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페북 글에서 노조위원장을 '악의 축'으로 지칭한 노조원, 모욕죄 무죄
[형사] 페북 글에서 노조위원장을 '악의 축'으로 지칭한 노조원, 모욕죄 무죄
  • 기사출고 2022.11.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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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조합 운영 비판 과정에서 사용…위법성 조각"

노조 조합원이 페이스북에 노조위원장 등을 '악의 축'으로 지칭한 글을 게시했어도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역버스노조 조합원인 A씨는 2018년 5월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회 일정을 알리면서 "버스노조 악의 축, B, C 구속수사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모욕) 등으로 기소됐다. B씨는 1991년부터 2008년까지 부산지역버스노조 위원장이었고 변론종결 당시 노조 상임지도위원, C씨는 노조 사무처장이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여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한 것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모욕 무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A의 표현은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정당행위로 볼 수도 없다며 유죄를 인정하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0월 27일 원심을 깨고, 다시 모욕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9도14421).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20도16897)을 인용, "어떤 글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글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그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의 태도 등이 합당한가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다소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인터넷 등 공간에서 작성된 단문의 글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표현도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지 않다면 마찬가지로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이때 사회상규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지위와 그 관계, 표현행위를 하게 된 동기, 경위나 배경,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와 구체적인 표현방법, 모욕적인 표현의 맥락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과의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우선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은 피해자들의 사회적인 평가를 저해시킬 만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피고인이 노동조합 집행부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이 사건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노동조합의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하고 내부문제에 대하여 의견개진을 비롯한 비판활동을 할 권리가 있고, 피고인 등 부산버스노동자협의회 회원들은 위와 같이 조합의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조합 재산의 투명한 운영, 위원장 직선제 등을 요구하고 있었고, 피고인은 그 주장을 하기 위한 집회 참여를 독려하면서 이 사건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조합의 운영 등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위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악의 축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북한 등을 일컬어 사용한 이래 널리 알려지면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방 측의 핵심 일원이라는 취지로 비유적으로도 사용되고 있어 피해자들의 의혹과 관련된 이 사건 표현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 표현에서 '구속수사하라!!' 부분은 (A를 포함한 일부 조합원들이 만든) 협의회에서 2018년 5월호 소식지를 통해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수사기관의 적절한 수사를 통한 사실관계 확인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위 부분 자체로는 피해자들의 사회적인 평가를 저해시킬만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전체적인 내용은, 조합의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조합 위원장의 직선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므로 많은 참석을 바란다는 취지이고, 피고인이 게시한 글 전체에서 이 사건 표현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에 따르면, A를 포함한 일부 조합원들은 부산버스노동자협의회라는 별도의 소규모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데, 이 협의회에서는 2018년 5월 무렵 2018년 5월호 소식지를 만들어 버스기사들에게 배포하고 그 무렵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위 소식지의 주요 내용은 퇴직금 누진제 폐지 과정에서 조합 집행부의 의견수렴절차 미비에 대한 비판, 조합이 퇴직금 누진제 폐지의 대가로 받은 돈의 사용처에 대한 의혹제기와 조합 재산의 투명한 운영촉구, 조합 위원장 간선제에 대한 비판과 직선제의 필요성 등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