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관, 하루 1건씩 판결 선고
한국 법관, 하루 1건씩 판결 선고
  • 기사출고 2022.08.1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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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부장판사, 34년간 10,056건 판결 선고

대한민국 법원의 판사가 법관생활 동안 재판장, 단독판사, 배석판사로 근무하며 선고하는 판결이 몇 개나 될까. 1988년 3월 1일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현 의정부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되어 법관 재직 34년이 지난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따르면, 약식명령이나 간단한 결정문, 소액사건, 영장사건, 즉결사건, 비송사건 등을 제외하고, 정식 판결문으로 작성된 것만 약 1만건에 이른다고 한다. 그가 법원 내부 판결문 검색 시스템으로 검색한 강민구 판사가 관여한 판결은 7월 15일 현재 10,056건이다. 

어림잡아 연간 300건 정도인데, 재판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법원장 시절 4년, 법원행정처 조사심의관 시절 2년을 합친 6년간을 공제하면 1년간 350여 건, 하루 한 건씩 판결을 선고한 셈이다. 강 부장은 창원 · 부산지법원장, 법원도서관장, 조사심의관을 역임했다.

엄청난 과부하가 걸린 법관 34년인데 어찌 소회가 없을 수 있으랴. 법관 정년 1년 7개월을 앞두고 있는 강 부장이 최근 이 1만건의 판결 중 언론에 보도된 주요 판결을 묶은 전자책 《법창에 비친 초상화》를 탈고하고 인터넷을 통해 무상공개(https://c11.kr/1229n)했다. 책의 부제도 '언론에 비친 판결 사례'[1988-2022]다.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최근 탈고한 전자책 《법창에 비친 초상화》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최근 탈고한 전자책 《법창에 비친 초상화》

"음악으로 푼 가족분쟁...판사가 들려준 회심곡 화해의 눈물" 제목의 판결부터 "기내 면세품 팔다 다쳐 대한항공에 배상", "안수기도 치료 명목, 고액헌금 반환하라", "70대 할머니 '황혼이혼' 승소" 판결 등 그가 내린 판결 중 보도가치가 높았던 149개의 판결이 시간순의 편년체로 소개되어 있다.

강 부장은 머리말에 해당하는 '들어가면서'에서 "한 사건에 당사자가 두 명씩 있다고 생각하면(형사 사건도 피해자와 피고인이 항상 있음), 2만여 명 사건 당사자를 법정에서 그사이 만나서 보고, 듣고 한 세월이었다. 더구나 각 당사자 사이에 소송대리인이 선임되었다고 가정하면, 법정에서 만난 인원이 5만 명 내외가 된다고 할 것"이라며 "정말 다른 직업을 가졌다면 경험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을 법창을 통해서 보고 경험한 셈"이라고 적었다. 

또 "2000년 2월 부장판사 보임 이후에 역대 배석 판사들이 40여 분 이상 인연을 맺었다. 그분들의 피와 땀, 헌신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사건을 처리할 수도 없었고, 언론을 통해 그 내용이 이같이 알려지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세상은 혼자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끊임없는 인연에 따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가면서 협업해서 협동적 관계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강 부장은 군복무로 다녀온 육사 법학부 교수를 거쳐 1988년부터 35년째 판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법원내 IT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