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이동제한명령 어기고 구제역 돼지 판매, 이동시켰어도 지자체가 살처분 보상금 손배청구 불가"
[손배] "이동제한명령 어기고 구제역 돼지 판매, 이동시켰어도 지자체가 살처분 보상금 손배청구 불가"
  • 기사출고 2022.11.0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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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살처분 보상금 지급은 지자체 의무"

농장주가 이동제한명령을 어기고 돼지를 판매, 다른 지역 농장으로 이동시켜 가축전염병인 구제역이 확산되었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해당 농장주에게 살처분 보상금 등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와 A씨의 아버지가 세종특별자치시 연서면에서 운영하고 있는 돼지농장 근처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세종시장은 2015년 1월 8일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이 농장을 포함해 그 일대에서 사육되는 돼지에 대하여 가축전염병 예방법에서 정한 이동제한명령을 발령했다. 그러나 A씨 부자는 약 한 달 뒤인 2월 7일 이동제한명령을 어기고 C씨 등 3명의 중개로 D씨에게 돼지 260마리를 판매,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D씨의 농장으로 이동시켰다.

이후 D씨의 농장에 있는 돼지 중 일부가 구제역이 의심되는 증상을 보였고, 2015년 2월 9일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D씨의 농장에서 사육되던 D씨 소유의 돼지 618마리와 다른 사람 소유의 개 7마리, 닭 80마리가 살처분되었다. 살처분된 돼지 618마리에는 A씨 등이 위와 같이 이동시킨 돼지 260마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철원군은 D씨 등 살처분된 가축의 소유주에게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과 생계안정자금, 살처분 비용으로 모두 1억 7,300여만원을 지급한 뒤 A씨 부자와 C씨 등 3명을 상대로 1억 7,300여만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들은 연대하여 철원군에 1억 7,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하자, 피고들이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월 16일 "가축전염병 예방법의 입법취지와 관련 규정 등을 종합하면, 가축전염병 예방법에서 정한 이동제한명령은 가축전염병이 발생하거나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일 뿐, 가축전염병 예방법에서 정한 살처분 보상금 등을 지급하는 지방자치단체인 원고가 이러한 규정을 들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며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7다247589).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가축 소유자에게 살처분 보상금 등을 지급하는 것은 가축전염병 확산의 원인이 무엇인지와 관계없이 가축전염병 예방법에서 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라며 "따라서 이 사건에서 원고가 살처분 보상금 등을 지급하게 된 가축전염병 확산의 원인이 피고들의 이동제한명령 위반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원고의 살처분 보상금 등 지급이 피고들의 이동제한명령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거나 원고가 다른 법령상 근거 없이 곧바로 피고들을 상대로 원고가 지급한 살처분 보상금 등 상당을 손해배상으로 구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들의 이동제한명령 위반과 원고의 살처분 보상금 등 지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였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상당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에 앞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위법한 행위와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침해이익의 성질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5다21821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법무법인 우면과 전정수, 김배정, 장용배, 정준배 변호사가 피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