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여성가족부 공무원이 상대방 몰래 대화 녹음한 뒤 행정소송 증거로 제출…국가가 배상하라"
[손배] "여성가족부 공무원이 상대방 몰래 대화 녹음한 뒤 행정소송 증거로 제출…국가가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2.11.0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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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음성권 침해"

여성가족부 공무원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한 대화 내용을 행정소송에 서증으로 제출했다. 법원은 대화 상대방의 음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공익신고자들의 보호와 공익신고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의 대표자인 A씨와 상임이사인 B씨는, 여성가족부 과장인 C씨에 대해 이루어진 여성가족부의 직위해제 등 조치가 이른바 내부고발자에 대한 불이익조치이므로 이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2020년 10월 13일 여성가족부장관에게 보냈다. 이에 여성가족부 공무원 2명은 10월 21일 A, B씨를 방문해, C씨가 오히려 소속 직원들에게 비인격적인 대우, 부당한 업무 강요 등을 장기간 해 온 사실이 확인되었으므로, 징위해제 등 조치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불이익조치가 아니라 정당한 징계권 행사 차원에서 필요하였다는 내용의 설명을 했고, A, B씨는 관련 행정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여성가족부 공무원 2명은 이 방문에서 A, B씨와의 대화 내용을 A, B씨의 동의 없이 녹음했고, 이 녹음을 녹취한 녹취서가 2021년 4월 관련 행정소송에서 여성가족부 측 서증으로 제출되었다.

C씨는 이에 앞서 2019년 12월 20일 사내 메신저를 통해 실 · 국장 및 법무감사담당관실(감사담당관실) 등에 '공무직 직원의 초과근무수당 부정수급을 발견하여 일부 시정 조치하였고, 모 주무관이 공무직의 임금 보전을 위해 관행대로 실제 근무 여부와 다른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도록 할 것을 요청하여 재발의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신고를 했다. 한편 감사담당관실은 2019년 12월 30일부터 2020년 1월 29일까지 '공무원 행동강령'과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사를 실시해, C씨의 2017년 이후 소속 직원들에 대한 비인격적 대우, 부당한 업무 강요, 과도한 통제, 업무상 불이익, 부당한 응대 등의 이른바 갑질 행위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C씨에 대해 중징계의결 요구, 직위해제 조치를 하고 C씨의 2019년 성과연봉 평가등급을 B등급으로 통보했다. 이에 C씨가 신고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감사를 받아 직위해제 등 조치가 내려졌다는 이유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분보장 조치를 신청, 국민권익위원회가 C씨에 대한 직위해제 등 조치가 부패행위에 관한 신고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불이익조치라고 판단해 C씨에 대한 중징계의결 · 직위해제 취소, 성과연봉 평가등급 A등급과 B등급의 차액 218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하는 신분보장 조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장관은 직위해제 등 조치가 C씨의 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조치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별도의 감사 절차가 진행된 후 C씨의 위반행위가 확인되어 이루어진 정당한 조치라는 이유로 신분보장 조치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관련 행정소송)을 냈고, C씨는 위 행정소송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보조참가인으로 참가했는데, 서울행정법원은 2021년 9월 여성가족부의 직위해제 등 조치는 C씨의 신고와 무관하게 이루어진 정당한 조치로서 이와 전제가 다른 국민권익위원회의 신분보장 조치 결정은 위법하므로 신분보장 조치 결정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A, B씨는 "여성가족부 공무원 2명이 방문 시 원고들에게 녹음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이를 녹취서로 작성하여 관련 행정소송에 서증으로 제출한 것은 원고들의 인격권으로서의 음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국가와 이 여성가족부 공무원 2명을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2021가단5160620)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하헌우 판사는 9월 2일 "피고들의 행위는 원고들의 음성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며 "국가는 A, B씨에게 각각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여성가족부 공무원 2명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하 판사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녹취, 방송 또는 복제 · 배포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고, 또한 헌법 제10조는 헌법 제17조와 함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데, 이에 따라 개인은 사생활 활동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인 권리는 물론, 오늘날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도 가진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동의 없이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하고 이를 재생, 녹취, 복제, 배포하는 행위 는 설령 그것이 형사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상 보장된 음성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하 판사는 그러나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고 녹음자의 비밀녹음이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등 행위 목적의 정당성, 수단 · 방법의 보충성과 상당성 등을 참작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녹음자의 비밀녹음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일단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평가된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하 판사는 "여성가족부 공무원 2명이 이 사건 방문 시 원고들과의 대화를 원고들의 동의 없이 녹음한 사실, 녹음에 기초하여 작성된 녹취서가 관련 행정소송에 서증으로 제출되었으므로, 위 법리에 의할 때에, 피고들의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의 음성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지적하고, "피고들이 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 또는 이익이 정당하고, 녹음 및 그에 대한 복제, 배포가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들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 판사는 "피고들은 방문 결과에 대한 내부적 정리에 활용할 목적으로 녹음을 하였다고 주장하나, 위 녹음이 녹취서로 작성되어 관련 행정소송 담당자에게 전달되었고 여성가족부측 소송대리인에 의하여 서증으로까지 제출되었으며, 그 제출 시점이 관련 행정소송에 원고들이 작성한 탄원서가 제출된 이후인 점을 고려하면, 결국 녹음에 기한 녹취서를 서증으로 제출한 것은 원고들 작성의 탄원서를 탄핵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설령 피고들의 주장대로 녹음 당시에는 녹음을 관련 행정소송에 증거로 제출하기 위한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들 또는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은 이후 녹음 및 녹취서가 다른 용도로 사용되거나 제출, 유포되지 않도록 관리하여야 할 책임을 소홀히 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원고들은 이른바 내부고발 내지 공익신고자들을 조력하는 사람들로서 C의 신고를 공익신고로 보고 C를 도왔던 사람들이므로, 원고들이 피고들을 만나 그들의 주장을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경청하였다는 사정만으로도 C와의 신뢰관계가 훼손되고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바,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가 없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방문은 피고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므로 원고들이 그러한 상황을 자초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하 판사는 "피고 대한민국은 소속 공무원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원고들에게 입힌 손해를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원고들이 피고들의 행위로 인하여 불쾌감이나 난처한 감정을 느끼는 등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위자료 액수를 각 300만원으로 정했다.

하 판사는 그러나 여성가족부 공무원 2명에 대한 청구는, "피고들(여성가족부 공무원 2명)에게 이 사건에 관하여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공무원 개인인 피고들에게는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상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및 제2항에 따르면, 공무원이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국가 등이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외에 그 개인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지지만 경과실만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면한다.

법무법인 자연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피고 측인 법무법인 LAB 파트너스가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