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희망퇴직 후 경쟁사 취업금지' 확약서에 약관법 적용 잘못
[노동] '희망퇴직 후 경쟁사 취업금지' 확약서에 약관법 적용 잘못
  • 기사출고 2022.08.03 16: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근로기준법에 따라 유효성 판단해야"

희망퇴직 후 경쟁업체에 재취업하면 위로금 등을 반환하기로 한 확약서는 근로관계에 대한 사항이므로 약관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효력을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6월 30일 신한라이프생명보험에서 근무하다가 희망퇴직을 한 A, B씨가 "퇴직하며 제출한 확약서는 무효임을 확인하라"며 신한라이프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과 신한라이프생명이 "지급받은 희망퇴직위로금 등을 반환하라"며 A, B씨를 상대로 낸 반소의 상고심(2019다246696, 2019다246702)에서 이같이 판시, 약관법을 적용해 확약서 중 '희망퇴직위로금 등 반환약정 부분'은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신한라이프생명이 2016년 12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고 있거나 적용받게 될 예정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한다고 공고, 2017년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게 될 예정인 A, B씨가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신한라이프생명은 이를 승인했다.

두 사람은 퇴직하면서 회사에 '비밀유지의무와 퇴직 후 1년 동안 경쟁업체 취업 등 경업금지의무를 준수할 것을 서약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희망퇴직위로금과 기타 지원금품을 반환한다'는 확약서를 제출하고, A씨는 희망퇴직위로금과 기타 지원금 합계 2억 9,600여만원을, B씨는 2억 9,000여만원을 회사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A, B씨가 퇴직 4개월 만에 경쟁사인 DB생명보험의 지점장으로 취업하자, 신한라이프생명이 확약서에 따라 기지급한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 두 사람이 확약서는 무효임을 확인하라는 소송을 냈다. 신한라이프생명도 돈을 돌려달라며 맞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확약서가 유효하다고 판단해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해 원고들에게 각각 1억 7,000만원, 1억 5,000만원을 신한라이프생명보험에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확약서가 '약관'이므로 확약서 중 '희망퇴직위로금과 기타 지원금품 반환약정 부분'은 희망퇴직자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거나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시키는 것으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6조와 8조에 따라 무효라며 신한라이프생명의 반소 청구를 기각하자 신한라이프생명이 상고했다.

대법원은 확약서에 약관법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 확약서는 한쪽 당사자인 피고가 여러 명의 희망퇴직 신청 근로자들과 약정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서로서 약관법에서 정한 '약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와 동시에 확약서는 피고와 소속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이 합의해지로 종료되는 경우의 권리 · 의무관계를 정한 것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인 근로계약 관계를 전제로 하여 그 종료 시의 퇴직금 지급 외에도 퇴직위로금 기타 각종 경제적 지원에 수반되는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널리 '근로기준법의 분야에 속하는 계약에 관한 것'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그 체결 경위 및 내용과 실질에 있어서도 단체협약과 이에 따른 피고와 노동조합 사이의 협의는 물론 원고들을 비롯한 이를 작성한 개별 근로자와 피고 사이의 합의 및 상당한 액수의 경제적 급부를 대가로 하는 개별 근로자의 자발적 신청 등에 근거를 두고 있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조건의 기준 및 상호 동등한 지위 하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의 취지(근로기준법 제3, 4조)에 반하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확약서의 전제가 되는 희망퇴직의 유효성 여부와 조건 등이 문제가 될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그 유효성이 판단될 것이므로, 약관법 제30조 제1항에 따라 약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약관법 30조 1항은 "약관이 「근로기준법」 또는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으로 정하는 비영리사업의 분야에 속하는 계약에 관한 것일 경우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약관법 30조 1항의 적용 대상 제외 범위를 명확히 함은 물론 확약서의 전제가 되는 희망퇴직의 유효성 여부와 그 조건 등이 문제가 될 경우에는 그 실질에 맞게 '근로기준법'에 따라 그 유효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한 판결"이라며 "근로기준법에 따라 판단할 경우 확약서가 유효로 될 수도, 무효로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신한라이프생명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