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수치인에게 물건 인도한 때부터 임치물 반환청구권 소멸시효 진행"
[민사] "수치인에게 물건 인도한 때부터 임치물 반환청구권 소멸시효 진행"
  • 기사출고 2022.09.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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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임치인 언제든지 계약해지 가능"

남에게 물건을 맡기는 임치계약에서 물건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의 소멸시효는 임치계약이 성립해 물건을 인도한 때부터 진행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사는 현대차와 자동차 배기가스 촉매제를 제조해 납품하기로 하는 내용의 부품거래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현대차에 촉매제를 납품해왔으나, 현대차의 지시에 따라 촉매제를 직접 현대차에 인도하는 대신 촉매제를 가공하여 촉매정화장치를 제조하는 B사에 인도했고, 2012년부터 2017년까지 A사가 B사에 인도한 촉매제가 346,096개에 이른다. B사는 A사로부터 인도받은 촉매제를 사용해 촉매정화장치를 제조한 다음 현대차에 촉매정화장치를 납품했다. 그러나 B사는 A사로부터 받은 촉매제보다 19,268개 적은 326,828개의 촉매정화장치를 현대차에 납품했고, A사는 현대차로부터 326,828개의 촉매제에 대한 대금만 지급받았다. 이에 A사가 2017년 12월 B사에 남은 촉매제를 반환하고, 촉매제가 없으면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A사가 촉매제를 초과 납품해 남은 촉매재를 B사가 보관하고 있어 묵시적 임치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고, 이를 해지한다며 주위적으로 임치물 반환을 청구하고 예비적으로 물건이 없을 경우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임치계약 성립을 인정하되 B사가 잔여촉매제를 점유하고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촉매제 반환을 요구한 주위적 청구는 기각하면서도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예비적 청구는 받아들였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B사가 A사에 촉매제 19,268개의 가액 상당인 20억여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B사는 항소심에서 "촉매제의 각 인도 시점을 기준으로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기산된다"며 "이 사건 소제기로부터 역산하여 상사시효기간인 5년이 도과한 2012년 12월 이전에 납품한 촉매제에 대한 임치물반환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고, 그에 따라 소멸시효가 완성된 촉매제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치계약에서 임치물반환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일을 계약을 해지한 때라고 보고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B사의 상고로 열린 상고심(2020다220140)에서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8월 19일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계약이 성립하여 임치물이 수치인에게 인도된 때부터 진행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임치계약 해지에 따른 임치물 반환청구는 임치계약 성립 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이고, 임치계약에서 임치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고 임치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계약이 성립하여 임치물이 수치인에게 인도된 때부터 진행하는 것이지, 임치인이 임치계약을 해지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하고, "원심으로서는 잔여촉매제에 대한 임치계약의 성립시점이 언제인지, 잔여촉매제가 피고에게 인도된 날이 언제인지, 그로부터 소멸시효 기간이 도과하였는지 등을 심리한 다음,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관해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임치계약 해지일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위와 같은 사항에 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단정한 원심에는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