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ISDS 막아낸 '포스코건설 vs 게일' ICC 중재 승소
2조원대 ISDS 막아낸 '포스코건설 vs 게일' ICC 중재 승소
  • 기사출고 2022.11.1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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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앤김 조아라 변호사, "ICC 승소는 다행스럽고 당연한 결과"

지난 10월 28일 판정이 난 '포스코건설 vs 게일 인베스트먼트(Gale Investments Co. LLC)' ICC 중재는 분쟁금액이 3조원이 넘는 빅 케이스라는 점 외에도 여러 측면에서 짚어볼 대목이 적지 않다.

사건 자체는 인천 송도의 국제업무단지 개발에 관련된 상사중재 사건이지만, 게일이 ICC 중재 제기 후 얼마 안 지난 2019년 6월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한국 정부에 최소 20억 달러(약 2조 3,10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투자자-국가중재(ISDS) 의향서를 접수, 중재 판정의 결과에 따라서는 또 하나의 조 단위 ISDS로 비화될 수 있는 폭발성이 큰 사건이었다. 물론 ICC 중재에서 패소했다고 ISDS가 전혀 배제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ICC 중재에서 포스코건설이 게일의 청구를 100% 막아내며 승소한 만큼 ISDS가 제기되더라도 게일에 승산이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ISDS 제기 여부는 순전히 게일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단지의 모습. 게일 인베스트먼트와의 약 4년에 걸친 ICC 중재가 포스코건설의 승소로 마무리되어 앞으로 개발 마무리 작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단지의 모습. 게일 인베스트먼트와의 약 4년에 걸친 ICC 중재가 포스코건설의 승소로 마무리되어 앞으로 개발 마무리 작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2019년에 시작된 이번 ICC 중재는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과 관련한 합작투자(Joint Venture)가 결렬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송도국제업무단지의 주 시공사이기도 한 포스코건설에 따르면, 2002년 지분 70%를 투자하며 포스코건설 등과 합작법인인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를 설립한 게일은 NSIC의 흑자로 미국 내에 세금 부과 문제가 발생하자 포스코건설에 세금을 대신 내달라고 요구했다가 포스코건설이 반대하자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그 결과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한 채무불이행으로 부도가 발생했고, 채무보증을 섰던 포스코건설은 대위변제와 질권 행사로 게일사의 지분을 확보해 새로운 파트너에게 매각했다. 2018년 포스코건설과 결별한 게일은 그러나 포스코건설이 새로운 파트너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합작계약서를 위반했다며 22.8억 달러(약 3.3조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ICC 중재를 제기했다.

중재지-싱가포르, 준거법-한국법

중재지(seat)는 싱가포르. 준거법은 한국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며 지난해 본격 실시된 변론(히어링)은 줌(Zoom)을 이용한 화상중재로 진행되었다. 포스코건설의 대리인은 김갑유 변호사가 이끄는 법무법인 피터앤김과 법무법인 태평양, 영국 로펌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의 연합군이 맡았다. 게일 측 대리인은 워싱턴에 본사가 있는 Wiley Rein이 단독 대리했다. Wiley Rein은 2020년 미국의 연료전지 제조사인 퓨얼셀 에너지(FuelCell Energy, FCE)가 포스코에너지를 상대로 연료전지 기술 라이선스 계약 해지와 관련해 8억 달러 상당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ICC 중재를 제기할 때도 FCE를 대리한 로펌으로, 공교롭게도 포스코 계열사의 상대방 대리만 두 건을 한 셈이 되었다. Wiley Rein은 게일이 송도 국제업무단지 투자와 관련해 한미 FTA를 근거로 한국 정부에 중재 의향서(Notice of Intent)를 제출할 때도 게일을 대리했다.

포스코건설에 따르면, 게일은 ICC 중재에서, 포스코건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해 고의로 부도처리해 합작계약의 성실 및 협력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나, 중재판정부는 판정문에서 포스코건설의 고의 부도 책임은 없으며 오히려 게일사가 사업을 진행하지 않아 부도가 발생했다고 적시했다. 또 대위변제와 새로운 파트너로의 지분 매각도 정당한 지분에 대한 질권 설정 계약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지분을 저가 매각했다는 게일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게일의 주장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은 완승을 거둔 셈인데, 이는 중재판정부가 중재비용과 이번 중재에 들어간 변호사비용까지 모두 게일 측이 부담하라고 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송도사업 지연에 따른 책임이 게일 측에 있고, 포스코건설이 합작투자의 상대방을 게일에서 글로벌 전문투자회사인 ACPG사, TA사로 파트너를 변경하는 과정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한다고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포스코건설이 승소 판정을 받은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최소금액을 투자해서 배당 등으로 엄청난 규모의 수익을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합작 파트너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과도한 수익을 확보하려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기적인 행태에 경종을 울린 사례로 우리나라의 외국인 합작개발 사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청구금액 3조원이 넘는  '포스코건설 vs 게일 인베스트먼트' ICC 중재에서 포스코 측 대리인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100% 승소 판정을 받아낸 법무법인 피터앤김의 조아라 변호사. 조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 로스쿨에서 LLM을 했으며, 법무법인 태평양 시절부터 국제중재 업무를 수행, 10년이 넘는 경력이 쌓인 국제중재 전문가다.
◇청구금액 3조원이 넘는 '포스코건설 vs 게일 인베스트먼트' ICC 중재에서 포스코 측 대리인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100% 승소 판정을 받아낸 법무법인 피터앤김의 조아라 변호사. 조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 로스쿨에서 LLM을 했으며, 법무법인 태평양 시절부터 국제중재 업무를 수행, 10년이 넘는 경력이 쌓인 국제중재 전문가다.

포스코건설을 대리해 이번 ICC 중재 승소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법무법인 피터앤김의 조아라 변호사는 "히스토리가 워낙 긴 프로젝트이다 보니 살펴봐야 하는 문서도 많고, 확인하고 검토해야 하는 사실관계가 매우 방대한 사건이었다"며 "이를 잘 숙지해 논리를 만드는 게 중요했는데, 중재판정부가 우리 생각과 논리에 동의를 해준 거는 어떤 면에서는 다행스럽기도 하고 또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고 약 4년 만에 나온 판정에 만족을 표시했다. 조 변호사는 또 "개인적으로 승소 판정을 받은 많은 국제중재 사건 중 청구금액이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이지만, 피터앤김이 설립된 후 승소 판정을 받은 두 번째로 큰 중재사건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큰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2019년 11월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중재 변호사 중 한 명인 김갑유 변호사가 주도해 설립된 피터앤김은 중국 다자보험이 미국내 고급호텔 15개에 대한 매매계약 해지와 관련해 미 델라웨어 법원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상대로 제기한 7조원대의 소송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대리해 2020년 11월 1심에서 완승을 거둔 데 이어 지난해 12월 미 델라웨어 주 대법원에서 다자 측의 항소를 기각하며 최종 승소했다. 또 지난 7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대리한 에잇시티 사업 관련 ICC 중재에서도 ㈜에잇씨티가 제기한 27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다는 승소 판정을 받았으며, 지난 8월 31일 판정이 선고된 론스타 ISDS에서 법무법인 태평양, 아놀드앤포터(Arnold & Porter)와 함께 한국 정부를 대리한 곳도 법무법인 피터앤김이다.

세 사건 모두 피신청인을 대리해 방어에 성공한 사건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피터앤김이 물론 방어 대리만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피터앤김은 지난 2월 말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 싱가포르투자청)이 신청인 측 주장 2조원대의 풋옵션 이행과 관련해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ICC 중재사건에서 어피니티 컨소시엄을 대리하고 있으며, 서울 여의도의 국제금융센터(IFC) 매입 불발과 관련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9월 보증금 2,000억원의 반환 등을 요구하며 IFC의 소유자인 캐나다의 브룩필드자산운용을 상대로 제기한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중재에서도 신청인 측을 대리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대 게일 ICC 중재의 중재인은 오스트리아 국적의 Michael J Moser가 의장중재인을 맡고 신청인 측이 선임한 Lucy Reed 현 SIAC 중재법원장과 포스코건설이 선임한 호주 국적의 Doug Jones AO가 중재인을 맡아 판정부를 구성했다.

피터앤김에선 조아라 변호사와 함께 대표변호사인 김갑유 변호사와 방준필 외국변호사, 신연수, 한민오, 유은경 변호사, 오소윤 외국변호사, 시드니 사무소의 파트너인 James Morrison 등이 담당변호사로 참여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