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광화문집회 참석 숨긴 코로나 확진자 상대 손배소 기각
[손배] 광화문집회 참석 숨긴 코로나 확진자 상대 손배소 기각
  • 기사출고 2022.09.1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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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법] "전파 증거 없고, 형사 외 민사 손해배상까지 부과 과도"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대규모 집회에 참석한 사실을 숨겼다가 형사처벌을 받은 코로나 확진자에 대해 주변 연쇄 확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까지 물을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청주시에 사는 A(여)씨는 2020년 8월 15일 서울에서 열린 광화문집회에 참석했으나, 코로나 역학조사에서 "참석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하고, 코로나19 진단검사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주간보호센터에 입소해 생활하던 A씨의 시어머니 B씨, 다른 1명, 주간보호센터 직원 C씨가 8월 28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A씨도 다음날인 8월 29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청주시가 감염 확산의 책임을 물어 A씨를 상대로 A씨와 관련한 입원 격리자들에게 지급한 진료비 · 검사비 등 5,2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2020가단37836)을 냈다. A씨는 "코로나19 역학조사 과정에서 광화문집회 참석사실이 없다고 거짓 진술 하였으며, 충북도지사의 '광화문집회 참석자의 경우 진단검사를 받아라'는 내용의 행정 명령을 인식하였음에도 건강진단을 거부하였다"는 내용의 혐의(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2021년 10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김룡 판사는 그러나 8월 26일 "피고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코로나19를 확산시키거나 확산 위험성을 증대시킨 행동을 함으로써 원고에 대해 고의 또는 과실에 기한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청주시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주된 주장은 '피고가 광화문집회에 참석하여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음에도 이를 감추는 등 방역위반행위를 하다 주위에 코로나19를 전파시켰다'는 것으로 보이나 피고가 광화문집회에 참석하여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코로나19의 잠복기가 통상 5~7일임에 반해 피고가 광화문집회 참석일로부터 열흘이 지난 2020. 8. 25. 처음으로 기침 증상이 발현되었다가 2020. 8. 29.에야 확진 판정을 받은 점, 피고와 함께 광화문집회에 간 지인들이나 서울에서 피고와 접촉한 사 람은 모두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는 광화문집회 이후에 위 집회와 무관하게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의 시어머니인 B 및 주간보호센터 직원인 C 등이 피고보다 앞선 2020. 8. 28. 양성판정을 받은 점, 피고가 '기침' 증상을 처음 보인 2020. 8. 25. 위 C 역시 '인후통'의 증세를 보인 점, B의 손녀는 2020. 8. 22. B와의 식사자리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데, 위 식사자리에 피고는 동석하지 않은 점, 광화문집회에서 피고와 접촉한 사람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점 등에 비춰보면 과연 시어머니 B 등에게 코로나19를 전파시킨 사람이 피고인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감염병예방법 제6조 제3항 및 제64조 이하에 따라 방역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비나 피해자에 대한 지원비를 부담할 의무를 지고 있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위반행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그 실질이 '방역위반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우회적인 형태의 심리적 강제'라고 보이고, 행정상 의무위반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외에 민사상의 손해배상의무까지 광범위하게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할 수 있으므로, 방역위반행위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감염병에 감염되었거나 이를 의심할만한 충분한 증상이 있음에도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하여 감염병을 확산시키거나 확산시킬 위험성이 높은 행동을 한 경우 등과 같이 필요최소한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며, 피고의 방역위반행위가 있을 무렵까지는 감염병예방법에서 방역위반행위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 관련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2021. 3. 9. 감염병예방법 72조의2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은 위 법을 위반하여 감염병을 확산시키거나 확산 위험성을 증대시킨 자에 대해 위 법에 따른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지출된 비용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이 신설되었다.

재판부는 "결국 피고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원, 피고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이대로 확정됐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