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환자 상태 확인 안 하고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해 간호조무사가 실밥 제거, 의료법 위반 유죄
[의료] 환자 상태 확인 안 하고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해 간호조무사가 실밥 제거, 의료법 위반 유죄
  • 기사출고 2022.08.0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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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적법한 진료보조행위 아니야"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6월 30일 환자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간호조무사에게 환자의 실밥 제거를 지시했다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부산 동래구에 있는 병원 원장 A씨에 대한 상고심(2022도3449)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간호조무사 B씨는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가 확정되었다.

A씨는 2020년 1월 28일 오전 10시 30분쯤, A씨의 병원에서 일주일 전 이마거상술 등 수술을 받은 환자가 실밥 제거를 위해 방문하자, 다른 환자를 수술하고 있어 이 환자를 치료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B씨에게 단독으로 실밥을 제거할 것을 지시, B씨가 메스와 핀셋을 이용해 환자의 양쪽 두 눈의 위, 아래에 꿰매어 놓은 실밥을 제거했다. 두 사람은 공모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B씨는 재판에서 "실밥 제거 행위는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아니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도 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한다"고 "위 행위 당시에 의사인 A씨가 같은 의료기관 내에 공존하고 있었으므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대법원 판결(2010도1444 등)을 인용, "의료법 제80조 및 그 위임에 따른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 제2조에 의하면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이 아님에도 간호보조와 진료보조의 업무에 종사할 수 있고, 이때 말하는 진료의 보조는 의사가 주체가 되어 진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그의 지시에 따라 종속적인 지위에서 조력하는 것을 가리키므로, 의사가 환자를 전혀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진료행위를 하는 것은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하고, "수술 후 봉합사를 제거하는 행위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도 의사의 지시 하에 행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나, B는 2020. 1. 28. 10:30경 의원을 방문한 환자를 의사인 A의 사전 지시나 관여 없이 독립적으로 진료한 후 그의 안면 부위의 실밥을 제거한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실밥 제거 직전에 B가 수술 중이던 A에게 환자의 실밥 부위 상태에 대하여 보고한 후 실밥 제거에 대한 지시를 받고 나서 실밥을 제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실밥 제거에 앞서 그 전제가 되는 실밥 부위 상태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진료를 B가 단독으로 한 이상,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의 환자에 대한 관찰 보고에 의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의사의 대면진료에 의한 의학적 판단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평가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위와 같은 행위를 적법한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의료법 위반 유죄를 인정, A씨에게 벌금 300만원, B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해, "실밥 제거 행위가 이루어진 경위나 방법, 위 행위의 긴급성 유무 등에 비추어 볼 때, 의사가 아닌 B만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실밥 제거 행위를 한 것을 가리켜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피고인들이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 A가 실밥 부위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피고인 B에게 실밥 제거를 지시하고, 피고인 B가 실밥 제거를 하는 동안 전혀 참여하지 않다가 환자가 실밥 제거를 마치고 처치실에서 나온 이후에야 실밥 제거 상태를 확인했다고 해서 A가 직접 의료행위를 했다고 볼 수도 없고 간호조무사인 B의 행위를 지도 · 감독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또 "의사인 A가 환자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간호조무사인 B에게 실밥 제거를 지시하는 것이 사회상규에 부합한다고 볼 수도 없고, A가 수술을 하고 있었다고 해서 환자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하는 것이 허용될 정도의 상황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의료법 위반죄의 '무면허 의료행위', '진료보조행위', 불고불리의 원칙, 일사부재리 원칙, 정당행위,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