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의사가 간호기록부 위조해 유죄받았어도 의사면허 취소 못 해"
[의료] "의사가 간호기록부 위조해 유죄받았어도 의사면허 취소 못 해"
  • 기사출고 2022.08.1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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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의사 결격사유 미해당"

출산 영아의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의료 분쟁에 휘말린 산부인과 의사가 간호기록부를 위조해 유죄를 선고받았더라도 의사면허까지 취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료법상 의사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7월 14일 서울 강남구에서 산부인과 의원을 공동 운영하는 의사 A씨가 "의사면허취소처분을 취소하라"며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2두36391)에서 이같이 판시, 보건복지부장관의 상고를 기각하고, "면허취소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자신이 진료와 분만을 담당한 산모 B씨가 2015년 1월 18일경 출산한 영아가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게 되는 사건이 발생, 의료분쟁에 휘말리게 되자 업무상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간호기록부에 출산 당일인 1월 18일부터 19일까지의 산모 B씨와 태아의 상태, B씨에게 취한 조치 내용, 조치 시각을 임의로 기재하고 간호사들의 서명을 받아 위조하고, 이와 같이 위조한 간호기록부 사본을 2015년 4월 27일경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제출했다. A씨는 그러나 이듬해 9월 이러한 행위에 대해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되어 모두 유죄 판단을 받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다. A씨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도 기소되었으나 이 혐의는 무죄가 확정되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8조 4호에서 정한 결격사유가 발생되었다'는 이유로 A씨의 의사면허를 취소하자 A씨가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의료법 8조 4호에서 의료인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한 형법 234조에 위조사문서행사죄가 포함되는지 여부.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의료인의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열거되어 있는 범죄들 중 형법 제234조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들은 모두 보건의료와 관련되는 범죄들인 점, 특히 형법 제347조의 경우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환자나 진료비를 지급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속인 경우만을 말한다'고 하여 사기죄 중 진료비 청구와 관련된 경우만을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제한하고 있는 점,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는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에 대해서도 '의료 관련 법령'이라고 제한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의료법 제8조 제4호의 입법취지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법령을 위반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한하여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의료인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한 형법 234조는 형법 233조에서 정한 허위진단서 등 작성죄를 범하여 작성된 허위진단서 등을 행사하는 허위진단서 등 행사죄만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일반적인 위조사문서행사죄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범한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는 간호기록부를 위조하고 행사한 것이어서 보건의료에 관련된 범행이라고 볼 수 있기는 하다. 따라서 원고의 의사면허를 취소하여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하고 있는 형법 제234조에 사문서위조로 생긴 위조사문서에 대한 행사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고, 간호기록부가 형법 제233조에서 정한 문서에 해당되지 않는 이상, 원고가 보건의료에 관련된 문서인 간호기록부를 위조해 이를 행사하였다고 하더라도, 보건의료에 관련된 사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경우를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포함시키는 별도의 입법이 없는 이상, 이를 사유로 한 의사면허취소는 불가능하다"며 "의사면허취소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