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truction] 중동의 탄소중립 정책과 건설산업 전망
[Construction] 중동의 탄소중립 정책과 건설산업 전망
  • 기사출고 2022.10.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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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wers & Hamlins-KCAB 공동 웨비나

중동 지역에 오래 전부터 진출하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영국 로펌 트라워즈앤햄린스(Trowers & Hamlins LLP)가 9월 22일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KCAB INTERNATIONAL)와 함께 "중동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건설산업 전망(How will the GCC's commitment to carbon net zero affect the construction sector)"을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했다. 그간 ESG와 탄소중립에 대한 논의는 많았지만 이를 건설계약 및 분쟁과 연관 지어 구체적으로 조명하는 세미나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웨비나가 높은 주목을 끌었다.

세션마다 한국어 요약 제공

크게 세 개의 세션으로 진행된 이번 웨비나에서는 Trowers & Hamlins의 국제건설팀장인 Cheryl Cairns 영국변호사가 중동의 탄소중립 정책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Hasan Rahman 영국변호사는 중동의 탄소중립 정책이 현재와 장래의 건설계약에 미치는 영향을, Karie Akeelah 캐나다 변호사는 중동의 탄소중립 정책이 건설분쟁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또 각 세션 말미에 윤덕근 변호사(사법연수원 37기)가 한국어로 각각의 발표내용을 요약 설명,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주요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영국 로펌 트라워즈앤햄린스가 9월 22일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와 함께 "중동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건설산업 전망"을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 중동 진출에 관심이 많은 한국 건설사 관계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영국 로펌 트라워즈앤햄린스가 9월 22일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와 함께 "중동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건설산업 전망"을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 중동 진출에 관심이 많은 한국 건설사 관계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1. 중동의 탄소중립 정책과 동향

2015년 12월 파리협약 이후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산유국인 중동국가들 또한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은 기후변화 방지 외에도 탈석유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산업 다각화의 필요라는 나름 절박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UAE의 경우 2017년 장기 에너지 계획인 '에너지 전략 2050' 을 발표하여 탄소배출 감축, 디지털 기술 도입 등 석유산업 다각화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였고, 2021년 10월 두바이 엑스포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여 주목을 받은 바 있다. UAE는 또 2023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유치하기도 하였다. UAE는 탄소 저감을 위한 사업으로 탄소 포집 및 저장(CCS) 프로젝트와 수소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와도 긴밀한 협력을 구축해 가고 있다. 2021년 3월 산업통상자원부가 UAE 산업첨단기술부와 '한-UAE 산업 · 에너지 협력포럼'을 개최한 가운데 UAE와의 수소경제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고, 이후 한국 기업들의 관련 사업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6년 공개한 '사우디 비전 2030'과 그 이행계획을 통해 석유산업 다각화 및 천연가스 부문 육성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2020년 G20 의장국으로서 공동선언에 탄소의 배출 감축, 재사용, 재활용, 제거에 중점을 둔 '탄소순환경제'(Circular Carbon Economy, CCE)개념을 포함시켰으며, 2021년 10월에는 206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에 관한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네옴 시티, 전기차만 이용 예정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신도시 네옴(Neom) 시티의 경우 100% 신재생에너지 자원과 전기차만이 이용될 예정인데, 이에 우리나라 기업을 포함한 모빌리티 기업들도 사우디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밖에 바레인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오만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각각 선언하였으며, 카타르는 2030년까지 25%씩 탄소 배출을 감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 중동의 탄소중립 정책이 건설계약에 미치는 영향

이같은 중동의 탄소중립 정책은 현재 체결되어 있는 건설계약뿐만 아니라 장래에 체결될 건설계약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각국의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한 규제나 인증 등에 관한 법령이 입찰참가 자격 사전심사 등 입찰절차에 반영될 수 있고, 나아가 계약상 의무의 내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FIDIC(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s Ingénieurs-Conseils) 표준계약조건 1999년판 4.18조는 시공자에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사 현장 안팎에서 모든 합리적인 조치를 해야 하고, 오염, 소음 등 공사로부터 발생하는, 사람과 재산에 대한 손해 및 방해를 제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준수 의무 추가

2017년판은 여기에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준수할 의무도 추가하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 관련 법령 위반이 계약상 책임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FIDIC 표준계약조건상 조항 자체는 다소 추상적이어서 실제 손해배상책임과 상대방의 계약해지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계약당사자 간에 합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한국변호사로서 Trowers & Hamlins 두바이 사무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덕근 변호사와 Trowers & Hamlins 국제건설팀의 팀장인 Cheryl Cairns 영국변호사, Hasan Rahman 영국변호사, Karie Akeelah 캐나다 변호사. Cheryl Cairns와 Karie Akeaehl 도 두바이 사무소 소속이며, Hasan Rahman은 아부다비 사무소에 상주한다.
◇왼쪽부터 한국변호사로서 Trowers & Hamlins 두바이 사무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덕근 변호사와 Trowers & Hamlins 국제건설팀의 팀장인 Cheryl Cairns 영국변호사, Hasan Rahman 영국변호사, Karie Akeelah 캐나다 변호사. Cheryl Cairns와 Karie Akeaehl 도 두바이 사무소 소속이며, Hasan Rahman은 아부다비 사무소에 상주한다.

한편 영국의 공공공사에서 다수 활용되는 NEC4는 선택적 조항(optional clause) 중 하나로 기후변화 요건(Climate Change Requirements) 준수를 업무 범위 내에 편입시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Clause X29), 이 조항이 계약 내용에 반영될 경우 기후변화 요건 미달 자체가 채무불이행으로 인정될 수 있다. 그밖에 NEC4는 계약상 의무를 완화시킨 Climate Change Plan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시 공급자에게 재무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Performance Table도 제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장래의 건설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는 FIDIC이 2021년 11월 발표한 기후 변화 헌장(Climate Change Charter)에 따라 향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약조건과 가이드라인, 그리고 영국의 챈서리 레인 프로젝트(The Chancery Lane Project)를 들 수 있다. 챈서리 레인 프로젝트는 법조인, 산업계 및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모든 국가에 통용될 수 있는 샘플 조항들을 고안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113개국의 2,600명 이상의 법률가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금융, 자본시장, 일반 상거래, 공급 및 제조, 건설, 회사, 분쟁해결, 고용, 보험, 지식재산권, 부동산, 교통 등 모든 종류의 계약을 망라하고 있는데, 건설계약 관련 조항으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공급자를 교체하는 조항, 기후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의 지체상금 조항,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제3자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 관련 규정 등을 들 수 있다. 영국 및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의 많은 법률가들도 챈서리 레인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여기서 제시된 계약 조항들은 중동의 실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3.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예상되는 건설분쟁의 유형과 양상

건설산업은 탄소중립의 주요 대상인 에너지 생산 관련 이산화탄소의 1/3 이상을 배출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또필연적으로 분쟁이 다수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산업에 해당한다.

실리콘 웨이퍼 값 급락에 분쟁 발생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분쟁 유형은 크게 (1)원자재 관련 분쟁, (2)신기술 관련 분쟁, (3)지속가능성 보고서 관련 등 정부와의 분쟁, (4)투자 관련 분쟁, (5)탄소 크레딧 또는 탄소거래 제도 관련 분쟁, 그리고 (6)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분쟁 등 6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아직 중동에서는 실제 분쟁 사례를 찾기가 어렵기에, 유럽 등 선진국에서 발생한 분쟁 사례들을 참고함으로써 중동에서의 분쟁도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다.

먼저 원자재 관련 분쟁은, 시공자가 발주자의 요청에 따라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원자재를 변경하고 신자재를 개발함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고 프로젝트가 지연됨에 따른 클레임이다. 독일 제조업자와 대만 광전지 회사 간 장기공급계약에서 태양광 발전의 주요 자재인 실리콘 웨이퍼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대만 회사가 계약 이행을 거절하면서 중재 사건으로 발전한 사안을 예로 들 수 있다.

신기술 관련 분쟁은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요구되는 새로운 요건 및 표준, 신규 인프라 및 시스템, 신규 협력 및 신규 공급자 및 제조자 관련 분쟁이다. UAE나 사우디에서 추진하는 수소 산업과 관련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산업의 경우 대량의 물이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소요되는데, 중동국가의 경우 담수에 의존하기 때문에 담수처리 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 보고서 작성 관련 등 정부와의 분쟁은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새로운 환경 규제 및 보고 요건을 사업자들에게 부과하면서 발생할 수 있다. UAE의 경우 상장회사들에게 지속가능성 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 작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의무는 향후 다른 회사들에도 확장될 수 있다. 향후 부정확한 정보와 내용으로 보고서가 작성될 경우 그에 따른 정부의 조치와 관련해 분쟁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분쟁 증가 예상

투자 관련 분쟁은 신재생/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자본이 집중되는 데 따른 것으로, 예컨대 신재생이 아닌 탄소 고배출 프로젝트의 경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기고 이로 인해 공기지연과 계약해지 등 계약 위반에 따른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정부가 투자 유치를 위해 약정한 보조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발전차액지원(Feed-in tariffs) 약속을 위반한 경우 등 정부를 대상으로 한 투자자분쟁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차액지원이란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공급된 전력에 대해 생산가격과 거래가격 간의 차액을 정부의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보전하는 제도를 말한다.

탄소 크레딧 거래소 개설 예정

중동국가들이 탄소 크레딧 또는 탄소배출거래관련 제도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관련 분쟁도 다수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아부다비의 경제자유구역인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ADGM)은 최초의 탄소 크레딧 거래소 개설을 예정하고 있으며, 카타르는 글로벌 탄소 카운실 멤버로서 중동 지역 최초로 자발적 탄소 상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건설공사의 수행이 신규 또는 개발 중인 다른 인프라 시설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 해당 인프라 시설이 지연됨에 따른 연쇄효과로서 계약이행에 영향을 미쳐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풍력 발전 지역에 전력망 연결이 되지 않음에 따라 채무불이행 책임이 문제된 스톡홀름상공회의소(SCC)의 중재 사건을 들 수 있다.

금번 Trowers & Hamlins와 대한상사중재원의 웨비나는 중동뿐만 아니라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이 건설계약 및 분쟁에 미칠 수 있는 영향들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에게 유용한 참고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정리=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