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저성과자 대기발령 후 자동해고, 개선 가능성 등 따져 정당성 가려야"
[노동] "저성과자 대기발령 후 자동해고, 개선 가능성 등 따져 정당성 가려야"
  • 기사출고 2022.09.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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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저성과자 해고 정당성 요건 제시

대기발령을 받은 저성과자가 대기발령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도록 보직을 다시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 해고하는 이른바 자동해고 조항에 따라 해고하는 경우에도 향후 개선 가능성 등을 따져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 요건을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의미 있는 판결이다.

대선조선은 2015년 2월 24일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기존의 '4본부 7실 34팀'에서 생산지원실, 선체설계실, 의장설계실, 발판지원팀, A씨가 소속된 협력사지원팀 등 3실 2팀을 폐지해 '4본부 4실 32팀'으로 직제규정을 개정하고, 다음날인 25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를 포함한 대기발령 대상자 4명을 확정했다. 대선조선은 A씨를 3월 1일자로 대기발령했다. A씨는 대기발령 중이던 2015년 3월과 4월에 '절박한 경영위기 타개를 위한 연간 간접비 150억원 절감방안을 제시하라'는 업무과제를 부여받고 방안을 제시했으나, 평가 결과 D등급을 받았다. 대선조선은 한 달 뒤인 5월 A씨에게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교재를 통한 업무 테스트'의 수행과제를 부여하고, 40점 이하일 경우 업무부적격으로 결정하기로 한 뒤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A씨는 31점을 획득했다. 이에 대선조선이 인사위원회를 열고 무보직으로 3개월이 경과한 A씨를 해고하자, A씨가 대기발령과 해고가 모두 인사권의 남용이라고 주장하며 대기발령 · 해고의 무효확인과 대기발령 기간 동안의 임금 차액 530만원,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 등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대선조선의 취업규칙과 인사규정은 "사원이 무보직으로 3개월이 경과하였을 때는 해고한다"는 자동해고 조항을 두고 있다.

A씨는 2013년 3월 회사로부터 '이달의 대선인' 표창을 받았고, 그해 상반기 인사 고과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또 2013년 하반기와 2014년 상반기 인사고과평가에서 각 B등급을 받았으나, 대기발령 직전인 2015년 1월경 2014년 하반기 인사고과평가에서 관리직 총 254명 중 253위로 최하위 D등급(하위 5%에 해당)을 받았다. A씨는 대선조선이 2015년 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처음 실시한 업무역량과 리더십역량에 대한 다면평가에서도 같은 그룹의 피평가자 총 35명 중 33위로 최하위 D등급을 받았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대기발령과 해고가 모두 정당하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하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그러나 9월 15일 A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대기발령은 정당하지만 해고의 정당성 여부는 다시 따져 봐야 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8다251486). 대법원은 해고 무효확인 청구 부분과 2015. 7. 17.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 청구 부분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고할 수 있다고 정한 취업규칙 등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한하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법리는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에서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부진에 따른 대기발령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도록 보직을 다시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해고한다는 규정을 두고 사용자가 이러한 규정에 따라 해고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이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업무의 내용, 그에 따라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의 정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사용자가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 개선의 기회가 부여된 이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개선 여부, 근로자의 태도, 사업장의 여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부진이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 여부를 심리하여 이 사건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원고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부진이 어느 정도 지속되었는지, 그 부진의 정도가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는지, 나아가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려운지, 피고가 원고에게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채 단지 대기발령이 정당하고 대기발령 기간 동안 원고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다만, 대기발령에 대해선, "원심은 대기발령은 피고의 조직 개편 및 원고에 대한 인사고과평가에 따른 것으로서 피고의 인사규정 제20조 제1항 제4호, 제5호, 같은 조 제2항 등에 근거한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이고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며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대기발령의 재량권 행사의 한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상고심부터 A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아이앤에스의 이동산 변호사는 "①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부진이 어느 정도 지속되었는지, ②그 부진의 정도가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는지, ③나아가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려운지, ④피고가 원고에게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였는지 등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 심리를 위한 세부요건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