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피해자 동의 없어도 가정폭력 가해자 분리조치 적법"
[형사] "피해자 동의 없어도 가정폭력 가해자 분리조치 적법"
  • 기사출고 2022.09.05 18: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가능"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응급조치로서 피해자 · 가해자 분리조치를 할 때는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2020년 2월 7일 오전 7시 37분쯤 서울 서초구에 있는 A(34)씨의 집에 경찰이 출동했다. A씨의 여자친구 B씨의 어머니가 '서울에 있는 딸이 연락이 와서 동거 중인 남자친구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한다'고 112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한 것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A씨에게 그곳에 있던 B씨와 떨어져 있을 것을 요청했다. 이에 A씨가 화가 나, "내 마누라가 나랑 얘기한다는데 XX"이라고 소리치며 B씨를 집 밖으로 이동시키려는 순경의 몸을 양손으로 밀어 넘어뜨렸다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파출소로 체포되어 온 A씨는 파출소에서도 난리를 피우며 경찰관의 키보드를 밟아 손괴한 혐의(공용물건손상)로도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응급조치인 피해자 분리조치를 하려면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경찰관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분리조치를 했으므로 위법하다"며 "경찰관의 피고인과 B 사이의 분리조치가 위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하므로, 그에 대한 저항으로 이루어진 피고인의 경찰관에 대한 폭행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투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공용물건손상 혐의와 함께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유죄를 인정,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보호관찰, 사회봉사 80시간, 폭력치료강의 수강 40시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른 보호조치나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데 피고인과 B의 관계, 경찰이 신고받고 출동한 경위 등을 보면 경찰이 '피고인이 여자친구를 죽이려고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여 폭행 발생 정황을 파악한 뒤 여자친구를 피고인과 분리한 행위는 법에 따른 응급조치로 적법하고 그 절차 및 과정에 잘못된 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A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8월 11일 원심 판단은 타당하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22도2076).

대법원은 "가정폭력처벌법상 가정폭력이란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하는데(제2조 제1호), 가정구성원에는 배우자뿐만 아니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제2조 제2호 가.목)"고 전제하고, "가정폭력처벌법 규정의 내용에다가 가정폭력처벌법의 입법목적과 응급조치를 둔 취지, 가정폭력범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 제1호에 규정된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에 피해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설령 피해자가 분리조치를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하더라도 경찰관이 현장의 상황에 따라 분리조치를 함에 있어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