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Money] 상장폐지 위기 법인의 회생절차를 통한 경영정상화
[Law & Money] 상장폐지 위기 법인의 회생절차를 통한 경영정상화
  • 기사출고 2022.09.0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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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외부채 리스크 해소, 인가 전 M&A로 상장유지 모색"

한국거래소가 지난 4월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 코스닥시장 2021사업연도 12월 결산법인 결산 관련 시장조치 현황"에 따르면, 2021사업연도에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인해 상장폐지사유가 발생한 법인은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4개사, 코스닥시장 상장법인 38개사, 총 42개사에 이른다. 자체 조사 결과 2022년 8월 현재 11개사에 대해서는 이미 상장폐지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된다. 막다른 길에 놓인 상장법인이 상장폐지결정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엇이 있을까.

우선 상장폐지절차에 대해 간단히 살펴본다. 상장법인이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으면, 한국거래소는 상장법인에게 형식적 상장폐지사유 발생 사실을 통보한다. 상장법인은 이의신청을 통해 개선기간을 부여받을 수 있으며,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인한 상장폐지사유의 경우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통상 1년의 개선기간이 부여된다.

◇윤재훈 변호사
◇윤재훈 변호사

상장법인은 개선기간 종료 후 한국거래소에 형식적 상장폐지사유가 해소되었음을 입증하는 내용의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제출된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바탕으로 상장법인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 의결하게 된다(코스닥시장의 경우 형식적 상장폐지사유가 해소되면 연이어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개시하게 됨).

형식적 상장폐지사유 해소 입증해야

상장법인은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제출 시 형식적 상장폐지사유가 해소되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개선기간 중 비적정 대상 회계기간에 대한 재감사 또는 다음 연도 회계기간에 대한 신규감사를 통해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다는 내용을 제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법원의 회생절차를 활용하는 방안이 많이 활용된다.

특히 감사의견 비적정의 주요 사유가 부외부채 존재 가능성에 대한 감사증거 미확보, 자산의 실재성에 대한 의심 내지 자산 금액에 대한 왜곡표시 우려에 있다면, 회생절차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채무자 회사는 회생계획 인가결정 시 회생계획에 의해 인정된 권리 외의 모든 회생채권 및 회생담보권에 관하여 책임을 면하므로 부외부채의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회생절차에서 이루어지는 조사위원의 조사절차를 통해 자산의 존부 및 실제 가치가 상당 부분 밝혀지기 때문이다.

또한 상장법인은 회생절차에서 M&A를 진행하여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하고, 유상증자 대금으로 회생채무를 일시에 변제하여 개선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회생절차를 조기에 종결함과 동시에 상장유지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12개사 회생절차 진행 중

실제 2022년 8월 현재 상장폐지사유가 발생한 법인 중 약 12개사에서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그중 인가 전 M&A를 추진 중이거나 추진 예정인 법인도 다수 존재하며, P-Plan 회생절차(사전계획안 회생절차)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상장법인의 신속 · 정확한 의사결정이다. 회생절차를 통한 상장폐지 대응은 법원, 외부감사인, 한국거래소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고난도의 과정이다. 회생절차는 법률상 정해진 절차와 요건에 따라 진행되는데, 외부감사인은 적어도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재감사 계약 체결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한국거래소는 상장유지를 위해 회생계획 인가결정 및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적정을 요하는 등 관련 절차가 상호 연계되어 있다. 회생절차개시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회생계획안이 부결되는 경우, 외부감사인과의 재감사 계약 체결이 불발되는 경우, 한국거래소 상장규정에서 정한 기한 및 요건을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 중 어느 하나의 경우만 발생해도 그간의 노력이 허사가 되고 상장폐지결정을 면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법인은 최후의 순간까지 회생절차개시신청을 주저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2개 사업연도 연속으로 감사의견 비적정이 되어야 비로소 회생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제출 기한 내에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기 어려울 우려가 있음은 물론, 사업 부진의 심화에 따른 회생계획안 부결 가능성 증대, 재감사의 범위 확대 및 비용 증가 등 어려움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형식적 상장폐지사유 발생이 예상되거나 발생한 즉시 상장법인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한편 채무자 회사 및 그 대주주가 자산 유출 기타 부정행위를 감추기 위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회계감사절차에 협조하지 않는 방법으로 '고의 상장폐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주주는 상장폐지 이후 정리매매절차에서 보유한 주식을 염가에 처분할 수밖에 없어 큰 손실을 입게 되며, 상거래채권자 또한 폐업으로 인한 연쇄 부도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주주, 채권자의 직접 회생절차개시신청 가능

이를 막기 위해 주주, 채권자가 직접 채무자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주주 또는 채권자가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할 때, 정보 부족으로 인해 채무자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원인(지급불능 또는 부채초과의 염려)의 존재를 소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상장법인에 대해서는 공시된 사업보고서 및 분 · 반기보고서를 통해 정보를 입수할 수 있고, 주주의 경우 상법상 회계장부열람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의 상장폐지와 관련된 대주주, 임원 등은 자금조달(및 조달한 자금의 횡령) 목적으로 회사의 재무구조가 양호한 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하여 분식회계(가공매출 및 가공재고의 계상, 채무의 과소계상, 대손금의 미계상, 자산평가익의 과대계상)를 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이 경우 공시, 열람한 회사의 재무상태표상으로는 일견 자산이 부채를 초과하는 것으로 보이며, 채무자 회사가 실제로는 채무초과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외관상 회생절차개시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주주, 채권자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이 기각될 우려가 있다.

이렇듯 채무자 회사의 재무 상태에 관한 정확성과 객관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경우 '개시 전 조사'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법원은 주주 또는 채권자가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는데, 채무자 회사의 재무상태표상 자산이 부채를 초과하고, 채무자 회사가 회생절차개시의 원인이 없다고 다투는 경우 개시 전 조사를 위한 조사위원(통상 회계법인)을 선임할 수 있다.

다만, 개시 전 조사기간은 통상적인 조사보고서 제출기간보다 짧게 정해질 수 있다. 이 경우 개시 전 조사보고서의 작성은 공시사항, 회사 제시자료, 인터뷰 등 내부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특히 부외부채(우발부채)에 대한 검토에 한계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재고자산의 경우 실사를 수행하지 못한 채 회사의 재고자산명세서나 재고자산평가충당금 산정내역에 대한 검토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개시 전 조사의 비용 부담에 관한 사항도 문제된다.

주주 또는 채권자는 대리인과 협력하여 제출된 조사보고서상 세부 사항의 적정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적절한 문제제기를 통해 회생절차개시요건의 충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능하다면 인가 전 M&A 추진을 위한 신뢰성 있는 잠재매수자를 섭외해 법원의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도출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에는 법원을 통해 제3자 관리인을 선임하고, 제3자 관리인으로 하여금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바탕으로 상술한 외부감사인, 한국거래소 대응을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재훈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jhyun@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