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Law] 프로야구 응원가 사건
[IP Law] 프로야구 응원가 사건
  • 기사출고 2022.07.01 11: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일성유지권 쟁점에 대한 고찰

프로야구 구단들이 대중가요를 일부 이용하여 야구경기 중 응원가로 사용한 행위가 대중가요의 작곡가, 작사가들에 대한 동일성유지권,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21. 10. 21. 선고 2019나2016985 판결). 종래 판결 중엔 음악저작물에 대한 동일성유지권 침해 판단에 있어, 원 저작물의 사소한 개변이 가해지더라도 곧바로 동일성유지권 침해,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사례들이 있었으나, 이번 판결은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동일성유지권 침해,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가 모두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에 의의가 있다.

◇강경태 변호사
◇강경태 변호사

사건의 배경

이 사건 피고를 비롯한 프로야구 구단들은 20여년 전부터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대중가요의 악곡 부분을 몇 개 소절의 박자를 간소화하거나 템포를 빠르게 하는 등 일부를 변형하고, 가사 부분은 구단, 선수에 맞도록 새롭게 창작하는 방식으로 사용하여 왔다. 각 프로야구 구단들을 대표하여 KBOP는 2001년경부터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음악저작물 신탁관리협회들과 음악저작물을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사용하는 대가로 입장료 수입의 일정 비율을 사용료로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갱신하여 왔다.

원고들은 프로야구 구단이 응원가로 사용한 대중가요의 작곡가 또는 작사가들로, 프로야구 구단들이 신탁관리협회들로부터 사용 허락을 받은 것은 원 저작물을 그대로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사용하는 것인데 무단으로 악곡, 가사를 일부 변경, 편곡 또는 개사하는 행위는 동일성유지권,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원고들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은 행위는 성명표시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1심, 2심 법원의 판단

1심, 2심 법원 모두 프로야구 구단인 피고의 행위가 원고의 동일성유지권,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성명표시권에 대하여 1심은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반면, 2심은 일부 침해를 인정하였으나, 본 기고문에서는 동일성유지권 침해 여부에 한정하여 판결의 주요 취지를 논하고자 한다).

법원은 저작자의 인격권인 동일성유지권의 경우 아무런 제한이 없는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고, 저작권법 제13조 제2항 제5호에 따라 당해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의 변경에 대해서는 본질적인 내용의 변경이 아닌 한 그 권리행사가 제한될 수 있음을 전제로, 피고가 원고들의 음악저작물을 응원가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주된 가락의 변경 없이 일부를 다르게 한 것은 음악저작물이 응원가로 사용된 과정에서 수반될 수 있는 통상적인 변경에 해당하므로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고들은 음악저작물의 작곡가, 작사가가 하나의 음악저작물을 이끌어내기 위해 예술적인 사상과 감성을 악곡과 가사의 형태로 완성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악곡', '가사'라는 두 가지 구성요소를 모두 갖추었을 때 비로소 창작자들이 의도한 인격적 가치를 내포하게 됨으로 공동저작물로 봐야 하며, 별개 저작물이 결합된 것이더라도 저작인격권의 침해를 판단할 때에는 악곡과 가사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은 그러나 ①저작권법 제2조 제21호에서 공동저작물의 요건으로 '분리이용 불가능성'을 명시하고 있는데, 음악저작물은 악곡과 가사로 분리하여 이용할 수 있으므로 저작권법상 공동저작물에 포함되기 어려운 점, ②베른협약, 미국, 프랑스 저작권법과 대한민국 저작권법을 비교하면 음악저작물, 공동저작물을 정의하는 방식과 법률체계가 달라 외국의 해석을 참고하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기존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3다58460, 58455 판결 등)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확인하였다.

청음, 채보된 악보 기준으로 판단 또한 서울고등법원은 대중음악과 같은 음악저작물의 권리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녹음, 공연마다 약간의 변주를 예정하고 있어 특정 음원파일을 비교 대상으로 정하기는 어렵고, 비교대상인 원곡, 응원가의 각 음원파일 간 직접적인 비교는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여 원곡, 응원가 음원파일을 청음하여 채보된 악보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구체적인 판단 방법과 기준은 향후 음악저작물의 저작권 침해 여부가 다투어지는 사건에서 참고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은 앞서 설명한 판단 대상, 방법, 기준을 기초, 총 15곡의 음악저작물에 대한 개별 검토와 심리 후 아래와 같은 점들을 근거로 원고의 이 부분 항소를 기각하였다.

①응원곡은 원곡과 악곡의 골격음은 동일하고 주된 가락의 변경이 없이 음표 박자를 간소화시키는 수준으로서 동일한 화성 진행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변경은 야구장 관객들로서 기존 악곡과의 차이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여서 음악저작물이 응원가로 사용되는 과정에서 수반될 수 있는 통상적인 변경에 해당하고, 대중적으로 불리는 대중가요의 특성상 통상적으로 예견 · 용인되는 수준의 변경이라고 보인다. ②응원곡은 원곡의 일부만을 발췌하여 사용하였으나 피고가 음악저작물을 야구장에서 사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통상적인 이용방법을 따른 것으로 볼 수 있고, 원곡들 대다수가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곡이므로 일반 대중들도 부분적 이용이 전체 저작물의 일부를 이용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③음악저작물의 경우 기존 악곡에 대한 2차적저작물인 편곡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악곡을 변조하여 원곡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발생시켜야 하고, 단순히 기존 악곡의 리듬, 가락, 화성에 사소한 변형을 가하는 정도로는 편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이 판단기준은 악곡 부분에 대한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 판단시 모두 같다). ④가사 부분의 경우, 원곡과 응원곡 사이에 가사가 전혀 동일하지 않아 양자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없으므로 동일성유지권 또는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차적저작물인 편곡 아니야

본 사건은 2심 판결 이후 양 당사자가 서로 상고하지 않아 확정되었고, 본 사건과 동시에 진행 중이었던 원고들의 프로야구 구단을 상대로 한 소송들도 모두 합의를 통하여 종결되었다. 2심 법원은 음악저작물 이용 시 동일성유지권 또는 2차적저작물작성권 판단 시 고려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과 판단 방법을 제시하면서 일부 변형 사용에 있어서도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여지를 분명히 확인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강경태 · 김원 · 이세희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kyeongtae.kang@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