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규 대법원장님 영전에
이일규 대법원장님 영전에
  • 기사출고 2007.12.23 10: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석수 전 국무총리]
이일규 전 대법원장님!

◇김석수 전 대법관
찬바람이 불어오는 오늘, 대법원장님을 그토록 사랑하던 가족과 친지, 대법원장님을 흠모하고 존경하던 동료와 후배들이 모여, 가시는 마지막 모습을 애통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평소의 그 소탈하고 인자하신 모습과 다정한 목소리를 오늘은 왜 볼 수 없고, 왜 한 마디도 들을 수 없는지, 참으로 믿기 어렵고 슬프기 한이 없습니다.

이일규 전 대법원장님!



대법원장으로 취임하실 때부터 퇴임하실 때까지 제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있으면서, 대법원장님의 뜻을 받들어 사법부를 올곧게 세우기 위해 열심히 일하였던 그 때가 떠오릅니다. 대법원장님의 그 때의 가르침이 저에게 오늘을 있게 하였습니다.

가까이에서 대법원장님을 모시던 그 때가 바로 어제 같건만, 이제 대법원장님을 영원히 보내드려야 합니다.

대법원장님께서 법관으로 봉직하신 서른일곱해가 새록새록 다시 살아나 추모의 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동료, 후배법관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던 대법원장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이제는 다시 뵐 수 없다는 슬픔이 가슴 한 구석을 저밉니다.

이일규 전 대법원장님!

대법원장님께서 보여주신 혜안과 용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법부의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법관으로서의 한 평생 타협과 굴종의 유혹을 물리치고, 사법부의 존립을 위협하는 어떠한 압력에도 꿋꿋이 버티셨던 모습에서 우리는 사법부가 나아갈 길을 보았고, 의지할 빛을 보았습니다.

대법원장님께서는 힘들고 어려운 시절, 소신을 굽히지 않으시고 재판에 임하셨고, 지금까지 남겨진 수많은 판결에 담겨진 대법원장님의 민주주의와 인권보장을 향한 신념은 여기 모인 우리 모두의, 아니 모든 법조인들의, 아니 이 땅에 사는 모든 국민들의 가슴에 남아 잊히지 않는 소중한 보물이 되었습니다.

이일규 전 대법원장님!

우리는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풀어나갈 해답이 간절히 필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법원장님께서는 법이 정한 기준과 절차에 의해서만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수호하고 사회의 번영을 이룩할 수 있다고 평소에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대법원장님의 이 말씀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오늘날과 같은 정치혼동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대법원장님의 경륜과 지혜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이 때에, 이렇듯 홀연히 가시다니, 우리 모두는 애통하고 애석한 마음을 가눌 길 없습니다.



사법부의 미래를 항상 염려하고 걱정하시던 대법원장님의 뜻을, 여기 모인 우리 모두가 평생 가슴 속에 간직하겠다고 감히 다짐해 봅니다.

이일규 전 대법원장님!

대법원장님께서 가시는 길은 편안하실 것입니다. 평생의 삶을 통하여 몸소 실천하며 보여주신 생애가 크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보내드리는 지금, 우리의 마음은 한없이 슬프지만, 모든 것을 본받고 싶은 대법원장님과 같은 시대에 살았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겠습니다. 대법원장님의 신념과 모습을 사법부의 앞길을 밝히는 영원한 등불로 삼겠습니다.

대법원장님!

이제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히 영면하십시오.

2007년 12월 6일

장의위원회 고문 김석수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