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재수 없어 죽었다' 막말한 집도의 비판 전단 배포…명예훼손 아니야
[형사] '재수 없어 죽었다' 막말한 집도의 비판 전단 배포…명예훼손 아니야
  • 기사출고 2022.08.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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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공 이익 위한 것이라고 볼 여지 충분"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7월 28일 수술 후 숨진 어머니를 두고 '재수가 없어 죽었다'고 막말을 한 의사를 비판하는 전단을 배포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8421)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병원에서 입원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어머니가 사망하자, 2017년 11월 14일 이 병원 정문 앞에서 "수술을 한 정형외과 의사 B씨가 (A씨 모친이) '재수가 없어 죽었다'는 막말을 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단을 배포,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B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파기했다. 그러나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인정,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전단지의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라고 한다면 피고인이 전단지를 배포한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전단지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는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단정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부정하여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사실 적시 명예훼손)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전단지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가 의료사고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유족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부적절한 언행을 하였다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는 부족하고, 오히려 주요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피고인이 전단지에 '잘못된 만행', '막말', '상식 밖의 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의료사고에 대응하는 피해자의 태도를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약간 과장된 감정적 표현이나 의견 표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단지 내용은 환자가 사망한 의료사고의 발생과 이에 대한 담당 의료인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인한 의료소비자의 피해사례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의료사고 발생 후 담당 의료인이 사망한 환자의 유족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는 감정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을 하였는데, 이는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서 일탈행위를 한 것이라기보다는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와 밀접하게 관련된 영역에서 의료인의 자질과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내용은 피해자에게 의료행위를 받고자 하는 환자 등 의료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 행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정보로서 공적인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 스스로도 수사기관에서 전단지를 배포한 목적에 관하여 '피해자가 의사로서의 태도에 문제가 있어 책임을 묻고 다른 환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은 다른 의료소비자에게 의료인인 피해자의 자질과 태도에 관한 정보나 의견을 제공하는 취지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며 "설령 피고인에게 부수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원망이나 억울함 등 다른 개인적인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