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잘못 이체된 비트코인 자신 계정으로 이체' 배임 무죄 확정
[형사] '잘못 이체된 비트코인 자신 계정으로 이체' 배임 무죄 확정
  • 기사출고 2022.06.2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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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고법] '타인의 사무 처리하는 자' 아니야

자신의 계정으로 잘못 이체된 다른 사람의 비트코인을 자신의 다른 계정으로 이체했다가 배임 혐의로 기소된 사람이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후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을 거쳐 환송 후 원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확정됐다. 수원고법 형사3부(재판장 김성수 부장판사)는 6월 8일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1노1056).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으로, 검사가 재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가상화폐 거래소인 후오비(Huobi)에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A씨는, 2018년 6월 20일 알 수 없는 경위로 그리스인의 힛빗(HitBTC) 거래소 가상지갑에 들어 있던 199.999비트코인(BTC)을 자신의 후오비 계정으로 이체 받았다. A씨는 그러나 이중 29.998비트코인을 자신의 '업비트' 계정으로, 나머지 169.996비트코인을 자신의 '바이낸스' 계정으로 각각 이체하여 합계 1,445,528,578원 상당의 199.994비트코인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한 혐의(배임)로 기소됐다.

A씨는 또 6월 21일 2비트코인을 15,040,293원의 원화로, 닷새 후인 6월 26일 1비트코인을 6,973,511원의 원화로 환전한 후 자신의 대출채무 변제, 유흥비 등으로 사용하고, 그해 7월 11일경 피해자로부터 신고를 받은 힛빗 법무팀으로부터 비트코인의 반환요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여 199.999비트코인을 횡령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비트코인은 재물로 볼 수 없어"

횡령 혐의에 대해선 1, 2심에서 "비트코인은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고, 검사가 이 부분에 대해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그러나 배임 혐의는 1, 2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 이에 A씨가 상고해 열린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이번에 환송 후 재판이 열리게 된 것이다.

수원고법 재판부는 "이 사건 비트코인이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피해자로부터 피고인 명의의 전자지갑으로 이체되었더라도 피고인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관 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이체된 경우,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자는 가상자산의 권리자 등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는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사람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고 피고인이 어떠한 경위로 이 사건 비트코인을 이체 받은 것인지 불분명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주체가 피해자인지 아니면 거래소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사람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재판부는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하여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9855 판결 참조)"며 "가상자산은 보관되었던 전자지갑의 주소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고, 거래 내역이 분산 기록되어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가상자산을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 · 처분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착오송금 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판례(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등 참조)를 유추하여 신의칙을 근거로 피고인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민후가 A씨를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