비스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가.

기존 보다 1/4 낮게 급여 책정

변호사의 수가 1천여 명에 이르는 이 로펌에서는 지난 10월 월급은 덜 받으면서 일은 적게 하고, 시간당 요율을 낮춘 형태의 핵심 변호사 인력을 구성했다. 이 팀에 소속된 변호사들은 각각 큰 소송건과 통상적인 자문건만 도맡아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로펌의 관계자는 "몇 년의 경력이 있으면서 대형 로펌의 엄청난 업무시간을 감당하고 싶지 않은 변호사들이 이러한 고용형태를 환영하고 있다"며, "이들의 업무시간이 대략 1주에 30-40시간 가량으로 줄어들면서 급여도 기존 급여에서 1/4 정도 낮게 책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그룹의 변호사들은 또 내부 변호사로, 로펌 내부에서 함께 팀을 이뤄 일을 한다. 외주를 줄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McDermott의 새로운 카테고리의 변호사들은 통상적인 자문 건을 처리한다. 더 고차원적인 일들은 파트너쉽에 도전하는 다른 변호사들이 맡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McDermott는 그러나 새로운 카테고리의 변호사들이 서류 검토 같이 좀 더 보편적인 업무를 맡기도 하겠지만, 이 그룹에 속한 변호사들이 McDermott에서 훈련을 받았고 따라서 경험이 없는 변호사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회계법인에서처럼 책상을 돌아가면서 쓰게 될 것이므로 로펌 차원에서 비용 절감을 할 수 있어 고객사의 부담이 적어질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차원적인 일 맡을 수 있어 로펌도 이익

McDermott으로서는 외주를 주는 대신 이 새로운 카테고리의 변호사들을 활용함으로써 로펌에 수익이 증가되는 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고객사들이 저차원적인 일들을 이러한 변호사들이 있는 로펌에 맡기다가 자엽스럽게 고차원적인 일이 생기면 이들 일도 이전부터 자문을 해 온 똑같은 로펌에 맡기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사내변호사협회(Association of Corporate Counsel) 대표는 "McDermott의 새로운 시도가 로펌의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고객에게 합리적인 비용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며 매우 반겼다고 한다. 그는 이런 고용형태가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다른 로펌으로도 확산될 것이며, 변호사들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McDermott 같은 로펌에서는 이제 젊은 변호사들이 일을 많이 하면서 파트너가 될 준비를 하는 삶을 택할 수도 있고, 적게 일하며 여유롭게 사는 삶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수한 변호사를 최저의 비용을 들여 고객사를 위해 활용하려는 미국 로펌들의 노력이 과연 어떤 성과로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세계 최대의 로펌인 클리포드 챤스(Clifford Chance)와 법무법인 세종에서 다년간 활동한데 이어 지금은 SL Partners (법무법인 한승)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slpartn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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